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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동북아 정세 휘젓는 푸틴의 입 … 한러관계 수교이후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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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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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북한과 관계를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하고, 정부가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재검토'로 맞대응하면서 한·러 관계가 1990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는 평양 회담 직전에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는 것에 감사까지 표하며 관계 개선 신호를 보냈으나 정작 회담이 열리자 북한과 밀착을 강화하며 며칠 만에 한국과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었다. 한국 정부의 강경 대응에 이어 미국 정부와 의회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미국은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북·러 군사협력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방공무기를 우선 지원하고, 무기 사용 제한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적극 대응에 나섰다. 미국 의회는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정작 관계 악화를 불러온 장본인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냈다.

20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한·베트남 순방을 마무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살상무기를 우크라이나 전투구역에 보내는 것은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고 그것은 아마 한국의 현 지도부가 달가워하지 않는 결정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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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이번에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1996년 폐기된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조소동맹조약)'과 비교했을 때 "모든 것이 똑같고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북·러 조약 4조에 언급된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사실상 '자동 군사 개입'의 부활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기존 조약과의 유사성을 강조해 오히려 한국의 대응이 과격하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조약상 군사적 원조는 오직 침공이나 군사적 공격이 있을 때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내가 알기론 한국은 북한을 침공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우리의 협력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변했다.

이날 미국은 북·러 간 군사적 밀착을 예견했다면서 실제로 조약이 체결된 데 대한 대응으로 강력한 군사·외교 카드를 꺼내들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 몇 달 동안 북·러 간 증대되는 군사협력 관계에 대해 논의했고 정보를 공개적으로 공유해왔다"면서도 "필요에 따라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우리의 (방위) 태세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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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러대사 초치 정부가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동맹에 준하는 협력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주한 러시아대사를 초치했다. 21일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대사가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이승환 기자


미국은 또 러시아 침공에 대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수위를 대폭 끌어올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미국 원조 패트리엇 무기를 이용해 러시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다시 나왔다.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미시시피)은 이날 본회의에서 한국, 일본, 호주 등과 '핵공유 협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에서는 이날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공화당)·리처드 블루먼솔 상원의원(코네티컷·민주당)은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 국무부가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에 지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에서 유엔 회의에 참석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등 미·일 외교장관과 전화 협의를 하고 긴밀한 공조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이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불러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외교부는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직전에도 지노비예프 대사를 초치해 북·러 조약 체결에 대해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의 기자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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