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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사자마자 되팔아도 2배 이익…'이 가방'의 미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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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에르메스 버킨백 '미친 경제학' 보도

"출시 40년…이제 사회현상으로 자리매김"

아무리 돈이 많아도 당장 살 수 없는 가방. 바로 에르메스 버킨백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에서 가장 탐나는 핸드백의 미친 경제학(The Crazy Economics of the World’s Most Coveted Handbag)'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에르메스 버킨백(Birkin bag)이 중고시장에서 매장가의 2~3배에 팔리는 '이상한' 현상에 대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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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버킨백(사진:G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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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미국에서 기본형 검정 가죽 버킨백25는 세전 매장가 1만1400달러(약 1600만원)인데, 만약 이 가방을 구입해 곧바로 프리베 포터 같은 온라인 명품 중고업체에 되판다면 현금으로 2배 가격인 2만3000달러(약 3200만원)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베 포터가 이 가방을 매입한다면 거의 바로 당일 인스타그램이나 라스베이거스 팝업스토어에서 해당 물건을 3만2000달러(약 4500만원)에 재판매한다. WSJ는 해당 버킨백의 제조 원가가 1000달러(약 140만원)에 불과하다면서 '엄청난 마진'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명품 열풍 때문에 생긴 특이한 현상으로, 기존 경제학 상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버킨백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기 어려운 가방 중 하나다. 버킨백은 에르메스가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4년 선보인 토트백이다. 이 핸드백은 가죽으로 만든 수제 가방으로, 영국계 프랑스인 여배우이자 가수인 제인 버킨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버킨백의 가격은 미화 1만~100만달러(약 1300만~13억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방에 사용한 가죽 등 소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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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킨백' 이름의 유래가 된 가수 제인 버킨의 생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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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이제 버킨백은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됐다고 진단했다. 버킨백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1만달러에서 10만달러를 가방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버킨백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나 킴 카다시안, 빅토리아 베컴 등 유명인들이 들고 다녀 인기가 더 많아졌다.
가방 사려 매장 직원에 선물 공세까지
이로 인해 에르메스 매장에서는 손님과 매장 직원 간 권력 구도까지 바뀌었다. 에르메스 매장에서 갑은 매장 직원이고, 손님이 을이라는 뜻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자 고객들도 집에서 만든 쿠키를 갖고 와 매장 직원에게 잘 보이려 하고, 심지어 비욘세 공연 티켓이나 칸 영화제에 참가할 수 있는 전용기 티켓 또는 돈봉투까지 동원된다는 후문이다.

한편 에르메스는 최근 버킨백 판매 전략 때문에 미국 소비자에게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에르메스가 버킨백을 아무에게나 판매하지 않으며, 버킨백 구매 조건으로 자사의 다른 제품을 추가로 사도록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19일 미 캘리포니아주 소비자 2명은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에르메스 측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에르메스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이 제출한 소장에는 에르메스가 버킨백을 판매할 때 이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충분한 구매 이력'이 있는 고객인지 선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이 있다. 에르메스가 버킨백을 아무나 구매할 수 없도록 한 시스템을 만들어 일부 자사 충성 고객에게만 판매한다는 것이다.

원고들은 "에르메스 매장 직원들이 소비자에게 자사의 신발, 스카프, 액세서리 등 다른 아이템 구입을 유도한다"며 "그 뒤 버킨백을 구매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소비자에게 (별도의 공간에서) 버킨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관행이 실질적인 제품 비용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기 때문에 독점금지법에 위배된다"고 했다.

원고들은 각자의 버킨백 구매 실패 경험을 밝혔다. 원고 중 한 명인 티나 카발레리는 "2022년 에르메스에 버킨백 구매를 문의했다가 '우리 사업을 꾸준히 지원해 준 고객에게만 판매할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했다. 다른 원고 마크 글리노도 "버킨백 구입을 시도했지만 이를 사려면 다른 제품을 먼저 구입하라는 조언을 판매 직원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에르메스 측은 소송과 관련한 현지 언론의 입장 요청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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