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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국방과 무기

"교사·작가·기자 발언도 무기징역"…中 '대만 독립'에 법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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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9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취임 1개월 기자 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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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만 독립을 봉쇄하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사법당국이 지난 21일 ‘대만독립’ 관계자를 최고 사형까지 처벌하는 지침을 밝힌 데 이어 관영 매체들이 “궐석재판으로 해외도 치외법권은 없다”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대만 언론은 “베이징의 의도는 법률전을 통해 여론전과 심리전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양안 (兩岸·중국과 대만) 교류에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파문 확산을 우려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대법원)·최고인민검찰원(대검찰청)·공안부·국가안전부·사법부는 지난 21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법에 따른 ‘대만 독립’ 완고(頑固) 분자의 국가분열 및 국가분열 선동 범죄 처벌에 관한 의견(이하 의견)’을 공포했다. 최고 사형 판결과 피의자 없는 ‘궐석재판’까지 가능하며 공소시효가 없어 평생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등 22개 조항으로 구성됐는데, 지난달 26일 공포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22일 중국중앙방송(CC-TV)의 소셜미디어(SNS)인 해협시평(海峽時評)은 “현재 대만해협 정세가 엄중하고 복잡하며, (대만의) 라이칭더(賴淸德) 당국이 독립을 도모하는 배경에서 (이번 의견의 발표와 시행은) 시기가 합당하며 민심에 따른 통쾌한 소식”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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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중국 최고인민법원(대법원)·최고인민검찰원(대검찰청)·공안부·국가안전부·사법부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법에 따른 ‘대만 독립’ 완고(頑固) 분자의 국가 분열·국가 분열 선동 범죄 처벌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신화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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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는 또 “의견은 ‘법리적 대만독립’, ‘외세에 의지한 독립 도모’, ‘무력을 사용한 독립 시도’ 등 국가분열 범죄를 처벌하고 교육·문화 등의 영역에서 ‘점진적인 대만 독립’을 추진하는 행위도 법으로 처벌한다”고 해설했다. 이어 “의견은 시·공간을 모두 망라해 법적으로 평생 책임을 추궁하고 궐석재판 절차를 적용해 ‘해외도 치외법권이 아니도록’ 고압적인 상황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대만 언론은 네 번째 ‘점진적인 대만 독립’ 처벌 범주에 주목했다. 23일 대만 연합보는 “교육·문화·역사·뉴스매체 등의 영역에서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함부로 왜곡하거나 변조할 경우, 혹은 양안 관계의 평화발전과 국가통일을 지지하는 정당·단체·인원을 탄압할 경우 국가분열 혹은 국가분열 선동에 (해당한다)”는 조항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대만 주민을) '보호대상'과 '처벌대상'으로 양분한 분열 책략"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르면 정치인, 교사, 문화·예술 인사, TV 아나운서나 기자, 민간 단체 등은 물론 개인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이들이 ‘대만과 중국이 서로 예속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거나 통일을 지지하는 친중 인사를 모욕해도 법적으로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위협인 셈이다.



“中, 법률전으로 여론·심리전 효과”



이같은 중국 사법당국의 압박에 대만의 통일 세력인 국민당도 우려를 나타냈다. 22일 제1야당인 국민당의 주리룬(朱立倫) 주석은 “중국 대륙은 대만에 사법 관할권이 없다”며 “최근 양안 적의가 나선식으로 끝없이 고조되고 있다. 가장 불행한 발전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샤오쉬천(蕭旭岑) 마잉주(馬英九)재단 집행장은 “중국이 법률적 수단을 썼지 군사 수단을 쓰지 않았으므로 어느 정도 평화적으로 처리할 공간은 남아 있다”며 “라이칭더 총통이 독립노선인 ‘신(新) 양국론’을 바꿔 양안간 상호 신뢰를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이런 방침을 고도의 심리전으로 해석했다. 이날 장우웨(張五岳) 대만 단장대 양안관계연구센터 주임교수는 중대만 언론에 “베이징의 이번 조치는 대내적으로 양안 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또 대외적으론 양안은 하나의 중국에 속하기 때문에 중국 국내법으로 대만 독립을 해석하고 심판할 수 있다고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법률전을 통해 여론전과 심리전 효과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외교적 고립과 봉쇄, 무역 협박 등 ‘유연한 카드’를 모두 소진한 베이징이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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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주의 성향의 환구시보가 22일 4면 전면에 대만을 지지하는 미국 학자 보니 글레이저 독일 마셜 펀드의 인·태 프로그램 디렉터를 비난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환구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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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밥그릇 이용” 대 “인신 공격”



한편 중국 관영 매체가 대만을 지지하는 미국 학자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여론전의 범위를 확대했다. 국수주의 성향의 환구시보는 22일 보니 글레이저 독일 마셜 펀드(GMF)의 인도·태평양 프로그램 디렉터에 대한 비난 보도를 했다. 매체는 글레이저 디렉터가 대만 독립 담론을 학술 범주로 끌어들여 미국의 정부정책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며 “대만을 밥그릇으로 이용했다”고 맹비난했다.

환구시보는 또 “지난 4월 29일 글레이저 디렉터가 독일 마셜펀드 미국사무소에서 ‘유엔 결의안 2758호와 대만 관계에 관한 심포지엄'을 열었다”고 했다. 해당 유엔 결의안은 1971년 대만 대신 중국을 대표로 인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이다. 이같은 대표성을 둘러싸고 최근 대만의 국제기구 참가를 지지하는 미국과 이를 ‘레드라인’으로 주장하는 중국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날 글레이저 디렉터는 X(옛 트위터)에 “내 연구가 주목을 받는 것을 보니 기쁘다”며 “중국 공산당이 유엔결의안 2758조의 왜곡을 멈추는 대신에 나에게 인신공격을 시작했다”고 썼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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