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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인터뷰] 시스코 회장 “韓 IT인재 10만 양병, AI 스타트업에도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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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로빈스 회장 한국 미디어 첫 인터뷰
한덕수 총리 만나 육성안 논의
‘AI 펀드’로 한국 스타트업 투자
“AI시대 클라우드 심장부 될 것”


매일경제

시스코 척 로빈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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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회사인 미국 시스코가 한국 정보기술(IT) 인재 10만명을 육성한다. 또 삼성전자·현대차·네이버와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각각 개발하는 한편 보안영역에서 협력도 강화한다.

시스코 척 로빈스 회장은 19일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삼성·현대차·네이버 최고경영자(CEO)를 차례로 만나 협업을 논의했다”며 “공통적으로 테크놀러지, AI 가속화, 사이버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CEO로 취임한 로빈스 회장은 한국 미디어와 인터뷰는 이번에 처음이다.

지난 17~19일 방한한 로빈스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차례로 면담하고, AI 네트워킹 칩, 자율주행 보안, AI 모델 수출에 대해 협업하는 방안을 각각 논의했다.

그는 또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한국 IT 인재 양성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빈스 회장은 “향후 3년간 한국에서 사이버 보안·IT 인재 2만명을 추가로 육성할 예정인데, 도전적이지만 목표를 4만명까지 높이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스코는 교육 프로그램 ‘네트워킹 아카데미’ 을 통해 한국 IT 인재 6만8000명을 양성했는데 10만명 목표 달성을 앞당기겠다는 의미다. 시스코는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는데 이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스코는 2000년대 초반 닷컴시대 시가총액 1위로 ‘황제주’로 군림했지만 AI시대를 맞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밀려난 상태다. 하지만 시스코는 최근들어 네트워크와 보안 분야에 AI 접목하며 B2B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 가운데 80%는 시스코 장비를 통해 나온다. 포춘 100대 기업 모두 시스코 보안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네이버와 AI에 대한 광폭 협업
매일경제

시스코(회장 척 로빈스)는 연례 네트워크 및 보안 행사인 ‘시스코 라이브 2024(Cisco LIVE 2024)’를 열어 인공지능(AI) 기반 기능이 한층 더 강화된 네트워킹, 보안, 가시성 솔루션을 공개했다고 5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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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미국 시스코가 삼성전자, 현대차, 네이버와 AI에 대한 광폭 협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현대차·네이버와 각각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발하는 한편 보안 영역에 AI를 접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시스코 척 로빈스 회장은 서울 역삼동에 있는 한 호텔에서 한국 미디어로는 처음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로빈스 회장은 방한 목적에 대해 “한국의 대표 기업을 직접 만나 협업을 논의하는데 있다”면서 “삼성·현대차·네이버 최고경영자(CEO)를 차례로 만났다”고 설명했다. 모두 인공지능(AI)에 진심인 한국기업들이다. 로빈스 회장은 2박3일이라는 짧은 일정동안 이곳 총수들을 직접 찾아다녔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잇따라 만나 AI 분야에서 협업을 적극 논의했다.

로빈스 회장은 “시스코는 삼성전자와 매우 오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특히 오늘날 반도체와 통신 장비에 있어서 매우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시스코는 삼성전자에 라우터와 스위치를, 삼성전자는 시스코에 메모리와 프로세서 등을 각각 판매했다. 로빈스 회장은 “AI와 통신 트렌드에 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시스코는 2019년 시스템 반도체간 통신을 원활하게 해주는 ‘실리콘원’ 칩 브랜드를 내놓은데 이어, 작년에는 실리콘원 G200이라는 새로운 네트워킹 칩을 선보였다. G200은 무려 3만2000개에 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동할 수 있고, 초당 51조2000억 비트에 달하는 데이터를 전송하는 ‘괴물’ 통신 칩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해당 칩을 제조하고, 양사가 이를 활용해 AI 데이터 센터 구축에 필요한 솔루션을 함께 개발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삼성과는 네트워킹 AI 칩, 현대차와는 AI 보안 협업
매일경제

척 로빈스 시스코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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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회장 척 로빈스)는 연례 네트워크 및 보안 행사인 ‘시스코 라이브 2024(Cisco LIVE 2024)’를 열어 인공지능(AI) 기반 기능이 한층 더 강화된 네트워

시스코(회장 척 로빈스)는 연례 네트워크 및 보안 행사인 ‘시스코 라이브 2024(Cisco LIVE 2024)’를 열어 인공지능(AI) 기반 기능이 한층 더 강화된 네트워킹, 보안, 가시성 솔루션을 공개했다고 5일 발표했다.

로빈스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양재사옥에 만나 AI 보안을 논의했다. 로빈스 회장은 “난 조지아주에서 태어났다”면서 “현대차가 조지아주에 새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어, 정 회장과 더 뜻 깊은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현대차의 차량 보안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자동차는 차량과 차량이 연결되는 커넥티드카로 진화하면서, 보안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네트워크·보안이 중요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라는 기치를 내건 상태다. 시스코는 AI를 기반으로 한 새 보안 솔루션 하이퍼쉴드(Hepershield)를 선보였다. 위치·연결 방식에 상관 없이 모든 기기와 애플리케이션을 여러 보안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앞세운 현대차와 협업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실제로 정 회장과 로빈스 회장은 2016년 만나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함께 개발한다는 구상을 한 바 있다.

아울러 로빈스 회장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유원 네이버 클라우드 대표와 만나 AI 모델에 대한 수출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로빈스 회장은 “네이버는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갖고 있는 기술 강자인데다, 로컬 클라우드의 챔피언”이라며 “세계 다른 국가의 소버린 클라우드 및 AI 모델 관련해 관심이 많고, AI 및 보안에 강한 시스코와 함께 진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올 3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보통신회사인 아람코디지털과 파트너십을 맺어, 아랍어에 능통한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다만 네이버는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컴퓨팅 파워에 있어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비해 열세다. 네이버가 소프트웨어를 주도하고 시스코가 네트워킹 하드웨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가능한 대목이다.

취임 이후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변모
매일경제

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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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스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이처럼 광폭 협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시스코가 AI 시대에 필수재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특히 로빈스 회장 취임 이후 시스코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크게 탈바꿈했다. 사업군을 크게 △네트워킹 △보안 △협업 △ 가시성(Observability) 등 크게 4가지로 재편한 상태다. 올해에는 약 280억 달러(약 38조7000억원)을 들여 스플렁크(Splunk)를 인수하며 보안과 가시성 영역에서 몸집을 키웠다. 그는 “고객사들이 AI 모델을 구축하고, 배포하기 위한 인프라를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보안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시스코는 스플렁크를 인수함으로써 추가적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원이라는 새로운 네트워킹 칩 아키텍처를 지속 업데이트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심장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스코는 자체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로빈스 회장은 “협업 솔루션인 웹엑스를 보면, 미팅 요약 기능이라던가 액션 아이템 자동 정리, 그리고 오디오 노이즈 캔슬링(소음 조절기) 기능이 들어가 있다”면서 “이미 자체 AI 모델을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보안운영센터(Security Operations Center·SOC) 솔루션과 AI 어시스턴트도 영역에서도 자체 AI 모델들을 사용하고 있다”며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러한 AI가 강력한 보안 솔루션 위에 돌아가고 있다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AMD, 인텔서 러브콜...“AI시대 필수재”
매일경제

시스코가 선보인 네트워킹 칩인 실리콘원 G200. G200은 무려 3만2000개에 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동할 수 있고, 초당 51조2000억 비트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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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코가 선보인 네트워킹 칩인 실리콘원 G200. G200은 무려 3만2000개에 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동할 수 있고, 초당 51조2000억 비트에 달한다.

때문에 시스코는 보안을 중시하는 수많은 글로벌 칩 업체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올 6월 시스코와 손잡고 앞서 소개한 통합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시스코 넥서스 하이퍼패브릭 AI 클러스터’를 내놓았다. 엔비디아는 GPU를, 시스코는 검증 설계·모니터링 솔루션을 각각 제공하는 협업이다. 로빈스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면서 “안전한 인프라를 구축해 AI를 보다 쉽게 배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통합 데이터센터는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식음료 체인이나 오피스를 두고 있는 기업들이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AMD와 인텔과도 전략적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빈스 회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간 융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로빈스 회장은 “취임 이후 목표가 2025년까지 매출액 50%를 구독 기반 소프트웨어에서 달성하는 것이었다”면서 “당초 목표 보다 1년 빠르게 이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클라우드상에서 AI 모델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가 함께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스코 매출액은 약 570억 달러(약 78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126억 달러(약 17조5000억원)에 달한다. 향후 매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그는 “코로나 시기를 생각해 보면,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이제는 공급망 문제가 끝나, 필요로 하는 수준까지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 전략에 대해 “소프트웨어 장점을 활용해 기술적 이슈를 빠르게 해결하고자 한다”며 “많은 고객들이 시스코가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의 가치에 대해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로빈스 회장은 끝으로 “9년간 CEO로 활동하면서 깨달은 것은 고객들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다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면서 “파트너 기업들이 보다 풍요롭고 생산적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시스코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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