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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15兆 잠재력' 베트남 제약·의료기기 시장, 문 두드리는 국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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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그래픽=박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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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국내 제약, 의료기기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24일 국제무역청(ITA, International Trade Administration)에 따르면 베트남의 제약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기준 약 67억달러(약 9조3000억원) 규모였다. ITA는 베트남 제약 시장이 연평균 성장률(CAGR) 7.3%로 성장해 2026년에는 89억달러(약 12조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ITA에 따르면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은 지난 2022년 기준 15억달러(약 2조원)에 달했다. 의료기기 분야는 2021~2026년 연평균 성장률(CAGR) 9.7%로 성장해 2026년까지 21억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베트남 제약 시장과 의료기기 시장 규모를 합치면 2026년까지 110억달러(약 15조2700억원)가 넘는 상당한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셈이다. 국내 제약 시장과 의료기기 시장이 2022년 기준 각각 29조8595억원, 11조8782억원으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베트남 시장의 성장 속도는 상당히 가파르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의하면 베트남의 의약품 시장은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연간 6.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QVIA에 따르면 베트남은 2022년 기준 전체 의약품의 55%를 수입 중이며, 자국 의약품의 시장점유율은 절반 이하인 45%에 불과할 정도로 해외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국내 제약사와 의료기기 업체는 진입이 까다로운 베트남 시장에 꾸준히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백신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KOTRA)에 따르면 스태티스타는 베트남 백신 시장 규모가 올해 약 9303만달러(약 1292억3727만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공중 보건 개선 노력과 관련 정부 정책이 증가함에 따라 향후 몇 년간 매출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정부는 또 '2030년까지의 국민 건강 보호, 관리와 개선 및 2045년까지의 비전'에 관한 국가전략에서는 백신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고 백신 품질을 개선할 것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으로 수입되는 한국산 백신은 연간 600만~800만달러(약 83억~111억원)에 달하며, 시간이 지나며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한국의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와 GC녹십자는 베트남에 사업자 등록 번호를 보유하고 있는 백신 제조 회사로 알려졌다.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는 B형간염 백신 '헤파박스 진'(Hepavax-Gene)과 디프테리아, 파상풍 등 5가 혼합백신 '퀸박셈'(Quinvaxem) 등을 시장에 출시했고, GC녹십자는 인플루엔자 백신 '지씨 플루'(GC Flu)와 수두 백신 '배리셀라'(Varicella) 등을 시장에 출시했다. 이중 퀸박셈은 백신확대 프로그램(EPI, Expanded Programme on Immunization)에 포함돼 무료로 공급되고 있다.

셀리드는 오미크론 대응 코로나19 백신 'AdCLD-CoV19-1 OMI'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셀리드는 지난 3월 베트남 보건부(MOH)에서 임상 3상 시험 시험계획서(IND)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셀리드는 최대한 빨리 대상자 모집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기기 업체의 시장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웨어러블 의료기기 기반 진단·모니터링 솔루션 전문기업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지난달 17일 베트남 디지털 솔루션 기업 '비에텔 솔루션즈(Viettel Solutions)'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맺고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 업무협약은 씨어스의 웨어러블 AI 서비스를 비에텔 솔루션즈의 디지털 헬스 플랫폼에 통합해 공급하는 것을 주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씨어스는 베트남 전역에 있는 비에텔 솔루션즈 전국 영업망에 자사의 '모비케어(mobiCARE™)'와 '씽크(thynC™)'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씽크는 입원환자 실시간 모니터링 서비스로, 웨어러블 의료기기와 실시간 생체신호 분석 AI를 이용해 입원환자의 이상징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의료진의 신속 대응을 지원하는 스마트 병원 솔루션이다. 씨어스는 홍콩과 몽골에서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했고, 베트남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 영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정밀진단 플랫폼 기업 엔젠바이오는 베트남 최대 국공립 박마이 (BỆNH VIỆN BẠCH MAI) 병원에 NGS 기술 기반의 고형암 정밀진단 제품 '솔리드아큐테스트™'(SOLIDaccuTest™)와 유방암 및 난소암 정밀진단 제품인 '브라카아큐테스트™'(BRCAaccuTest™)를 공급하게 되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엔젠바이오는 올해 5월 박마이 병원 공급 입찰에 참여해 지난 10일 박마이 병원에 두 제품을 공급하게 됐다.

올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엔젠바이오는 유방암 및 난소암 정밀진단 제품인 브라카아큐테스트 공급에 이어 고형암 정밀진단 제품인 솔리드아큐테스트를 추가적으로 판매하게 되면서 베트남 및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정밀진단 사업 레퍼런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베트남의 주요 국공립 대형병원 8곳에 엔젠바이오의 정밀진단 제품이 하반기 입찰 리스트에 등록되어 있으며, 올 2월에는 싱가포르 최대 국립병원에 혈액암 정밀진단 제품을 4년 연속 공급하는 등 동남아시아 의료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척추 임플란트 전문기업 엘앤케이바이오메드는 '엑셀픽스-XT'로 베트남 높이확장형 케이지 시장에 최초 진출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높이확장형 케이지 제품으로 베트남에 진입한 기업은 엘앤케이바이오가 최초다.

엑셀픽스-XT는 엘앤케이바이오메드가 보유하고 있는 높이확장형 케이지 제품들 중 최초로 개발한 제품이며, 지난 2019년 FDA 승인을 받았다. 엑셀픽스-XT는 자사 초창기 제품으로 그 품질이 검증되었으며, 후방 삽입 높이확장형 추간체유합보형재로 최소침습수술(MIS, Minimally Invasive Surgery)에 사용한다.

최근 베트남 칸토 지역에 위치한 '칸토 종합병원' 및 '국군병원 121' 등 에서 '엑셀픽스-XT' 제품을 활용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엘앤케이바이오메드 관계자는 "베트남 내 척추 임플란트 시장 역시 기존의 미국, 유럽 등의 글로벌 기업이 선도하고 있으나, 높이확장형 케이지의 선두 기업으로 '엑셀픽스-XT'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며 브랜드 인지도와 영향력을 키워 베트남 시장에서 크게 자리매김하고자 한다"며 "익스팬더블 제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에 자사의 '엑셀픽스-XT' 와 같은 익스팬더블 시리즈가 교두보 역할을 맡아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형외과 임플란트 연구제조 전문기업 이노시스는 3D 프린팅 기술이 접목된 경추 수술용 케이지 '유니스페이스 스탠드-얼론 씨 케이지(UniSpace® Stand-Alone C Cage, 유니스페이스)'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으로 시장 확대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시장은 가능성이 풍부하다면서도 진출이 까다롭기에 세심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나은 코트라 호찌민 무역관은 '베트남 의약품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 키워드, 국제협력'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베트남은 아직 의약품 유통체계가 정립되지 않아 유통절차가 복잡하며,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 입찰 경쟁 등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라며 "베트남에서 의약품을 단순 수출할 경우 수출업자들은 반드시 현지 에이전시 및 유통업자와 계약을 맺어야만 현지 유통과 판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규제 및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제품별 현지화 전략을 수립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베트남의 의약품 산업 정책과 관련하여 양국 정부와 기업 간에 다각적인 의료를 협력하는 등 충분히 상호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지니고 있으므로 적극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KMDICA) 베트남 사무소 관계자는 코트라와 '코로나19 이후 다시 주목받는 베트남 의료기기 시장' 보고서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 시장은 소득수준의 상승으로 인한 고급 의료 서비스의 수요 증가, 고령화 진행 등의 사회적 요인들로 많은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시장"이라면서 "한국 기업이 철저한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너무 단기간의 성과에 급급해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베트남 시장 문을 두드린다면 분명 기대 이상의 성과도 뒤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는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베트남 호치민에서 '제2회 K-Med 엑스포 연계 의료기기 수출상담회'를 개최하는 등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이 기간 국내 의료기기 기업 84개사가 현지 바이어 306개사와 501건의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했다.

이병현 기자 bot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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