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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펑펑' 소리 30분 이상 계속... 연쇄 폭발 탓에 소방 진입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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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인근 공원서 대피 '발 동동'
"추가 폭발 없을까요" 주민들도 불안
한국일보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소재 일차전지 제조 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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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초반엔 펑펑 터지는 소리가 30분 정도나 이어졌어요."
(인근 공장에서 일하던 김창환씨의 증언)


24일 오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발생 6시간이 지나 불길이 수그러들고 있었지만, 화재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계속됐다. 뿌연 연기는 여전히 올라오고 있었고 매캐한 냄새도 전혀 가시지 않았다. 소방대원들은 내부 구조를 위해 공장 안으로 본격 진입했고, 현장 출입구 쪽으로는 구급차들이 바삐 오갔다.

불이 거의 꺼진 상황에서도 현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떠올리게 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오전 10시 31분쯤 '펑' 하는 폭발음이 수차례 발생했다고 한다. 화재 초반엔 군 사격장에서처럼 '펑펑' 소리가 연속적으로 일대에 울려 퍼지기도 했는데, 공장 내부에서 배터리 3만5,000여 개가 연쇄적으로 터진 폭발음으로 추정된다.

이 연쇄 폭발 때문에 소방관들이 현장에 도착했어도 내부로 진입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 관계자는 "선발대가 도착했을 때 내부에 있던 배터리 셀이 연속 폭발해 급격히 불이 번졌다"며 "이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화재 현장 근처에는 소방·경찰 관계자를 제외한 공장 직원들의 진입은 허락되지 않았다. 직원들은 인근 공원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서 대기 중이었다. 화재가 난 건물 1층에서 근무 중 대피했다는 직원 이원규(59)씨는 "회사에서는 퇴근하라고 했지만, 갈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 대기하는 것"이라며 "소지품을 찾으러 왔는데 진입이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공장단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행여나 추가 폭발 위험이 있지나 않을까 멀리서 화재 현장을 지켜보며 걱정을 풀지 못했다. 서신면으로 이사 온 지 8년가량 됐다는 김모(61)씨는 "오전에 펑펑 폭발음이 들리고 연기가 나서 화재가 난 걸 알았다"면서 "과거 불이 난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인명 피해가 크게 난 화재는 처음이다"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초기 진압 과정에서 옆 건물로 연소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쪽에 주력했다"면서 냉각작업 등을 통해 화재가 다른 동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했다고 밝혔다. 화재 발생 시 건물 통로는 모두 열린 상태였다고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는 "밖으로 통하는 계단이 총 두 곳인데, 모두 폐쇄되지는 않았다"면서 "계단임을 알리는 표시등이 당시 제대로 작동됐는지 여부는 종합감식을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 시설이 미비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일부 직원들은 본보와 만나 "이곳은 리튬 공장이어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했는데, 리튬은 물과 만나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한 아리셀은 리튬 일차전지(재충전 불가능한 전지)를 제조해 납품하는 회사다. 스프링클러 부재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리튬 때문에) 마른 모래와 팽창 질석 등을 활용하는 방식을 검토했으나, 배터리에 포함된 리튬이 소량인 것으로 확인돼 물을 활용해 진압 작전을 했다"고 밝혔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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