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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기로 선 플랫폼법] 여소야대 국회서 기사회생 할까…'사전지정' 두고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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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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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역점 사업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추진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여소야대 국회에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플랫폼이 새로운 거래 관계인 만큼 최소한의 규율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2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당초 올해 2월 플랫폼법과 관련한 정부안을 발표하고 여당 의원 입법 방식을 통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었다.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시장 내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한 뒤 주요 4가지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였다.

플랫폼법에 명시한 불공정 행위는 자사 이용자에 대해 경쟁 플랫폼 이용을 제한하는 '멀티호밍', 자사와 거래하는 조건을 타사와 비교해 동등하거나 더 유리한 '최혜 대우' 요구, 자사 제품을 더욱 유리하게 취급하는 '자사 우대' 행위,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를 함께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끼워 팔기' 등이다.

이들 불공정 행위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지만 일정 기준 이상인 거대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위반 행위를 빠르게 판단하고 제재하는 '패스트 트랙'을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업계를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컸다. 논란의 핵심은 사전 지정이었다. 시장 지배력을 가진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만큼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업계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도 "플랫폼 규제를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듯한 한국에 대해 우려한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발의에 나서야 할 여권도 난색을 표했다.

정부도 한발 물러섰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 2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사전 지정 제도 등에 대한 이슈를 세밀하게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플랫폼법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사전 지정을 포함해 모든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였으며 현재까지 공전하고 있는 상황이다.여소야대·쿠팡 제재에 법 추진 '수월'···"규율체계 필요"

플랫폼법 입법을 위한 상황은 과거보다 수월해진 편이다.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과정에서 플랫폼의 독과점을 막겠다면서 관련 법안을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지난 국회에서도 다수 야당 의원들이 플랫폼 규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야당이 발의해왔던 플랫폼 규제 법안은 정부안보다 강한 규제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사회단체에서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주장하던 김남근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입성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도 22대 국회 들어 처음 플랫폼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국회에서 발의된 이른바 '온플법(온라인 플랫폼법)'과 유사한 법안이다.

여론도 나쁘지 않다. 공정위가 쿠팡과 자회사 CPLB가 '자기 상품 부당 우대'로 과징금 1400억원(잠정)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회적인 갑론을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정부가 묵묵부답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면서 "기존에는 설명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실제 사례가 발생하면서 여론이 과거보다는 호의적으로 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플랫폼법 제정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세부 각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자세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플랫폼 특성상 독과점이 고착되면 승자 독식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경쟁 회복도 어렵다"면서 "의견 수렴을 충실하게 거쳐 플랫폼법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거래 관계를 규율해야 하는 만큼 난도가 굉장히 높은 법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공정거래법이나 전자상거래법 등 기존 법률로 규율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한 최소한의 적절한 규율 체계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또 "법의 목적이 사업자를 규제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파생될 문제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논의가 본격화하면 법의 기본 목적을 벗어나서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깊이 있게 검토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주경제=김성서 기자 bibleki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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