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시체은닉 혐의 첫 공판
“살인 말리고, 피해자 구호조치” 주장
태국 파타야에서 공범들과 한국 관광객을 납치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이씨가 지난달 15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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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유명 관광지인 파타야에서 벌어진 일명 ‘드럼통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자신은 범행을 공모하지 않았고, 피해자를 구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체포된 공범 1명은 국내 송환이 지지부진하고, 나머지 공범은 해외에서 도주 중이어서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25일 오전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인택)는 강도살인과 시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모(26)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씨 측은 공소사실에 대해 인정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달 3일~4일쯤 태국 파타야에서 일당 2명과 함께 금품 갈취 등을 목적으로 한국인 A(30대)씨를 납치 후 살해한 뒤 대형 플라스틱 통에 시멘트와 함께 넣어 호수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의 시신은 손가락 10개가 절단된 상태로 태국 경찰에 발견됐다.
이날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씨는 일당 2명과 A씨에 대한 강도살해 범행을 미리 계획했다. 태국의 한 클럽에서 A씨에게 약물이 든 술을 마시게 해 취하도록 만든 뒤 미리 준비한 차량에 태워 범행 장소로 예약한 콘도로 이동했다. 술에 취한 A씨가 숙소로 가는 방향이 다르다며 항의하자 목을 조르고 주먹 등으로 폭행해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A씨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팔과 다리를 잡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등은 범행 후 A씨 휴대전화를 이용해 계좌에서 총 370만원을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직후 국내에 들어와 있던 이씨는 지난달 12일 전북 정읍 거주지에서 경찰에게 붙잡혔다. 이씨는 체포 직후 수사기관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해왔다. 지난달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는 취재진에게 “내가 죽인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태국 현지 언론은 용의자 2명의 사진과 3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더 네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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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자 재판장은 “(공범과) 같이 행동한 것 맞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씨 변호인 측은 “피해자가 사망했을 때 현장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일부 말리는 행위를 하고 피해자의 상태가 이상해졌을 때는 응급 구호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 시신을 은닉했을 때는 이씨가 현장에 동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 시체를 통에 넣어 밀봉하거나 유기한 것은 나머지 2명이 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피고인은 살인 공모를 하지 않았고, 살해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이씨 측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뤄진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증거 채택도 부동의했다. 이 사건 공범 중 1명은 캄보디아에서 붙잡혔지만, 태국에서도 피의자 송환을 요구하면서 국내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나머지 1명은 도주 중으로,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검찰은 피해자 A씨가 납치됐을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태국인 지인, 도주 중인 공범의 전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들은 태국 경찰 등에 참고인 진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에 대한 2차 공판은 7월 23일로 잡혔다.
이날 첫 재판 직후 피해자의 누나 B씨는 “자신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대형 로펌 변호사 10명을 선임해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유인·납치·폭행·살해하는 현장에 함께 있었는데 서로의 동의가 없이 가능하냐”고 했다. 또 “가해자들에게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장 엄한 벌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창원=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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