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명 희생에 침울... 중처법 유예 불똥 튈까 우려도"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를 바라보는 중소기업계 시각에서 안타까움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수십 명 목숨을 앗아간 사고에 침통해하면서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유예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는 2022년 중처법이 시행된 뒤 발생한 첫 대규모 사망 사고다. 당장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을 상대로 산업안전보건법·중처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중처법은 2022년 1월 27일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우선 시행됐지만 2년 유예를 거쳐 올해 1월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이 확대됐다. 사상자가 최소 22명 발생한 아리셀 공장도 대상이다. 아리셀 상시 근로자 수는 5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A대표는 “먼저 수십 명 목숨을 앗아간 사고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사고 원인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현장에서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중처법 유예에 대해 앞으로 말조차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될까 봐 우려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라북도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B대표는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참혹한 사건이다.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소규모 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이번 사례로 향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적용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22대 국회에서 다뤄야 할 중소기업 입법과제로 중처법 유예를 첫손으로 꼽았다. 지난 17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정치권도 화답을 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간담회에서 민생 1호 법안으로 중처법 유예 추진을 약속했고, 같은 날 임이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08명은 중처법 유예 법안을 발의했다. 중소기업 현장이 전담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자금 사정도 열악해 아직 중처법 준비를 마치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라는 것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중처법 유예를 위한 중소기업중앙회 움직임은 당분간 움츠러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 희생자도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로 25일 오후 3시 기준 근로자 23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 중 17명이 중국 국적이며 한국인이 5명, 라오스 국적이 1명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아리셀 공장 화재 희생자 대부분이 중국 동포들”이라면서 “앞으로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 유관 기업이 뼈아픈 교훈을 얻기를 바라며, 재한 중국 국민 생명과 건강, 안전을 확실히 보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에서 중처법 해당 여부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준수가 핵심이다. 중처법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검찰청이 2022년 배포한 ‘중처법 양형 기준’에 따르면 중처법 위반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징역 1~30년과 벌금 10억원 이하를 동시에 구형 가능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징역 1~7년이나 벌금 1억원을 구형할 수 있다.
김정래 기자 kj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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