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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대출한도 더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DSR' 적용, 9월로 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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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단계 시행 6일 앞두고 돌연 연기
"자영업자 지원대책 발표 후 적용할 것"
집값 띄우나... 가계대출 부채질 위험
한국일보

24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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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달부터 시행하기로 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조치'를 9월로 미뤘다. 서민·자영업자를 위한 범정부 대책이 마련될 예정이라는 이유인데,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조치를 9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애초 시행하기로 한 날짜를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돌연 연기를 결정했다. 내년 초 시행으로 알려져 있던 3단계 조치는 내년 7월로 밀렸다.

올해 2월 말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스트레스 DSR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준다'는 원칙을 적용한 대출 규제다. 대출한도 산정을 할 때 적용되는 금리를 일부러 높이는 방식이다. 예컨대 연봉 5,000만 원 차주가 은행에서 연 4.5%로 30년 만기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을 변동금리형으로 받는다면, 기존 대출 한도는 3억3,000만 원이었지만 스트레스 금리 1.5%를 추가 적용하면 한도가 2억8,000만 원으로 낮아지는 식이다.

2월부터 시행된 1단계 스트레스 DSR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됐으며, 기본 스트레스 금리의 25%만 적용했다. 위의 예시라면 연 4.5%+0.38%포인트 금리가 적용돼 대출한도는 3억1,500만 원으로 잡힌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애초 7월 1일부터 스트레스 DSR 적용 대상을 은행권 신용대출과 제2금융권 주담대까지 넓히면서 스트레스 금리의 50%를 적용할 계획이었다.

정부는 스트레스 DSR이 서민과 자영업자의 빚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인 만큼 현재 정부에서 준비하고 있는 '범정부적 자영업자 지원대책'이 나온 후 강화된 조치를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면 고DSR 차주가 영향을 받는데, 이들은 위험차주이기도 하면서 자금수요가 긴박한 사람들"이라며 "서민과 자영업자 대책이 나온 뒤 상황을 봐가면서 시행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도 거론했다. 이달부터 진행 중인 부동산 PF 사업성평가가 9월 마무리되면 시장 상황이 스트레스 DSR 확대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스트레스 DSR이 확대 적용될 경우 전반적인 대출 심리가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동산 PF 위기가 심화하지 않도록 하는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부 정책 방향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가계대출 관리를 강조하면서도 가계대출이 단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모순된 조치를 내놨기 때문이다. 최근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상황도 문제다. 실제 이달 20일까지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362억 원으로 전월 대비 4조4,054억 원이나 늘었다. 3개월째 증가한 데다 증가폭도 커지는 추세다. 대출이 늘면서 집값도 들썩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3주 연속 상승했고, 실거래가지수도 1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규제 시행 직전 '영끌' 수요가 더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이번 조치가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채질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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