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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훈련병 사망 사건’에 직권조사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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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일 오전 서울 용산역 광장에 마련된 육군 12사단 박 훈련병 시민 추모 분향소에서 휴가 나온 장병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1명이 숨졌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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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제12사단에서 규정에 어긋나는 군기훈련(얼차려)를 받던 훈련병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데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가 차일피일 의결을 미루다가 민간경찰에서 수사를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방문조사를 결정한 건데, 군인권보호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5일 인권위는 “군인권소위가 육군 12사단 사건과 관련해 직권조사에 나설지 여부를 논의한 결과, 사망사고 가해 혐의자들은 민간경찰에서 구속 수사 중이라 인권위가 이들을 병행 조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다만 훈련병들에 대한 군기교육과 관련하여 해당 부대 등의 구조적 문제 등은 살펴볼 필요가 있어 직권조사가 아닌 방문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상 직권조사는 사회적으로 중대하고 인권침해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사안에 대해 위원회가 특별한 조사에 나서는 것이라면 방문조사는 일반적인 모니터링 수준의 조사로, 직권조사가 특별감사라면 방문조사는 일반감사에 해당한다.



군인권소위는 이날 3번째 소위 회의 끝에 12사단 사건을 방문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사망사건 직후 인권위 군인권보호국은 기초조사를 실시한 뒤 직권조사안을 상정해 5월28일과 6월4일에도 소위에 올렸으나, 5월28일엔 소위원장인 김용원 군인권보호관 겸 상임위원 개인 사정으로, 6월4일엔 김용원·한석훈 위원이 “급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결이 미뤄졌다. 이날도 김 위원은 “큰 틀에서 위원회가 법의 규정 범위를 넘어 직권조사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직권조사 여부를 전원위원회로 회부해 결정하자”며 결정 연기를 주장했다. 이 경우 다시 결정이 20여일간 늦춰질 수밖에 없는데, 직권조사를 주장했던 원민경 위원이 군인권보호국 직원들의 절충안을 수용하며 방문조사로 최종 결정됐다.



인권위 안팎에선 직무유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초대 군인권보호관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한겨레에 “진즉에 직권조사를 결정했어야 하는 문제”라며 “인권위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에 직권조사를 결정해 단호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6월4일 의결을 미룬 것부터 군인권보호관이 의지가 없으며 뭔가 눈치를 본다는 비난을 면키 힘들다”고 지적했다. ‘군 인권보호관’은 군대 내 가혹행위로 숨진 고 윤승주 일병 사건을 계기로 2022년 출범했으며, 소위 의결에 따라 사건에 조기 개입하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군에 시정조치와 정책권고, 피해자 보호조치 등에 나설 수 있다.



12사단에서 숨진 훈련병 박아무개씨는 지난 5월23일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다른 훈련병 5명과 함께 25kg가량의 완전군장을 착용하고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25일 숨졌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이 훈련병은 얼차려 당시 완전군장을 하고 뜀걸음, 팔굽혀펴기 등뿐만 아니라 ‘선착순’ 뛰기(특정 지점까지 반복적으로 빨리 뛰어오기)를 실시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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