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상 첫 ‘대마 흡연자>음주자’
‘가벼운 음주도 위험’ 연구 잇따라
정부, ‘음주 식생활지침’ 개정 검토
美주류업계 반발… 로비 통해 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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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지 않다”라는 통념이 사실 틀렸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미국에서 ‘적정 음주’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미 정부는 5년에 한 번씩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지침’을 발간하는데, 내년 개정판 발간 때 적정 음주량을 줄이려는 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젊은층을 중심으로 알코올 소비량이 줄면서 사상 처음으로 대마초 흡연자가 음주자 수를 넘어섰다. 음주를 둘러싼 세대 간 인식 차가 선명해지는 가운데 정부까지 공식적으로 주류 소비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재개하면서 주류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보도했다.
● “모든 음주는 해롭다”에 주류업계 발끈
미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가 30여 년간 권장해 온 음주량은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 이하(1잔은 알코올 14g·맥주 340mL 기준)다. 2020년 개정 당시엔 남성 권장량도 ‘1잔 이하’로 줄이려 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지침 변경”이라는 반발에 부딪혀 결국 “당과 알코올을 제한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점만 한 번 더 강조하는 데에 그쳤다.
하지만 내년에 예정된 2025년 개정판에서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알코올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판 검토를 맡은 HHS의 전문가패널들은 지난해 3월 미국의학협회(JAMA) 네트워크 오픈 저널에 “적당한 음주와 장수는 무관하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주류업계에서 으레 내세우는 “적당히 마시는 사람이 안 마시는 사람보다 장수한다”라는 각종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이들은 “대개 ‘비음주자’ 그룹에 ‘과거 과음했다가 지금은 질병 등으로 못 마시게 된 사람’까지 포함된 경우가 많다”며 “알코올의 위험성을 가리는 연구 결과”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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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저위험 음주’의 기준으로 남성은 하루 4잔, 여성은 2잔 이하를 제시해 왔지만, 지난해 “안전한 음주는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유럽 지역의 알코올 관련 암 발병 원인을 조사한 결과 절반은 과음이 아니라 ‘적당한’ 또는 ‘가벼운’ 수준의 음주 때문에 생긴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지난해 남성 권장량을 일주일에 15잔 이하에서 두 잔 이하로 파격적으로 낮췄다.
미 주류업계는 “권장량을 제시하지 않고 ‘마시지 말라’고만 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지침을 무시할 수도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의회에 로비 비용으로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반대 여론전에 나섰다. 미 켄터키주에서 발상한 버번위스키의 이름을 딴 초당적 의원 모임 ‘버번 코커스’ 회원들은 정부에 지침 개정과 관련한 추가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WSJ는 “최종 결과를 작성할 주체와 정보 공개 범위 등을 둘러싼 투쟁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 日서도 “술은 사회생활 필수” 인식 전환점
‘마시다’란 뜻의 일본어 ‘노무(飮む)’와 ‘소통’이란 뜻의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합친 ‘노미니케이션’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음주가 사회생활에 필수적이었던 일본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젊은층에서 무알코올 맥주 인기가 급등하면서 아사히맥주 등을 판매하는 아사히그룹홀딩스는 일본 국내 매출에서 3.5% 미만 저도수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10%였고, 2030년까지 이 비중을 20%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가쓰키 아쓰시(勝木敦志) 아사히그룹홀딩스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BBC방송에 “그동안은 우리가 술을 마시는 사람 관점에서만 무알코올 음료를 생산해 왔음을 깨달았다”며 “이젠 술을 마실 수 없거나 마시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BBC는 “‘금주(sober) 세대’가 일본 세수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주류업계에도 완전히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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