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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서울보다 넓다... 유람선·자전거·케이블카로 즐기는 일본 최대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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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가현 비와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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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호의 아침. 일출과 동시에 낚싯배 한 대가 바다처럼 넓은 호수를 가로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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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현을 아는 한국인은 많지 않을 듯하다. 일본 최대 호수 비와호를 중심으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보석 같은 지역이다. 최근에는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인근 오사카와 교토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조용하고 한적하게 즐기려는 외국인과 현지인의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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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가장 넓은 호수 비와호에서 여행객들이 요트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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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 235km, 바다같이 넓은 호수


400만 년 역사의 비와호는 호수 모양이 전통악기 비파(琵琶)와 비슷해 이렇게 불린다. 총면적 약 670㎢, 둘레 235km로 서울의 1.2배에 달하며 시가현의 6분의 1을 차지한다. 처음 보면 바다로 착각할 정도로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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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미시간호가 오쓰항에서 출항하자 분수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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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물은 주변 도시 전체가 식수로 이용할 정도로 맑고 깨끗하다. 덕분에 여름철이면 주변 백사장에 피서객이 몰려든다. 바다에서처럼 수영, 패들보트, 카약과 요트 등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한여름에는 불꽃축제가 열리는데 작년에 3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8월 8일 현청 소재지인 오쓰항 일대에서 1만 발의 폭죽이 장관을 연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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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호 근처 자전거 대여점. 전기자전거를 비롯해 다양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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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호를 또 다르게 즐기는 방법은 자전거 트레킹이다. 200㎞에 달하는 호수 주변으로 자전거 전용 일주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전체를 다 돌아보려면 1박 2일 정도 소요되는데 일주도로 곳곳에 호텔과 민박, 캠핑장이 있어 불편함 없이 사이클링을 즐길 수 있다. 자전거 대여소도 많아 동호인이 아니라도 호젓하게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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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호의 명물 유람선 미시간호가 오쓰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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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몸을 쓰기 싫다면 유람선을 타고 시원하게 호수 바람을 쐐도 좋다. 비와호에는 ‘미시간 크루즈’ 유람선이 운행되고 있는데 오쓰항을 출발해 약 1시간 동안 주변 관광지를 둘러본다. 미시간호는 시가현과 자매결연을 맺은 미국 미시간주에서 이름을 따 왔다. 19세기 미시시피강을 운항하던 증기선을 모방해 후방 패들 동력으로 움직이는 독특한 관광선이다. 연중무휴로 시간마다 출항하며 주말 야간에 예약하면 선상 뷔페와 라이브쇼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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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코테라스' 카페에서 맑은 날이면 호수가 한눈에 들어온다. 비와코테라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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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호 풍경을 한눈에 보려면 우치미산과 호라이산 사이 '비와코바레이(비와호밸리)'로 가면 된다. 해발 1,174m 산정에서 호수와 주변 풍광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기온이 산 아래보다 10도 정도 낮아 피서에도 안성맞춤이다. 케이블카인 비와코바레이 로프웨어(3,500엔)를 타면 15분 안에 정상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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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코테라스에 가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이용해야 한다. 한 번에 150명을 태우고 15분 만에 정상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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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선 주변 산줄기, 도시와 어우러진 비와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가을 단풍철 풍광을 최고로 치지만 여름에는 환상적인 운해, 겨울에는 설경이 아름다운 사철 관광지다. 요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사진을 올리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비와코테라스’ 카페에서 호수를 배경으로 찍으면 멋진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다. 시가현 특산물인 보이센베리(산딸기)로 만든 젤라토는 이 카페에서 꼭 맛봐야 할 메뉴로 꼽힌다.

백제 유민과 장보고... 한국과 시가현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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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시가현 가모군 히노초 오노에 있는 ‘귀실신사’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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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현에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신사와 사찰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가모군(蒲生郡) 히노초(日野町)의 ‘귀실신사’다. 백제 부흥군 귀실복신 장군의 아들로 추정되는 인물을 모시는 신사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699년 백제가 패망하면서 유민 700여 명이 이곳에 정착했다. 백제인(도래인)의 우두머리는 지역을 잘 다스려 고장 사람들이 신사를 만들고 지금까지 돌보고 있다고 한다. 아담한 신사와 오래된 돌무덤을 보고 있으면 머나먼 이국 땅에서 새 삶을 꾸려야 했던 백제 유민의 아픔과 함께 지금까지 이들을 귀하게 대접하고 있는 주민들의 정성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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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안개가 자욱한 히에이잔 엔랴쿠지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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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현의 대표 유적지로 히에이잔 엔랴쿠지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일본 천태종의 본산이다. 수많은 고승을 배출한 사찰로 관광객뿐만 아니라 불자들의 성지 순례지이기도 하다. 대웅전격인 근본중당은 복원 공사 중이지만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사찰이 창건된 1,200년 전부터 한 번도 꺼뜨리지 않은 ‘후메츠노호토(절대로 꺼지지 않는 법등)'가 볼거리다. '진정한 재물은 물질이 아니라 어두운 곳을 밝히는 것이다'는 가르침을 담은 법등이다. 천년고찰이라 요즘처럼 안개가 자주 끼는 날이면 이끼가 잔뜩 덮인 정원과 주변 고목들이 운치를 더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월령공주의 정령들이 숲 속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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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랴쿠지 경내에 있는 장보고 기념탑. 주지였던 지가쿠 대사가 당나라 유학시설 입은 은혜를 잊지 못해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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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눈길을 끄는 유적도 있다. 경내 한쪽에 우뚝 솟아 있는 장보고 기념탑이다. 서기 838년 주지를 지낸 지가쿠 대사(慈覺大師)가 당나라에서 10년간 구법 순례를 할 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해상왕 장보고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해 세운 기념비다. 푸르스름하게 이끼 옷을 입은 비석에 '장보고'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비와호 주변, 알고 보면 골프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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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타골프코스 북 코스 10번 홀 티박스에서 페어웨이를 보면 하늘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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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현은 40개의 골프장을 보유한 골프 천국이다. 일본에서도 이름난 골프장이 많은데 프린스 골프리조트가 운영하는 세타골프코스가 대표적이다. 각 18홀로 구성된 3개 코스 중 북·동 코스는 도쿄올림픽 골프경기장을 설계한 이노우에 세이치의 작품이다. 북 코스에서는 매년 LPGA 공식 ‘TOTO 재팬 클래식'이 열려 한국 선수들에게도 친숙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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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타골프코스의 카트에는 한국어 내비게이션이 탑재돼 있어 캐디 없이도 편하게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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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타골프코스 셀프계산대에서 골퍼들이 이용료를 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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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가 탑재된 카트에 한국어 안내 내비게이션이 있어 코스 정보와 스코어를 정리해주기 때문에 불편함이 없다. 셀프계산대가 설치된 최신 클럽하우스와 대규모 레스토랑을 갖춰 단체로 이용하기에 편하다. 일본 정원을 연상케 하는 정갈한 조경도 장점이다. 이용료는 평일 1만4,000엔, 주말 2만2,000엔이지만 카트 사용료와 캐디 비용이 없어 한국보다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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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노골프클럽은 난도가 높은 킹코스와 평탄한 퀸코스 36홀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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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쓰시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히노골프클럽은 회원제로 운영하는 36홀 골프장이다. 페어웨이가 평탄해 초보자도 편안한 마음으로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주말 기준 킹코스 1만1,500엔, 퀸코스 9,500엔으로 저렴한 편인데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여행사인 JTB· 도부투어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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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골프클럽은 일본에서는 보기 힘든 골프텔과 온천을 갖추고 있어 골프와 휴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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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골프클럽은 일본에서 드물게 101개 객실 골프텔을 갖춘 오래된 골프장이다. 천연 온천수를 활용하는 대형 온천탕을 갖춰 조용한 분위기에서 골프와 온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페어웨이는 대부분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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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풍스러운 클럽하우스가 인상적인 오쓰골프클럽. 27홀 규모로 한여름에도 산바람이 불어 시원하게 라운딩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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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홀 규모 오쓰골프클럽도 추천할 만하다. 다른 골프장에 비해 페어웨이가 1.5배가 넓어 초보자도 주변 경관을 즐기며 여유롭게 경기를 즐길 수 있다. 유럽의 고성을 연상케 하는 클럽하우스가 인상적이다. 일본 골프 관광사이트인 라쿠텐고라에서 예약할 수 있다. 평일 9,000엔, 휴일 1만6,000엔 이용료에 점심식사가 포함돼 있다.

호텔에서 호수 일출, 료칸에서 특별한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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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호와 붙어 있는 오쓰프린스호텔은 303개 전 객실에서 비와호를 조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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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쓰프린스호텔에선 아침 식사를 하며 비와호의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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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303개 전 객실에서 비와호를 전망할 수 있는 오쓰프린스호텔을 추천한다. 조식 식당에서는 일출을, 스카이라운지에서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수학여행단 이용이 늘어 한국 관광객 응대에 준비된 호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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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쓰시 오고토온천의 대표 료칸 유잔소. 야외 대욕장에서 별을 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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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 유잔소에서 맛볼 수 있는 만찬. 시가현에서 생산되는 우미소와 비와호에서만 나는 생선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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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숙소를 찾는다면 온천 료칸을 추천한다. 시가현에는 비와호를 중심으로 5곳에 온천이 있는데, 1,200년 역사의 오고토온천은 일본인도 많이 찾는다. 이 온천의 대표 료칸은 유잔소. 객실에서는 비와호를, 야외 대욕장에서는 별을 감상하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종업원이 상시 근무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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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카시 가마시카 빌라는 수목원 내 빌라로, 국립으로 운영되었으나 최근 민간기업이 인수해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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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카시 가마시카 빌라 앞 캠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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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을 좋아한다면 고카시 가마시카 빌라를 추천한다. 숲 속에서 온천욕과 바비큐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이다. 교토에서 JR 구사츠선을 이용해 기부카와역에 내리면 무료 셔틀버스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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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 개점한 마쓰키야 본점에서는 시가현의 자랑 오미규로 만든 전통 스키야키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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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3년 개점한 스키야키의 원조 마쓰키야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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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현은 일본에서도 물과 공기가 좋아 예로부터 농업이 발전했다. 특산물로 일본 3대 와규로 꼽히는 오미규와 지역 쌀로 빚은 사케 그리고 비와호에서 잡은 붕어로 만든 초밥이 유명하다. 붕어초밥은 가자미식해처럼 삭혀 먹는 음식으로 주민들은 초밥의 원류라 주장한다. 1883년 개점한 마쓰키야 본점은 오미규 스키야키의 원조라 자부한다. 마쓰키야 도쿄점의 스키야키는 일왕이 즐겨 먹었다고 한다.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오미규로 만든 햄버거스테이크로 달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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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쓰시의 한 전철역 풍경, 시가현은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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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가현과 비와호 위치.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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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현은 의외로 대중교통 접근이 쉬운 편이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JR 열차를 이용하면 교토역을 거쳐 현청 소재지 오쓰역까지 1시간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 현내에는 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 잘 연결돼 있다. 도로가 혼잡하지 않아 교토역에서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쓰(시가현)=글·사진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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