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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與는 한달차 초선, 野는 친명 친위대…'최고' 아닌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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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둘째 줄 왼쪽부터)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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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의 후보 신청 접수가 25일 마감됐다. 당대표 선거가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의 4파전 구도인 가운데, 최고위원(4명) 경선엔 장동혁(재선)·김민전·박정훈·인요한(초선) 의원과 김세의·김재원·김형대·박용찬·이상규·함운경(원외) 후보 등 10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1명을 뽑는 청년최고위원(45세 이하) 후보로는 진종오(초선) 의원과 원외 인사 10명이 등록했다. 최고위원 경선에 유일한 여성 후보로 나선 김민전 의원은 ‘여성 최다 득표자 당선’ 당규에 따라 사실상 당선이 확정됐다.

최고위원은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당무 전반을 심의·의결하며 당을 이끈다. 하지만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현역 의원 5명 가운데 장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의원직 1개월차 초선이다. 원외 후보들도 김재원 전 의원(3선)과 일부 기초의원을 빼면 공직 경험이 일천하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집권당 최고위원이라는 직함의 무게와 달리 후보들의 체급이 낮아졌다” “최고위 디플레이션(deflation·가치하락)”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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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기 전 장동혁, 박정훈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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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당대회에선 당권 주자의 ‘러닝 메이트’(running mate)를 자처하는 최고위원 후보가 다수 등장해 세(勢) 대결 양상도 보인다. 23일 한동훈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섰던 장동혁·박정훈 의원은 일찌감치 한 후보의 ‘러닝 메이트’를 자처했다.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진종오 의원도 ‘한동훈계’로 분류된다. 당 혁신위원장 출신인 인요한 의원과 박진호 경기 김포갑 당협위원장은 원희룡 후보의 권유로 입후보했다. 인 의원은 25일 당사에서 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달 동안 열심히 뛰어 원희룡 후보가 당 대표가 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당에선 이런 식의 경선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가 ‘마이너 리그’도 아닌 ‘루키(유망주) 리그’로 전락했다”며 “일찌감치 특정 당권 후보에 기댄 후보들이 등장하자 ‘뭣 하러 나가냐’는 정서가 빠르게 번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른바 ‘이준석 사태’ 때 선출직 최고위원 4명(김재원·배현진·조수진·정미경)이 사퇴한 뒤 비상체제로 전환한 선례가 있다보니, 당대표 후보들이 우군을 최고위에 심어두려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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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재출마를 위해 사퇴하기 직전 24일 최고위원회에 들어서고 있다. 오는 8월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지도부의 '친명 색채'가 짙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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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전당대회를 치르는 민주당도 최고위원 선거가 과거와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민주당은 후보군의 무게감보다 다양성이 문제다. 최고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김민석(4선)·전현희·이언주(3선)·민형배·한준호·강선우·김병주(재선) 의원 가운데 ‘비명계’는 전무하다. 외려 총선 기간 비명계를 원색적으로 비난해 논란을 일으킨 정봉주 전 교육연수원장과 김지호 정무조정부실장이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당에선 “고민정 등 비주류 최고위원이 공존했던 ‘이재명 1기’ 체제와 비교해도 확실히 거칠고 획일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최고위원 출사표도 사실상 ‘명비어천가’로만 채워졌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강선우) “당신이 가는 길, 우리가 함께 가겠다”(한준호) “이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김병주)는 식이다. 당내 일각에선 “최고위원 선거가 차기 리더를 발굴하는 대신 ‘이재명 친위대’를 뽑는 선거가 됐다”(수도권 의원)라거나 “무게감 있는 비주류 의원이 지도부에 합류해 서로 의견을 조율하는 민주당의 불문율이 깨졌다”(중진 의원)라는 한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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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이처럼 양당의 최고위원 선거가 ‘디플레이션 양상’을 보이게 된 건 2010년대 중반 도입된 당대표·최고위원 분리 경선 제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대표 선거 차점자가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배정될 때만 해도 차세대 리더들이 전당대회를 통해 두각을 나타냈는데, 최고위원을 따로 뽑기 시작하면서 그런 선순환 구조가 깨졌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과거 전당대회에는 차세대 잠룡들이 등장해 경쟁을 벌였지만, 요즘은 대통령 또는 대표와의 친소 관계가 당락의 최대 변수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대표·최고위원을 함께 뽑던 2014년만 해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지도부는 김무성 대표(당시 5선)에 서청원(7선)·김태호(재선)·이인제(6선)·김을동(재선) 최고위원 등 중량감 있는 인사들로 구성됐다. 민주당 역시 2012년 민주통합당 시절 전당대회에선 국무총리를 지낸 한명숙 대표에 문성근(원외), 박영선(당시 3선), 박지원(3선), 이인영(재선), 김부겸(원외) 최고위원 등 다양한 색채의 지도부를 구축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양 진영 모두 극단적 ‘팬덤 정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도부의 획일적 구성 압력이 강해진 결과”고 지적했다.

오현석·윤지원·강보현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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