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與 전당대회, 차기 대선주자 간 당권경쟁 양상
당 대표 당선 뒤 대선 나서려면 내년 9월 사퇴 시한
韓·元·羅, 임기 제한 대신…'민심에 따른 대안' 언급
당권 도전하며 '대선 불출마' 혹은 '임기 중 사퇴' 선언 부재
'당권-대권 분리' 정신 유명무실해지나…"대선 여부 명확히 해야"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나경원 의원(사진 왼쪽부터),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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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출마자들의 공통점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에는 당권·대권 분리 규정이 존재한다. 다음달 전당대회를 통해 뽑힌 당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당대표 임기를 절반 가량 채운 내년 9월에 사퇴하든지, 당헌·당규 개정이 단행돼야 한다.
통상적인 정치 문법이라면 당권 도전을 위한 배수진을 치는 의미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든지, 대선 도전 의사가 확고하다면 임기 단축에 대한 양해가 전제로 깔려야 한다.
그럼에도 '대선 불출마'를 확실히 선언하는 후보를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당대표 임기 도중 사퇴하겠다"는 언급 역시 안 하고 있다. 주요 후보들은 "민심이 부르면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기회주의적으로 해석되는 발언만을 내놓고 있다.
일단 당권부터 차지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뒤 상황에 따라 임기를 연장해 대권 도전까지 하려는 의구심까지 드는 실정이다. 총선 참패 이후 당의 혁신을 이끌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당대표직을 대선 가도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편으론 국민의힘이 비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당권 연임' 행보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불가피하다.
"민심이 요구하면", "누구라도 대선후보" 욕심 안 숨기는 주자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25일 SBS 라디오에서 '대선 불출마 선언'과 관련한 진행자의 질문에 "그것(대선 출마)을 접지 않으면 당이 너무 대선캠프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당이 특정인의 사람으로 바뀌는 것부터 해서 더 많은 대선후보를 가질 수 없게 되고, 스스로 우리 당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이라고 말했다.지난 23일 출마 선언에서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이다.
다만, 나 의원은 진행자가 '1년 동안 당을 잘 개혁해서 인기가 많아지고 당원들이 대선에 나와야 된다고 이야기 하면 어떻게 되는가'라고 묻자 "민심이 요구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다"며 "불출마를 했지만 그때 그러한 요구가 있고 저만 이기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대표직을 잘 수행할 경우라는 전제가 깔려있지만, 국민이 불러주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읽힌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윤상현 의원(왼쪽부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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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당권주자이자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및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유사한 입장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출마 당시 "가장 강력하게 우리 지지자들을 대변해서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저는 누구라도 대선후보로서 자격을 갖추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원 전 장관도 "우리 당 상황을 보면 사실 몇 달 뒤도 불안하다"면서도 "2년, 3년 뒤의 문제는 국민들께서 어떻게 불러주시느냐에 따라 생각할 문제"라고 했다.
당대표가 된 뒤 국민들에게 평가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대선에 나갈 수 있다는 취지다. 모 캠프 관계자는 "1년이라는 시간은 국민과 당원들에게 평가받기에 충분한 시간이 될 수 있다"며 "당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당대표가 돼도 제대로 못하면 다음은 없는 것이고, 잘하면 대선에 나가기 싫어도 자연스럽게 다음 길이 열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미 지지자들로부터 대선주자로 여겨지는 정치인들의 사정을 고려해달라"며 "당대표를 위해 대선에 못 나간다고 하면 당대표에 나서지 말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민심' 빌미로 원칙 수정하면? "이재명과 다를 바 무엇?"
하지만 당권주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지도체제의 안정성과 특정인에 의한 사당화를 막기 위한 '당권·대권 분리 규정'의 취지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려는 당원은 대선 1년 6개월 전에 당대표 등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사퇴해야 한다.
차기 대선은 오는 2027년 3월 3일이고, 이로부터 1년 6개월 전은 2025년 9월이 된다. 다음달 23일 전당대회를 거쳐 취임한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 한다면 2년 임기 중 절반인 약 1년만 채우고 물러나야 한다.
다만, 심각한 리스크가 부각되지 않는 한 새 당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1년 6개월 전에 물러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 당의 혁신인데, 다음 대선에 안 나오고 2년 임기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최소한의 조치"라며 "하지만 이미 머리에 대선 생각이 가득하니, 당대표직은 징검다리로 생각하고, 세(勢)를 불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2년 임기를 다 채울 수 있도록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손 본다면, 신임 당대표는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일임하게 되는데, 대선 직전 공천권, 당직 인사권 등을 통해 막강한 당 장악력을 획득하게 된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당원들의 지지를 받으면 어쩔 수 없이 대선에 나가야 한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당 장악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가 떠오르지 않나"라며 "만약 그러한 이유로 당권·대권 분리규정을 건드리면 이번에 당대표 사퇴 규정에 예외를 만든 '이재명의 길'과 다를 것이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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