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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국가가 성소수자 혐오로 인해 감당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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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 차별비용(사진=글항아리 제공) 2024.06.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기업은 얼마나 큰 손해를 보고 있는가?

국가가 성소수자 혐오로 인해 감당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책 '차별비용'은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성소수자 차별로 인한 비용을 분석했다.

저자 리 배짓은 30년 이상 성적소수자(LGBT)의 일생을 다루는 경제학을 연구한 바 있다.

성소수자가 교육·고용·건강에서 어떤 차별에 직면하고 있는지와 그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통계적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먼저 성소수자가 교육, 고용, 건강에서 어떤 차별에 직면하고 있는지, 그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를 통계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에서 수행된 어떤 조사에 따르면 13~21세 LGBT 학생 가운데 85퍼센트가 언어적 괴롭힘을 경험했다. 심지어 진보적인 국가라고 알려진 핀란드에서도 LGBT 학생의 36퍼센트가 성적 지향을 이유로 괴롭힘에 직면했다.

또한 책은 한 국가에서 성소수자 인구가 얼마나 될지 조사하고, 그들의 평균 임금을 파악하고, 전체 평균과의 격차를 추정한다. 이 격차와 성소수자 인구의 곱은 국가가 차별로 인해 경험하고 있는 암묵적 손실에 해당한다. 건강 부문에 대해서도 비슷한 접근법을 취해, ‘죽지 않아도 되었을’ 성소수자 사망자가 얼마나 되는지를 고려하여 이들이 총생산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었을지를 계산한다. 그렇게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인도의 경우 성소수자 혐오로 인해 GDP의 약 1퍼센트만큼 손실을 겪고 있었다. 케냐의 경우 1.6퍼센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최대 5.7퍼센트의 손실이 추정되었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이 차별 비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측정하기 어려워 미지로 남아 있는 비용도 많다. 교육 기회의 상실이 인적 자본 규모를 얼마나 감소시키는지, 성소수자의 가족이 얼마나 큰 비용을 지출하고 얼마나 많은 투자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는지, 성소수자 혐오로 인해 인재가 얼마나 유출되고 있는지 등은 숫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기업들은 성소수자 차별에 조금 더 기민하게 반응해오고 있다. 일례로, 2016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트랜스젠더가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일명 ‘화장실 법안’이 발의되었을 때 기업들이 앞장서 반대에 나섰다. 주에서 일자리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설비나 사무실을 철수시키고, 행사 개최지를 옮긴 것이다. 그 결과 노스캐롤라이나주는 12년 동안 37억6000만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됐다. 이 기업들은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데서 발생하는 이익을 잘 알았다. 차별에 반대하면 게이 소비자라는 틈새시장에 진출하고, 포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인재를 잡아둘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드러나는 비용 외에도, 직장에서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불필요한 노력을 들이느라 생기는 암묵적인 비용도 있다. 동료에게 정체성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업무에 투자했어야 할 자원을 소모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소수자를 차별하는 기업 문화가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수십 년 전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에 의해 논증됐다"고 알린다.

이 책의 논리는 인권운동가들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돕는 강력한 도구다. "결국 우리 삶에 물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관료와 기업들을 압박해야 하고, 그러려면 인권이라는 가치와 함께 인권이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소수자를 포용하는 것이 손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를 이들에게, LGBT 경제학은 포용에 함축된 실질적 이득까지 알려줌으로써 변화를 위한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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