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간
부동산 레버리지 비율 69.8%, 금리 인상기에도 1%p씩 상승
매크로 레버리지 비율 251.3%, 글로벌 대비 높아
가계 채무상환부담, 선진국 평균 대비 높아
기업 이자보상배율 3.3배, 선진국보다 낮아
저출생·고령화에 정부 의무 지출 증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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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기업·정부 부문의 부채 규모 비율을 보여주는 ‘매크로 레버리지’가 작년말 251.3%로 선진국보다는 낮지만 전 세계 대비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부동산 관련 레버리지 비율은 무려 GDP의 3분의 2에 달했다. 빚이 늘어나더라도 실질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곳에 사용됐다는 얘기다.
부동산 레버리지 비율 ‘금리 인상기’에도 올라
2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매크로레버리지 비율은 작년말 251.3%를 기록했다. 글로벌 기준(245.1%)보다 높았고 선진국(264.3%)대비로는 낮은 수준이다. 다만 가계·기업만 분류한 민간신용 비율은 207.4%로 선진국(160.6%)보다 높다. 장기추세선과 비교해선 2.7%포인트 낮아졌다. 2018년말(0.7%포인트 하락) 이후 처음으로 장기추세선을 하회했다.
출처: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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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별로 구분하면 기업이 113.9%, 가계가 93.5%, 정부가 43.9%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계정 기준년 개편으로 GDP가 6.1%가 늘어난 영향이다. 개편 전이었다면 기업은 122.3%, 가계는 100.4%, 정부는 47.1%로 더 높아진다.
한은은 “전체 신용에서 차주가 가계 또는 기업이 82.5%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2018~2020년 경제성장세 둔화와 민간신용 확대가 맞물리면서 매크로 레버리지가 빠르게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2017년말까지만 해도 매크로 레버리지는 206.7%였으나 5년 만에 무려 44.6%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주요국에선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감축)이 진행된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 부문 중심으로 레버리지가 한동안 상승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레버리지가 상승하더라도 실질부가가치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작용하면 긍정적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데 있다. 레버리지가 집중된 곳은 부동산이었다. 가계 주택담보대출 및 기업의 부동산·건설업 등 부동산 관련 대출 비율은 작년말 69.8%(가계 44.3%, 기업 25.5%)에 달했다. 부동산 대출 비율은 2013년까지만해도 0%대 상승했으나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2%대씩 상승하다 팬데믹이었던 2020년 무려 5.4%나 급등했다. 기준금리가 연 0.5%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영향이다. 그 뒤로 금리가 오르긴 했지만 연간 1%대씩 상승했다.
출처: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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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는 2월 제2회 한국최고경영자포럼에 참석해 “산업별 GDP 대비 대출 비중을 보면 전기장비, 전문과학 분야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실질부가가치가 높아진 반면 부동산업은 GDP의 두 배 넘게 대출이 늘어났음에도 실질부가가치가 크지 않았다”며 “지난 10년을 낭비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취약기업 비중 40.6%
가계의 경우 선진국 대비 채무상환부담이 높은 편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DTI·OECD 데이터 활용)은 2022년말 기준 203.7%, 자산 대비 부채 비율(DTA)은 51.0%로 선진국 평균(DTI 160.7%, DTA 28.5%)에 비해 높았다. 그러나 전체 가계대출에서 소득 하위 40%가 차지하는 비중은 33.4%로 선진국 평균(37.2%) 대비 낮았다. 빚을 내 집을 사기 위한 수요가 많기 때문에 차주 구성은 고소득, 고신용 차주 비중이 많다. 전체 가계부채 중 고신용 차주의 부채 비중이 78.6%에 달한다.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비율간 상관관계는 우리나라가 0.62로 11개국 중 가장 높았다. 영국, 일본 등은 마이너스를 보이기도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차타드(S&P)에 따르면 기업의 경우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총이자비용)이 작년에 3.3배로 하락했다. 선진국 평균(5.9배) 대비 크게 낮은 것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10.4배였으나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영업 활동으로 돈을 벌어도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미만의 취약기업 비중은 기업 수 기준 40.6%로 2014년 통계 집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선진국 평균(40.7%)에 근접한 수치다. 전체 기업의 차입금 총액 중 취약기업 차입금 총액은 18.5%로 선진국 평균(10.3%)을 상회한다.
취업기업과 취약부채가 증가했지만 재무구조가 나빠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전기전자, 석유화학 업종 등을 중심으로 투자 확대를 위한 차입이 늘어났지만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도 동반됐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차입금 의존도(총차입금/총자산)는 24.1%,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은 99.2%로 선진국 평균(32.8%, 151.9%)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25.1%, 105.1%)보다도 개선된 것이다.
정부 신용비율은 43.9%로 선진국(103.7%) 대비 크게 낮은 편인 데다 작년 총지출 규모가 610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1조7000억원 감소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다. 저출생·고령화 등으로 복지 분야의 의무지출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들어 공적연금이나 국채 이자 등 법령에 따라 지출 규모가 결정되는 의무지출 비중은 전체 지출의 53.2%로 재량지출(46.8%)을 초과했다. 한은은 “비기축통화국은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자본유출과 금융·외환시장 불안 가능성이 있다”며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작년부터 민간신용 증가세가 상당히 둔화하고 있지만 가계부문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적절한 운용 등을 통해 가계부채 비율을 줄여나가고, 기업은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해 부동산 등 특정 부문으로의 신용 쏠림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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