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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발사체 시장, 빠르게 진출해 독점적 지위 확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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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인터뷰
국내 첫 민간 발사체 기업, 다음 달 상장
내년을 시작으로 연 10회 발사 도전
“로켓은 수단, 우주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날 것”


매일경제

지난해 3월 브라질에서 시험발사에 성공한 이노스페이스의 발사체 ‘한빛 TLV’ [사진=이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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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류의 우주 개척은 ‘정부’의 몫이었다. 대기권을 통과할 수 있는 ‘발사체(로켓)’를 만들고, 위성을 탑재해 우주 공간에 내려놓는 일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주 개발이 가진 효과도 ‘경제적인 이유’ 보다는 국력을 알리고 국민에게 ‘애국심’을 고취하는 게 더 큰 효과로 작용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 발사에 성공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종전 대비 5분의1~10분의 1의 가격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게 가능해졌고, 달에는 수많은 광물과 함께 ‘물(얼음)’이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도 쏟아졌다. 우주 개발은 더 이상 ‘꿈’을 위한 도전이 아닌, 경제성을 찾을 수 있는 산업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로켓을 쏘는 민간 기업들이 하나둘 태동했다. 우주 개발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기업이 중심에 서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나로호, 누리호 등의 발사로 우주개발에 도전장을 낸 한국에서도 지난 2017년 첫 민간 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가 설립됐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노스페이스는 다음 달 상장과 함께 전 세계 상업용 발사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이노스페이스를 설립한 김수종 대표를 만나 상장 이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국내에서는 민간 발사체 기업이 없었다. 회사를 설립한 배경은 무엇인가

▷대학 시절 항공우주 분야, 그중에서도 하이브리드 로켓을 연구했다. 하이브리드 로켓을 연구하면서 ‘경제적인 로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업성을 고려하면 활용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민간 기업이 발사체를 개발하고, 발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솔직히 하지 못했다. 박사를 마치고 한화에 입사해 연구하던 중, 스페이스X를 앞세운 민간 발사체 기업들이 나타나는 걸 봤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이 기술이 상업적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겠다고 봤다. 누구도 하지 않았을 때 시도한다면 주도적인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창업했다.

▶하이브리드 로켓이란

▷서로 다른 기술을 합쳤다는 의미다. 로켓에서 하이브리드는 ‘고체로켓’과 ‘액체로켓’의 특성을 합쳤다고 보면 된다. 로켓 내부에는 연료 뿐 아니라 산화제 등이 들어있다. 하이브리드 로켓은 연료는 고체를, 산화제는 액체를 사용한다. 액체로켓처럼 추력 조절이 가능하고, 구조와 부품 수는 액체로켓보다 단순하다. 제작할 때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에게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을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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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사진=이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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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사는 많이 확보됐나

▷해외 위성사들 중심으로 계약을 완료했다. 수주 잔액은 170억원 정도다. 내년부터 상업 서비스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르면 내년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이다. 의미 있는 이익은 2026년부터 이뤄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6일 이노스페이스는 해외 민간 위성사 2곳과 ‘한빛(HANBIT)’ 소형위성발사체로 다중 발사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고객사는 이탈리아 ‘CShark S.r.l. (씨샤크)’와 태국 ‘EOS ORBIT (이오에스 오르빗)’이다. 이노스페이스 우주발사체 ‘한빛’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이탈리아 고객 위성 35기를, 2025년 태국 고객 위성 1기를 목표 궤도에 실어주는 상업 발사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로켓을 처음 발사했을 때 성공률은 상당히 낮다.

▷우리의 성공을 몇 프로로 말하긴 어렵다. 다만 우리는 지난해 브라질에서 시험 발사를 통해 1단 로켓에 대한 검증을 어느 정도 마쳤다. 처음부터 궤도 발사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성공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이브리드 로켓을 개발한 기업이 또 있나

▷국내에서는 우리가 유일하다. 미국, 독일, 호주에서도 하이브리드 로켓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있다. 우리가 가진 강점을 꼽자면 역시 기술이다. 고체 연료, 액체 산화제로 연소를 끌어내려면 액상의 산화제를 고압으로 분사해야 한다. 그때 펌프가 필요한데, 전기 모터 방식을 사용한다. 구조를 단순히 유지하면서 효율적으로 산화제를 공급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

▶상장을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실질적으로 전 세계에서 로켓 상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스페이스X와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미국의 로켓랩이 유일하다. 발사 서비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빠르게 진출하면 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 확보가 가능하다. 빠른 시장 진출이 필요하고, 결국 개발, 양산체제 구축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500억 정도 유치한다면 계획 상으로 일부 양산 확충하는 데 투입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발사체 개발에 쓴다. 재사용 로켓 개발도 하고 있다. 우수인력 유치에도 사용할 계획이다.

▶스페이스X와 차이점은

▷스페이스X는 대형 발사체다. 시장이 대형, 소형으로 분류되어 있다. 대형 발사체는 ‘버스’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한 곳에 여러 위성을 수송하는 형태다. 우리는 소형으로 ‘택시’와 같은 개념으로 봐달라. 현재 이 시장에서는 로켓랩이 유일한 기업이다.

▶현재 시장 상황은 어떠한

▷가격 경쟁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온타임’이 더 관심이 크다. 고객이 원할 때, 원하는 지점으로 발사체를 보낼 수 있느냐의 싸움이라고 본다. 로켓은 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대형 로켓은 여러 위성을 탑재한 뒤에 가는 길에 위성을 내려놓는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만 가야 한다. 하지만 특정한 곳에 띄우고 싶은 고객들은 대형 로켓을 이용할 수 없다. 그런 고객들이 우리를 많이 찾고 있다.

▶올해 사업 전략은 무엇인

▷1차적으로 발사체 라인업을 갖추는 게 목표다. 내년 3월 예정된 한빛 발사가 제일 중요하다. 차례로 한빛 마이크로, 한빛 미니를 출시하려 한다. 올해 매출은 위성 발사 서비스뿐 아니라 로켓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부품 공급 계약 등이 추진되고 있다. UAE 우주청과도 공동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 해외 협력 부분에서도 매출이 나올 것 같다.

▶국내 대기업, 우주청과의 협력도 진행되고 있나

▷기업간 협력은 열려 있고. 논의할 기회도 많다. 오픈 마인드로 협력하려고 한다. KAI, LIG넥스원과도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우주항공청 개청 이후 여러 프로젝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한 기업이 독점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콘소시움 형태로 시행하는 게 로켓 생태계 구축에서도 이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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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스페이스 발사체 연소 실험 장면 [사진=이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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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우주개발 기업의 움직임, 어떻게 보고 있나

▷컨택이 먼저 상장을 했고, 그다음이 이노스페이스다. 밸류체인 상에서 보면 업스트림 부분인데, 산업규모는 전체의 10% 정도다. 우주는 한번 진출하면 그로부터 파생하는 영향력이 상당하다. 업스트림 기업의 상장이 가진 의미가 크다고 본다. 수단이 생기면 이후 확장은 빠르게 진행된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면, 출시 이후 예상치 못한 많은 산업이 생겨났다. 우주도 마찬가지다. 우주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의 기회가 생길 것이다. 그때가 되면 ‘수송능력’을 가진 기업은 큰 기회를 갖게 된다. 발사체 기업은 ‘수단’이다.

▶내년 3월 발사가 중요해 보인다. 어디서 발사하는가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브라질에서 계획하고 있다.

▶재사용 발사체 연구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론적으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어도, 우주개발은 ‘해봐야 안다.’ 이론과 테스트가 상당히 다른 분야다. 그래서 우리는 해보고 있다. 추력 조절과 자세 제어에 성공했다. 3.5m를 떠올랐다가 다시 착륙했는데, 더 높이 올라가려면 넓은 시험 공간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실 로켓을 기반으로 이러한 실험을 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내년에 더 좋은 실험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지금도 연구진이 열심히 실험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어떤 기업을 만들고 싶은가

▷우주산업 밸류체인에서 수송 능력을 갖추게 되면 확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스페이스 모빌리티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다양한 상업 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발사 서비스를 시작으로 여러 밸류체인으로 영역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영역을 확대해 나가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스페이스 플랫폼 기업이 되고 싶다. 우주를 활용하고 싶을 때 찾는 기업으로 나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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