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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KF94 마스크 쓰라며 화재 현장으로 내몰아"… 경찰 내부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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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경찰 기동대 폭로글 화제
"효과 없는 KF94 마스크 쓰고 근무"
"지휘부는 고위직 방문 대비에 급급"
경찰 "오후부터 방진 마스크 지급해"
한국일보

24일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리튬)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 화재 수습 현장에서 구급차량이 현장을 빠져나오는 가운데, 현장에 배치된 경찰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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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 일차전지(리튬)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 화재 수습 현장에 투입된 현직 경찰이 상부의 지시로 방독 장비도 없이 근무했다며 비판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화성 화재 현장에 나갔던 경찰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직장 인증을 해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곳으로, A씨는 경찰청 소속으로 표기됐다.

"KF94 씌우고... 보여주기식 대응 급급"


경찰기동대에서 근무 중이라고 밝힌 글쓴이 A씨는 "(경찰 지휘부가) 기동대를 화재 연기와 유해 물질로 오염된 현장에 효과도 없는 KF94 마스크를 쓰고 들어가라며 사지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또 "아무런 방독·방화 장비도 없는 그 상태로 밥 먹는 시간 빼고 계속 근무를 세웠다"고 덧붙였다.

지휘부가 보여주기식 근무를 세웠다고도 비판했다. A씨는 "무책임한 지휘부는 그저 고위직이 현장 방문할 것에 대응하는 데만 급급했다"며 "고위직이 방문할 때 전부 길거리에 세워 근무시키고, 그분들이 가고 나면 그제야 다시 교대 근무를 시키는 게 무슨 의미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신없는 와중에 상황실에선 경찰청장에게 보고하기 위한 용도로 인명 피해, 피해 추산액, 출동 소방차 대수, 심지어 내부 사진까지 요구하며 현장으로 내모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A씨는 끝으로 "근무를 시킬 거면 최소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지급하고 시켜달라"며 "민간인과 다를 것 없는 상태로 독성 물질을 마시게 하다니 생각이 있는 거냐"고 물었다.

온라인서 공분 일어... "이게 경찰 실정"

한국일보

25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화성 일차전지(리튬) 화재 현장에 경찰기동대 인력이 제대로 된 안전 장비도 없이 투입됐다는 폭로가 나왔다. 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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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게시된 지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조회수 3만 회, 댓글 300개를 넘기며 화제가 됐다. 경찰청 소속을 인증한 다른 직원은 댓글을 통해 "수년 전 평택 물류창고 화재 때도 현장을 지키라며 기동대 경력 근무를 세워두고 마스크는커녕 아무것도 보급해주지 않았다"며 "당시 방독면 쓴 소방관이 '안전 장비 없이 근무해도 괜찮냐'고 먼저 물어봤을 정도로 말이 안 되는 행태였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댓글창에는 "10년 전 경찰기동대였던 친구가 담배도 안 피웠는데 왜 폐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는지 이제야 알겠다", "연기가 보인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마스크를 쓰기는커녕 오히려 킁킁대면서 냄새가 나는 곳을 발견해 발화점을 찾는 게 우리 경찰의 실정" 등 토로가 이어졌다.

경찰 "방독면 지참 지시, 방진 마스크 써"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방독면 지참을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25일 연합뉴스에 "화재 발생 후 해당 기동대에 방독면을 지참하도록 지시했다"며 "다만 화재가 난 공장으로부터 근무지가 150m가량 떨어져 있는 등 방독면을 쓰고 근무하기에 부적절한 상황이었고, 이에 KF94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장은 유해 물질 농도가 기준치 이하인 상태"라며 "오후 6시 30분부터는 방진 마스크를 지급해, 교대한 기동대는 방진 마스크를 쓰고 근무 중"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24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공장 관계자 3명을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아리셀 공장에는 26일 오전 9시부로 전면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진 상태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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