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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자립준비청년 절반 “자살 생각해 봤다”… 주거·경제 지원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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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자살 생각 경험 30.7%
우울 등 정신과 질병 경험 12.7%
한국일보

2023 자립준비청년 실태조사 중 정신 건강 관련 설문 결과. 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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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보호 조치가 종료돼 홀로서기에 나선 ‘자립준비청년’ 절반가량이 자살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고 그 가운데 20%는 최근 1년 사이에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호 종료된 자립준비청년의 건강, 교육, 고용 현황과 지원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3년 주기로 실시되는 ‘2023 자립지원 실태조사’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보호 종료 후 5년 이내인 전체 자립준비청년 약 1만 명 가운데 5,032명(여성 51.9%, 남성 48.1%)이 참여했다.

자립준비청년의 신체 건강 지표는 2020년 조사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가입자 비율은 56.7%로 13.8%포인트 증가했고, 최근 2년간 건강검진을 받아 본 비율도 53.4%로 6.3%포인트 늘었다. 1년간 병의원 진료가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20.7%로 3년 전 36.4%보다 감소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자립준비청년 의료비 지원사업’을 통해 본인부담금을 의료급여 2종 수준(본인부담 15%)으로 경감해 주고 있다.

하지만 정신 건강은 여전히 위태로웠다. 자립준비청년 12.7%는 우울, 불안, 공황장애 등 정신과 질병을 경험했고, 8.3%는 건강 문제로 일상생활에 제한을 받고 있는데 주된 원인은 정신과 질병(51%)이었다. 주관적인 삶의 만족도도 10점 만점에 5.6점으로 전체 청년 6.72점에 비해 크게 낮았다. 고립·은둔 비율은 10.6%로 전체 청년 2.8%보다 크게 높았다.

평생 한 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 본 적 있다는 답변은 무려 46.5%에 달했다. 2020년 50%보다 3.5%포인트 감소하긴 했으나 전체 청년 10.5%보다는 4배 이상 많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 생각을 해 봤다는 비율도 18.3%나 됐다. 주요 이유로 30.7%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과적 문제를, 28.7%가 경제적 문제를 꼽았고, 가정생활 문제 12.3%, 학업·취업 문제 7.3% 순으로 나타났다. 자살 생각이 들 때는 이야기를 나눌 친구나 멘토(30.3%), 운동 및 취미 지원(24.7%), 심리상담 지원(11.0%), 정신과 치료 지원(9.6%)을 필요로 했다.

복지부는 17개 시도 자립지원전담기관을 통해 정기적으로 생활 상담을 하고, 자살 고위험군에는 전문적 검사와 치료비,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 선배가 후배의 멘토가 돼 주는 ‘바람개비서포터즈’도 활동 중이다. 임아람 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보호조치 당시 정서적 충격과 시설 위주 단체생활에 따른 부작용 등이 근본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전 국민 마음건강 사업에 자립준비청년 대책을 담는 등 공적 지원을 더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2023 자립준비청년 실태조사. 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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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 10명 중 7명(69.5%)은 혼자 살고 있다. 절반(45.3%)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했고, 평균 주거비는 보증금 3,825만 원, 월세 28만8,000원이었다. 보증금은 주로 자립정착금(40.9%)과 공공임대 등 정부·지자체 주거 지원(38.8%), 근로소득 및 저축(33.4%)으로 마련했고, 월세는 근로소득·저축(65.5%), 자립수당(52.6%), 국민기초생활 주거급여(29.6%)로 충당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자립을 돕고 있지만, 다시 시설이나 위탁가정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청년이 적지 않았다(19.7%). 경제적으로 어렵고(28.0%) 외롭고 막막한 데다(26.3%) 일상생활 관리가 잘 안된다(23.9%)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국회도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아동복지법을 개정했다. 2022년 6월부터 본인이 원하면 24세까지 보호조치 연장이 가능해졌고, 올해 8월부터는 심리, 주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 일정 기간 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다시 생활할 수 있게 된다.

대학 진학률은 69.7%로 2020년(62.7%)보다 7%포인트 상승했으나 고등학교 졸업자 평균 72.8%보다는 낮았다. 취업 미취업 상태 구분 없이 월평균 소득은 165만 원, 평균 생활비는 108만 원이었다. 취업자 비율은 52.4%로 3년 전(42.2%)보다 개선됐다. 취업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임금근로자(95.6%) 중 정규직 또는 1년 이상 고용된 상용직이 77.6%였다. 특히 24세까지 연장보호를 한 경우가 대학진학률(83.7%) 취업자 비율(58.2%) 등에서 18세에 자립한 경우(각각 55.8%, 46.6%)보다 높아, 보호연장 제도가 실질적 자립에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자립준비청년들은 보호 종료 후 거주할 집 문제(26.9%)와 생활비·학비 등 돈 부족(23.2%), 취업 정보·자격 부족(17.9%)을 호소하며 경제적 지원(68.2%)과 주거 지원(20.2%) 등을 요청했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국가 지원이 확대되면서 자립준비청년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전체 청년과 비교하면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세심한 정책으로 자립을 돕겠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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