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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민주당 “반도체 세금혜택 더 주자”...주도권 잃은 정부는 “현행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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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도체 전방위 지원책 냈지만
與野 지원안보다 稅혜택 기간 짧아

野 공제율 10%P 올릴 때 정부 “유지”
업계 숙원 ‘보조금 지급’ 내용도 빠져

생태계 구축해 韓 경쟁력 제고 목표
팹리스·소부장 지원해 非메모리 육성


매일경제

[매경DB]


반도체산업 지원을 놓고 정부와 야당이 뒤바뀐 형국이다.

정부가 26일 내놓은 반도체 지원안은 여당과 야당이 각각 독자적인 지원안을 내놓은 데 이어 발표한 대책인 만큼 지원규모를 포함한 세부내용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정부안은 반도체 기업이 적용받는 세액공제율이나 세액공제 기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측면에서 여야안에 모두 뒤처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전날 전격적으로 나온 ‘야당표 K칩스법’은 훨씬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대기업특혜’와 ‘세수감소’를 이유로 반도체지원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과감하게 방향을 틀면서 정책주도권을 민주당이 완전히 잡고 나선 상황이 됐다.

업계의 숙원인 반도체 산업 보조금 지급이 민주당 방안에는 빠져 있어서 정부에서 전향적인 모습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당초 알려진 계획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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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 [사진 = 연합뉴스]


실제로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 전날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은 반도체 기술의 시설투자에 대해 25~35%, 연구개발(R&D)에는 40~50%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한다.

현재 시설투자에는 15~25%, R&D엔 30~50% 공제율이 적용되고 있는데, 공제율을 최대 10%포인트까지 올리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은 것이다. 반면 정부가 26일 발표한 방안에는 세액공제율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정부안은 세액공제 연장 기간 면에서도 야당안에 밀린다. 야당은 10년 연장을 제시한 반면 정부가 제안한 것은 3년 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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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정부는 민주당안으로 진행할 경우 세수감소를 우려된다고 밝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가 오히려 야당같은 모습이다. 반도체 생태계 구축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세계 주요국들이 사활을 걸고 지원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선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포함하는 비메모리반도체 분야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이 주로 투자하는 메모리반도체는 한국이 우위를 점한 반면 비메모리반도체는 자금 여력이 부족한 소기업과 스타트업이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비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은 주요국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한국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비메모리반도체 점유율은 3.3%(2022년 기준)에 그쳤다. 미국(54.5%)은 물론 일본(9.2%)보다도 훨씬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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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안에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 대책이 주로 포함됐다. 팹리스와 소부장, 제조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7월부터 17조원 규모의 저리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대기업은 산업은행의 일반 대출 대비 0.8∼1.0%포인트, 중소·중견기업은 1.2∼1.5%포인트 낮은 우대 금리로 설비·R&D 투자를 비롯한 신규 시설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현금 1조원, 현물 1조원 등 최대 2조원을 산은에 출자하기로 했다.

용인 국가산단 부지를 관통하는 국도 45호선 이설·확장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와 국비 지원도 추진한다. 용인 산단으로 용수를 공급하는 관로 구축 사업에 대해서도 예타 면제를 추진한다.

용인 산단에는 전력 공급도 지원한다. 1단계로 산단에 LNG 발전소를 세워 3GW의 전력을 공급하고 2단계로 장거리 송전선로를 구축한다. 장거리 송전선로의 세부 구축 계획을 8월 말까지 수립하고 구축 비용은 공공과 민간이 나눠 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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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최 부총리는 총 18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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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와 한국전력이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면서 삼성전자 등은 막대한 송전탑 비용 부담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용인산단에 필요한 14.7GW 전력을 조달하는 방안으로 현재 서남해권에 남아도는 풍력·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를 충남 태안 변전소에 모은 다음 110여㎞ 떨어진 용인 반도체 단지로 끌고 오는 방안이 거론된다. 태안 지역에 집결한 전기를 끌어오려면 수조 원대의 송전선로 건설 비용이 발생한다.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이 매년 수조 원대 전기요금을 부담하는데 송전망 구축 비용까지 낸다면 ‘이중 부담’이라며 한전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핵심 지원책인 보조금 지급이 빠졌다고 실망하는 분위기다. 미국·일본을 비롯한 경쟁국이 앞다퉈 보조금을 지급하는데도 한국은 간접 지원만 고집해 경쟁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이 많기 때문에 현금화가 가능한 보조금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며 “반도체 강국이 되려면 보조금 지급을 통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도 “세수가 부족하고 야당 동의를 얻기 쉽지 않겠지만 보조금 지급이 가장 확실한 지원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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