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삼식이 삼촌’으로 드라마 데뷔한 송강호는 “신인의 자세로 재미있게 임했다”고 말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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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팥빵이 먹고 싶어 사람을 죽였던 소년은 성인이 돼선 국회의원 집안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투표함 바꿔치기 등 불법도 서슴지 않았다. 가족과 친척·친구 등 주변 사람들을 배곯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삼시 세끼를 책임진다는 의미의 별명 ‘삼식이 삼촌’으로 불렸다. 모두가 배불리 먹는 나라를 만드는 게 꿈인 김산(변요한)을 만난 뒤엔 그를 국무총리로 만드는 계획을 세운다.
지난 19일 최종회를 공개한 디즈니 플러스의 16부작 드라마 ‘삼식이 삼촌’에서 배우 송강호(57)가 연기한 박두칠 캐릭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영웅과 악인을 오가는, 박쥐 같은 인물을 송강호는 섬세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입체적으로 만들어냈다.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박두칠이 어떤 사람인지는 16부작을 모두 봤을 때 비로소 분명해진다. (박두칠은) 현실에선 비열하고 추악한 짓을 하면서도 만인의 풍요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후유증이 남아있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군부 정권이 들어서는 격동의 현대사를 다뤘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신연식 감독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원형이 이 무렵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고, 그 원형을 찾아가는 느낌으로 그 시대의 인물과 사건을 그렸다.
송강호는 “변화를 꿈꾸고 그 꿈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지금 우리 주변에도 존재한다. 역사적 사건에 몰두하지 말고 가상의 이야기로 봐준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35년 연기 인생 첫 드라마로 ‘삼식이 삼촌’을 택한 이유도 스토리에 대한 공감이었다. “박두칠처럼 누구나 풍요를 꿈꾼다. 그렇지만 (풍요가 삶의) 목적이 될 순 없다. 드라마에서도 결국엔 살아남을 사람이 살아남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이 드라마를 찍은 것도 연기 인생에 있어 하나의 점인 순간들이다. 점을 찍어가다 보면 큰 격려도 받고 영광된 풍요의 순간을 맞이할 때도 있는 것이지, 상을 받기 위해 연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덧붙였다.
송강호의 말을 빌리면, ‘삼식이 삼촌’은 송강호와 신 감독이 찍은 세 번째 점이다. 신 감독이 각본을 쓴 김지운 감독의 영화 ‘거미집’(2023), 신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겸한 ‘1승’(개봉 예정)에 이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6일 만난 신 감독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단편적인 성격 말고, (긴 호흡의) 드라마에서 다양한 얼굴의 송강호를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박두칠의 ‘타고난 천성과 살아온 관성’을 모두 표현해낸,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명배우”라고 말했다.
‘삼식이 삼촌’은 ‘칸의 남자’ 송강호 주연작임에도 화제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글로벌 플랫폼에서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삼은 것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송강호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소구력이 부족한 시대물”이라면서도 “이 작품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 한국 콘텐트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일 것으로 확신한다. 앞으로도 의미 있는 작품과 캐릭터가 있다면 정해진 대열을 벗어나는 길일지라도 거침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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