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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국회가 부끄럽다, 브레이크 없는 정청래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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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의식, 브레이크 없는 막말

조선일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을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 청문회 당시 일방적인 의사 진행과 막말 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사진은 정 위원장이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고함을 치는 모습.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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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6일 국민의힘을 겨냥해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 “한번 붙어보자”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이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 청문회 등에서 고압적 태도로 회의를 진행했다며 정 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하자, 정 위원장도 “국회를 무단결석한 국민의힘 의원 전원을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맞받은 것이다. 정치권에선 “정 위원장이 강성 지지층에 기대어 브레이크 없이 내달리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정 위원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국민의힘이 자신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할 것이란 내용의 기사를 올리고 “나도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나에게 쏟아낸 인신공격성 발언들에 대해 모조리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며 “한번 붙어보자. 철퇴를 가하겠다”고 했다.

앞서 정 위원장은 지난 21일 민주당 단독으로 소집한 해병대원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서 “천지 분간을 못 하냐”는 등의 언사를 해가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출석 증인들을 상대로 10분간 회의장 밖 복도에 나가 있으라고 퇴장 명령을 반복해 논란이 됐다. 임성근 전 사단장에게 “현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으니 실질적인 지휘권이 있다는 ‘방증’아니냐”라고 물었다가 “방증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오자 “위원장이 그렇게 생각한다는데 어디서 그런 버릇인가. 위원장 생각까지 재단하는가? 토 달지 말고 사과하라”고 호통쳤다. 임 전 사단장에게 “천공을 잘 알고 있나”라고 묻기도 했다.

이종섭 전 장관에게는 “가훈이 정직하지 말자인가” “다양하게 예의 없고, 다양하게 모르나” “선택적 기억력을 갖고 있나”라고 했다.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는 “시원하게 답변하라는 뜻도 이름에 담겼나”라고 했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게는 “일부러 기억 안 나게 뇌의 흐름을 조작하지 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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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윤혜


이에 대해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왕따를 만들고 집단 폭행을 가하는 학교 폭력을 보는 듯했다”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정 위원장을 윤리위에 제소했다. 정 위원장은 추 원내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자신에 대한 제재를 요구한 데 대해 “초딩(초등학생)처럼 이러지 말고 용기를 내서 저에게 직접 요구하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법청문회 퇴장 조치를 놓고 국민의힘에서 구시렁대던데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국회의원에게도 질서 유지권을 발동하겠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지난 25일 법사위 회의장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충돌했다. 정 위원장은 법사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의사일정 문제를 제기하자 “그런데 성함이 어떻게 되느냐”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고 했다. 이에 유 의원이 “위원장 성함은 뭐냐” “공부는 내가 더 잘하지 않았느냐”고 맞받으면서 옥신각신하다가 회의가 정회됐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존경하고픈 위원장님”이라고 하자 정 위원장은 “존경할 마음도 없으면 존경하고픈도 자제하고 희화화하지 말라”고 맞받았다. 정 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 회의 장면을 편집한 영상을 올리고 “100만 갑시다”라고 썼다. 야권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층 일부에서 ‘속 시원하다’고 칭찬하자 이슈를 더 키워보려는 것 같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이후 자신의 법사위 의사 진행을 문제 삼는 국민의힘을 향해 “나는 법사위를 법대로 진행했다. 나의 진행에 불법적 요소가 있었다면 국회법 몇 조 몇 항을 위반했는지 지적하라”며 “지적을 못 할 거면 법대로 진행하는 위원장석에 찾아와 막무가내로 의사 진행을 방해한 점에 대해서 반성하고 사과부터 하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 진행 방해에 대해 윤리위 제소 검토 및 국회 선진화법(퇴거불응죄)으로 고발할지도 검토하겠다”며 “사과하지 않으면 앞으로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도 정 위원장의 의사 진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겸손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친명계 중진 정성호 의원도 “상임위 운영은 시간도 지키고 답변 기회도 주고 더 예의 있게 하는 게 국민이 보기에 더 좋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21대 국회 때도 대정부 질문을 하면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기름 먹어요”라고 물어 논란이 일었다. 한 장관이 “그게 무슨 소립니까”라고 되묻자 “왜 이렇게 깐족대요”라고도 했다. 지난해 6월 당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할 때 “땅땅땅” “땅 대표!” “땅 파세요!”라고 소리쳐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의 막말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상대가 같은 당 동료라도 예외가 없었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 최고위원 시절, 문재인 당대표의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 참배에 대해 “독일이 유대인 학살에 대해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에 참배할 이유가 있겠느냐”는 요지의 발언을 해 자기 당 안에서도 “국민 통합을 저해하는 도를 지나친 발언” 같은 비판이 제기됐었다. 2021년 10월 대선 국면에서는 문화재 관람료와 관련해 사찰을 “봉이 김선달”이라고 했다가 사과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대선판을 망친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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