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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중국인 다니는 학교? 안 보내"…애도, 어른도 뿌리 깊은 '은근한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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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웰컴인!' 대한민국

[편집자주] 이르면 올해 우리나라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된다. 다문화 인구, 장기 체류 외국인 등 이주배경 인구의 비중이 5%를 넘어서면서다. 합계출산율 0.7명으로 인구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대한민국. 국가소멸로의 질주를 멈출 방법은 사실상 이민을 늘리는 것뿐이다. 이주민 또는 다문화 시민들과 함께 화합과 번영을 이룰 방법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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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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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까만 친구한테 '깜둥이'라고 놀린 적 있어요." (10대 학생)

"중국인 다니는 초등학교? 그냥 일반 학교에 보낼래요." (30대 학부모)

"동남아는 아직까지는 못 살고불쌍하다는 느낌이 있죠." (50대 직장인)

다문화·다인종 사회가 빠르게 도래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이나 일상 생활에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이 남아있다. 이민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차별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3 교육통계'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학생 수는 총 18만1178명. 2021년(15만58명), 2022년(16만8645명)에 이어 꾸준히 늘어났다. 10년 전(6만8000명)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었다.


"백인 우호적" "중국인 학교 별로"… 학교 안팎 '은근한 편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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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발표한 '2023 교육통계'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학생 수는 총 18만1178명이다. 다문화 학생 출신국 비율은 베트남이 32.1%로 가장 많다. /사진=이지혜 디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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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회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경기도의 한 학교는 다문화 특별반을 만들어 한국어 보충 수업, 통역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일부 지역은 세계인의 날을 만들어 다양한 음식과 문화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문제는 은근한 차별이다. 특정 나라에 갖는 고정관념이나 감정 등이 응축되서 미묘한 차별을 낳는 경우가 있다.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의식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민 인권이 존중된다는 응답은 36.2%로 전년 대비 1.3% 하락했다. "우리 사회가 이주민에 차별적 태도를 지녔다"는 응답은 54.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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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중국인 학생 비율이 많아지면서 예비소집 안내문도 중국어로 제작됐다. /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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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에서 근무 중인 3년차 교사 김모씨(30)는 "중국인 친구들이 전학 올 때랑 카자흐스탄, 러시아 친구들이 전학올 때 아이들 반응이 다르다"며 "예쁘고 하얀 피부를 선호하는 외모 지상주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백인에 더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이모군은 최근 '짱깨' '깜둥이' '니거(nigger·흑인 비하하는 말)' 등의 표현을 들었다. 이군 학교는 전교생 50여명 중 절반이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출신이다. 이군은 "교실에서 '깜둥이' '짱깨' 하면서 밈처럼 말하는 것을 봤다"며 "니거는 인스타그램에서 피부색 어두운 친구를 놀릴 때 자주 쓰는 말"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수업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공공연히 드러낸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50대 박모씨는 "한국에 사는데 굳이 다문화 학교에 보낼 필요가 있나 싶다"며 "한국말이 서툰 친구가 있으면 수업 진도도 느리고 수준 차이도 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 차이를 두고 혼란을 겪기도 한다. 김씨는 "베트남은 어린 시절에 담배를 피워도 되고 카자흐스탄은 첫째가 동생을 데려다주고 학교에 지각해도 용인되는 분위기"라며 "이런 게 상충되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려워서 애매하다"고 말했다.


피부색 짙은 건설현장 사람들?… '고정관념' 없애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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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세계' 교과서에는 다른 나라 인사말 부분에 인도, 일본,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이스라엘, 중국 등이 나온다. 세계 아침 인사 노랫말에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만 적혀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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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유년시절 다문화 중요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특정 인종·나라에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부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다문화 관련 내용이 대폭 추가됐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초등학교 2학년 '세계' 교과서에는 다른 나라 인사말 부분에 인도, 일본, 미국, 프랑스, 스페인, 이스라엘, 중국 등이 나온다. 세계 아침 인사 노랫말에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만 적혀있다.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국어 국정교과서에 실린 삽화에서 안전모를 쓴 건설 현장 사람들은 모두 피부색이 짙다.

교과서를 모니터링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측은 "피부색 또는 모발색 등 색을 중심으로 한 단편적인 그림에서 벗어나 상황에서 드러나는 언행, 표정, 생김새 등 다양한 특징으로 다문화를 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전보다 다양한 사회와 국가 사례를 활용했지만 여전히 서구 중심 사고로 자료 불균형이 해결되지 못했다"며 "세계 여러 문화의 자료를 발굴하고 교과서 개발에 균형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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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1학기 국어 국정교과서에 실린 삽화에서 안전모를 쓴 건설 현장 사람들은 모두 피부색이 짙다. /사진=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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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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