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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러 "한국, 美에 대한 광적 의존 버려야"…우크라 무기 지원 경고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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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북러 조약 체결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재검토하겠다는 한국 정부에 대해 러시아 측은 실제 무기가 공급될 경우 양국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광적인 의존"을 버리고 미국의 종속국가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했다.

26일(이하 현지시각)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제12회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 법률 포럼의 부대 행사에서 "한국이 러시아와 관계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신중하지 못한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경고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이 전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어 "러시아 영토에 대한 공격과 민간인 살해를 위해 한국의 무기와 군사 장비가 우크라이나 네오 나치에 넘겨지는 것을 러시아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 당국이 미국에 대한 "광적인 의존"에서 벗어나 미국의 종속 국가가 되는 것을 중단하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현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미국에 의존하지 말라던 자하로바 대변인은 북한에 대해서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지원에 나섰다. 그는 "한반도 주변 정세는 서방의 잘못으로 위험한 벼랑 끝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해결 문제를 둘러싼 교착상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책임이 큰 이유에 대해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행동이 역내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진단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서방은 북한의 사회정치적 체제를 흔들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북한이)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내몰고 있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원인은 서방의 체제 흔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대화 대신 대결의 길을 선택했고, 한반도 분쟁 해결 과정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에 대해 전적인 책임이 있다. 그 결과 상황은 매우 위험해 졌다"라고 강조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한반도를 비롯한 러시아 동부 국경 지역의 안정을 촉진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거론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회원국이 진정으로 긴장 완화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도 이 방향으로 가는 효과적인 조치는 대북 제재 체제의 수정일 수 있으며, 빠를수록 좋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26일(현지시각) 제12회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 법률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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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러시아는 지난 3월 28일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에 반대하며 제재의 효용성을 상당히 떨어뜨린 바 있다.

러시아의 북한 지원에 북한도 러시아를 두둔하고 나섰다. 북한 강순남 국방상은 27일 담화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미국 미사일인 에이태큼스를 통해 크림반도에 위치한 세바스토폴을 공격한 것을 "야수적 만행"이라고 맹비난했다.

강 국방방상은 "우크라이나신나치스분자들(네오나치)은 송이폭탄(집속탄)이 탑재된 미국제 륙군(육군)전술미싸일(미사일) '에이태킴스'를 리용하여 로씨야(러시아)의 쎄바스또뽈(세바스토폴)시를 공격하였으며 결과 2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3명의 사망자와 15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로씨야의 령토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공격으로, 그 어떤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극악한 반인륜적만행으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국방상은 "엄중한 것은 로씨야의 공식인물들이 주장하는바와 같이 젤렌스끼(젤렌스키)괴뢰도당이 민간인들을 향하여 발사한 미싸일(미사일)이 다름아닌 미국제이며 상기 미싸일의 타격좌표를 기입한 것도 다름 아닌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로써 우크라이나분쟁의 직접적인 당사국, 특등테로(테러)지원국으로서의 미국의 실체는 더욱 유표해졌으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무기들이 로씨야의 평화적주민들에 대한 대량학살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립증되였다"고 주장했다.

강 국방상은 "죄악에는 엄벌이 따르기 마련"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당사국으로 된 미국은 로씨야의 그 어떤 징벌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여있으며 그러한 보복공격은 가장 정당한 방위로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세바스토폴 시장은 지난 23일 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큼스 미사일 3발을 발사했고 이에 어린이 2명을 포함 4명이 사망하고 153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북한 국방상이 이날 담화를 발표한 것은 러시아와 관계를 고려한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미사일이 하나의 폭탄 안에 수십~수백 개의 작은 폭탄이 들어 있는 이른바 '집속탄'이라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집속탄은 폭탄이 폭발하는 순간 작은 폭탄들이 퍼지면서 주변을 무차별적으로 초토화시키는 성질이 있다.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집속탄을 사용하면 민간인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번에도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을 포함한 세계 123개국은 지난 2008년 집속탄 사용, 생산, 비축, 이전을 금지하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을 만들기도 했다. 다만 여기에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에 집속탄이 포함된 데 대해 우크라이나에 탄약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북한 측은 7월 11일 최선희 외무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무고한 평화적 주민들까지 위태하게 만드는 반인륜적 만행을 감행하려 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러한 치사성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것을 결정한 것은 매우 위험한 선택이며 침략과 살육을 국책으로, 생존방식으로 삼고 있는 평화도살자로서의 정체를 다시 한 번 스스로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외교부는 자하로바 대변인의 주장에 대해 러시아 측이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러 관계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러시아 측이 실수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며 "또한 러시아 측이 북한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안보리 상임이사국답게 처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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