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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테무깡'이란 유행에 숨은 한국 플랫폼의 오만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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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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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는 다양한 게임 요소를 도입한 마케팅으로 소비자에게 적극 어필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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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냉정하게 본 진격의 테무' 1편에서 최근 급성장한 테무의 비결이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할인된 할인을 붙여주는 것도 성에 안 찼는지 구매 후 가격이 떨어지면 '차액을 포인트로 돌려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합니다. '테무깡'이란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는 건 우연은 아닐 겁니다.

# 테무의 집요한 '호객 행위'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인을 초대하면 수십만원 상당의 고가 제품을 공짜로 주는 이벤트도 엽니다. 소비자가 가는 곳마다 은근슬쩍 구매를 유도하는 장치들도 앱에 즐비합니다.

# 이처럼 테무는 한국 플랫폼엔 없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한국 플랫폼이 '플랫폼 위주'라면 테무는 철저하게 '소비자'를 겨냥합니다. 테무는 과연 싸고 위험한 플랫폼에 불과한 걸까요? 한국 플랫폼은 테무의 진격을 능히 이겨낼 만큼 경쟁력이 있을까요?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냉정하게 본 진격의 테무' 2편입니다.

지난해 7월 한국에 상륙한 중국 직구 플랫폼 테무가 어마어마한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4월 테무의 한국 이용자는 823만8000명으로 업계 1위인 알리익스프레스(858만9000명·이하 알리)를 턱밑까지 추격했습니다.

론칭 1년 만에 테무가 이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비결은 공격적인 마케팅에 있습니다. 제품 가격이 저렴한 건 물론이거니와, 첫 구매 고객에겐 할인에 할인을 붙여주는 '통 큰 서비스'를 제공해 혼을 빼놓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테무의 집요한 마케팅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이 파격적인 마케팅을 기자가 직접 체험했습니다.

1편에서 살짝 말씀드렸듯 기자는 19만3000원짜리 로봇청소기를 6만6000원에 샀습니다. 테무가 제공한 이런저런 할인을 모두 덧붙인 결과였죠. '그래도 뭔가 더 있을까' 싶었던 기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남긴 후기를 살펴봤습니다. 후기 중에 몇몇 글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벤트로 공짜로 구매했는데 성능 너무 좋아요". "로봇 청소기를 공짜로 살 수 있다니 말이 안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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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는 친구를 초청하면 고액의 상품을 경품으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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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돈을 주고 샀는데, 이걸 공짜로 받은 사람들이 있다고?".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테무 앱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무료 선물 받기'란 코너를 발견했는데, 여기에 5개 상품을 공짜로 준다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사은품 중에 아까 봤던 로봇 청소기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 이벤트에 참여한 소비자들이 '공짜로 구매했다'는 후기를 남겼던 겁니다.

기자도 냉큼 이벤트에 참여했습니다. 부모님께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에 로봇 청소기를 고르고 나머지는 비싸 보이는 제품들로 채워 넣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1만 코인을 얻고 선물을 가져가세요'란 문구가 뜨면서 예정에 없던 이벤트가 진행됐습니다. 화면에 돈덩이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면서 달성률을 보여주는 그래프가 알아서 올라갔습니다. 카드 뒤집기 같은 간단한 게임도 진행됐는데, 게임을 클리어하면 코인을 받을 수 있었죠.

그렇게 기자는 어느덧 9999코인까지 모았습니다. 마치 정해놓기라도 한 듯, 1코인만 더 모으면 5개 선물을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자 '5개 선물 무료 수령까지 코인 1개가 부족합니다'란 내용과 함께 카카오톡 아이콘이 화면에 떴습니다. 카톡으로 초청장을 보내면 최대 1코인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도 있었습니다.

'낚였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아직까진 괜찮았습니다. 1명을 초대하는 일쯤이야 어렵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친구에게 초청장을 보낸 뒤 전화해서 사정을 설명했더니, 다행히도 친구도 흔쾌히 초청장을 수락했습니다.

그런데 이벤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친구를 초청하고 받은 코인은 1코인이 아닌 0.5코인이었습니다. 기자가 가진 코인은 총 9999.5코인. 또다시 누군가를 초대해야만 했습니다. 여기서 기자는 이벤트 진행을 중단했습니다. 다른 지인에게 부탁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설령 수락한다 해도 1만 코인을 모으지 못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7~8명을 초대해야 이벤트를 클리어할 수 있다는 후기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막판에 포인트를 교묘하게 조절해 가면서 이벤트 참여자가 지인을 계속 초대하게끔 만드는 게 이 마케팅의 핵심이었던 겁니다.

이런 테무의 꼼수가 거슬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고가 제품을 무료로 얻을 수 있다는 건 메리트임에 분명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엔 '테무 추천인 단체방'을 손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접속해 보니 채팅방은 초청장을 주고받으려는 사람들의 대화로 북적였습니다. 초청장 마케팅을 통해 테무는 큰 힘 들이지 않고 이용자를 빠르게 모을 수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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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만이 아닙니다. 판매 유도에 최적화한 UI도 테무가 단기간에 실적을 불릴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꼽힙니다. 테무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는 인기 상품' '품절 임박 안내' 등의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합니다.

이런 '넛지(Nudge·행동유도)' 요소는 상세 페이지 외에도 상품목록, 장바구니 등 구매 동선動線에서 꾸준하게 등장합니다. 소비자가 '지금 이걸 사지 않으면 손해'란 생각이 들도록 꾸준히 어필하는 겁니다.

다양한 게임 요소를 동원하는 것도 테무 UI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테무를 이용하다 보면 선물 뽑기, 룰렛 돌리기 등의 게임이 진행됩니다. 여기서 뽑은 쿠폰이나 상품을 보상으로 지급함과 동시에 다양한 미션을 줍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테무에 더 오래 머무르고 재방문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이렇게 테무가 주도적으로 경품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건 테무가 판매·배송·보관 등 중간 유통 과정을 모두 떠맡는 '완전위탁 방식(Customer to manufacture·C2M)'을 채택하고 있어서입니다. 공장에서 생산한 물건이 테무 물류창고를 거쳐 소비자에게 직행하는 게 C2M의 핵심입니다. 재고를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테무는 생산자나 중간 유통사와 협의 없이 경품 이벤트나 특가 할인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더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셈입니다.

든든한 뒷배도 테무의 한국 공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테무의 모기업인 '핀둬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9.5% 증가한 2476억 위안(약 46조954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00억 위안(약 11조3784억원)으로 90.4% 불어났습니다.

현재 핀둬둬는 지난해 테무에 판매·마케팅 비용으로만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원)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핀둬둬가 탄탄대로를 걷고 있으니, 자회사인 테무도 지금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고수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테무 앞에 장밋빛 미래만 놓인 건 아닙니다. 현재 테무를 비롯한 중국 직구 플랫폼들은 잇단 유해물질 검출로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7일 인천본부세관이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장신구 성분을 분석한 결과, 총 404개 제품 중 96개(23.7%)에서 국내 안전 기준치보다 10~700배가 넘는 카드뮴과 납이 나왔습니다. 제품 안전성에 적신호가 켜져서인지 최근 성장세도 살짝 꺾인 모양새입니다. 테무 국내 이용자는 지난 3월 829만6000명에서 4월 823만8000명으로 0.7%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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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중국 직구 물품에 유해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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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하기 위해 테무는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와 '자율 제품안전협약'을 체결하고, 위해 제품의 판매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리·테무 등 중국 직구 플랫폼은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서 "문제가 있는 제품을 꾸준히 차단하면 테무를 둘러싼 부정적인 이슈도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무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한 마케팅을 통해 11개월 만에 이용자 수에서 알리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테무는 과연 어디까지 클 수 있을까요. 알리를 제치고 한국 시장에서 '직구 1위 플랫폼'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테무의 기세를 '애국 마케팅'으로 꺾을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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