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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엔화가치 38년來 최저···"美 금리인하 멀어지면 170엔 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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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160엔대 추락

日재무상 "필요따라 조치" 불구

美와 금리격차 커 효과 제한적

'新NISA'도 엔화 약세 부추겨

28일 美 PCE 물가지표가 관건

"예상 웃돌땐 추가 하락 가능성"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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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1엔에 육박하며 3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 달러 강세에 전 세계 대부분의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 엔화는 가장 큰 압박을 받는 양상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은 엔화의 과도한 약세가 경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을 경계하며 연일 외환시장 개입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미일 간 금리 차가 지속되는 한 일본 당국의 어떤 조치도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26일(현지 시간) 전 거래일보다 0.70% 오른 160.81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27일 오후 4시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160.40엔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986년 12월 25일(종가 161.45엔) 이후 최고(가치 최저) 수준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12% 넘게 하락하며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유로 대비 엔화 가치 역시 이날 171.80엔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 기록을 다시 썼다.

가파른 엔화 약세에 일본 당국은 외환시장에 대한 추가 개입 가능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27일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긴장감을 갖고 (엔화) 움직임을 분석해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 역시 전날 엔저 흐름이 급격히 진행되자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엔화 흐름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틀림없다”며 “지나친 움직임에는 필요한 대응을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개입에 나서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엔화 약세는 큰 폭으로 벌어진 미일 간 금리 차에 기인한다. 미국 연준이 연 5.25~5.50% 수준의 고금리를 1년 가까이 유지한 가운데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일본은행 역시 0~0.1% 수준인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 당국은 엔·달러 환율이 장중 160엔을 돌파했던 4월부터 한 달간 9조 7885억 엔(약 84조 6059억 원) 규모의 시장 개입을 단행했지만 효과는 일시적이었다. 밥 새비지 BNY멜론캐피털마켓 시장전략책임자는 “연준이 실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일본이 어떤 조치를 취하더라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본 정부가 개인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실시한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역시 의도치 않게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NISA가 실시된 후 투자신탁 등을 통해 해외 자산 매수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증가했다.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1~5월 일본 투자자들의 외화 자산 순매수 규모는 5조 엔에 달한다. 사사키 도오루 후쿠오카파이낸셜그룹 연구원은 “개인의 해외투자는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며 “엔화의 추가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결국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전제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28일 발표되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지수로 쏠리고 있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가장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PCE의 둔화세는 금리 인하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5월 근원 PCE가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하며 전월(2.7%)보다 둔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PCE가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일 경우 엔화 약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외환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미일 금리 차가 명확히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PCE가 시장 예상을 웃돌 경우 엔화 약세는 달러당 161~162엔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즈호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DS자산운용 등은 엔·달러 환율이 170엔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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