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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헌재 “뒤늦게 알게 된 상속 청구 기간, 10년 제한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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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등장한 상속자보다 기존 상속자 더 보호할 이유 없어”

조선일보

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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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상속인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사람이 이미 상속을 받은 사람에게 자신의 몫을 요구할 수 있는 기간을 10년으로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민법 제999조 2항의 ‘상속권 침해 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 중 민법 제1014조에 관한 부분을 위헌 결정했다.

민법 1014조는 상속이 개시된 이후에 새롭게 상속인으로 밝혀진 사람이, 이미 상속을 받았던 공동 상속인에게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이다. 혼인 외 출생자의 어머니나 아버지가 그를 법률상 자식으로 인지하는 등 추후에 상속이 결정되는 경우다.

민법 제999조 2항은 ‘상속회복청구권은 그 침해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뒤늦게 자신이 상속인이라는 걸 알게 된 사람은 자신이 법률상 자식으로 인지된 날로부터 3년, 상속 재산이 이미 나눠진 이후에도 10년까지는 ‘상속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미다.

이 조항에서 헌재는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을 ‘침해 행위(상속재산의 분할 또는 처분)가 있은 날부터 10년’으로 제한한 부분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 조항은 상속권을 뒤늦게나마 보상해주겠다는 입법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완전히 박탈한다”며 “10년 후에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이 이뤄진 경우에도, 추가된 공동 상속인의 상속분가액 지급청구권을 원천적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또 헌재는 “기존에 상속을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 또 다른 상속인이 추가되면서, 이미 받은 상속 재산 중 상당액을 반환해야 하는 게 당혹스러운 일일 수 있다”면서도 “상속 재산은 자신의 노력이나 대가 없이 취득한 재산이므로, ‘추가된 상속인의 상속권’을 회복할 기회를 희생시키면서까지 ‘기존에 상속받은 사람의 상속권’만을 더 보호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 재판관은 “기존 상속인들은 10년이 지난 후에도 새로운 상속인이 추가되는 것을 예상하기가 어렵고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며 “이미 상속 재산에 대한 분할 또는 처분이 이뤄진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돼 그 법적 지위가 기약 없이 불안정해진다”며 반대 의견을 남겼다.

이 사건 헌법소원을 낸 A씨는 2019년 어머니로부터 자신의 생부가 B씨라는 사실을 듣고, 2021년 12월 친생자 인지 청구 소송을 통해 B씨의 친자식임을 확정했다. 이로써 A씨는 1998년 B씨가 사망하고 상속이 개시된 지 23여년 만에 자신이 상속자임을 알게 됐다.

하지만 A씨는 상속이 이뤄진 후 10년까지만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민법 제999조 2항에 따라, 이미 상속을 받았던 공동 상속인에게 자신의 상속분을 요구할 수 없었다. 이에 A씨는 “자신이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2021년 12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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