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2020년 7월 문재인 정부 통일부 장관 후보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있던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 본부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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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강한 더불어민주당 8·18전당대회에서 몇 안 되는 관전 포인트는 이재명 전 대표의 대항마가 나타날지다. “비명(친문+86그룹) 대표주자가 깃발을 들어야 민주당에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당 안팎에서 대항마로 자주 거론되던 이가 이인영 의원이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 출신에 문재인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내 86그룹과 친문을 아우르는 대표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와 동갑(1964년생)이지만 2000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영입된 5선(17·19·20·21·22대) 의원이고, 당에서도 최고위원·원내대표를 거쳐 “밀릴 것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의 주변에선 최근까지 “나갈 생각이 반반인 것 같다”라거나 “이 의원이 ‘나 나가도 되냐’고 묻는 것으로 봐선 아주 생각이 없는 것 같지 않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 의원도 21일 라디오에 나와 “이 전 대표가 연임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보다는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27일 현재 이 의원은 불출마로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운동권 출신인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의원이 ‘출마하지 않겠다’더라”며 “이번 전대는 ‘이재명 판’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을 잘 아는 인사도 “전대에 안 나가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1987년 11월 15일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영호남 시민결의대회에서 지역감정 해소를 호소하고 있는 이인영 전대협 1기 의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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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의원회관에서 마주친 이 의원은 출마 여부를 묻자 “내가 뭘 입장을 밝히느냐”고 반문했다. 부정적인 뉘앙스였다. 그는 대신 “최재성(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가서 물어보라”는 아리송한 답을 했다. '이인영 출마설'을 공개적으로 처음 언급한 이가 최 전 수석이다. 둘을 잘 아는 민주당 중진 의원은 “두 사람은 서로 의견을 나누는 사이가 아니고 가깝지도 않다”며 “괜히 본인 이름을 꺼내 이런 상황을 만든 게 불쾌하다는 의미 아니겠냐”고 했다.
하지만 당에선 이 의원이 거쳐온 정치 행보나 당내 위상을 고려할 때 개인적 판단만으로 불출마를 택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의원이 상징하는 86그룹이 위기에 빠진 가운데 반전 카드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을 거치며 원내 86그룹은 크게 줄었고, 이들의 정치적 위상도 급감했다. 자연스레 “이 의원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이번 기회에 ‘민주당이 이재명 당이 아니다’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전대에서 지더라도 건강한 목소리를 내야 당내 민주주의가 산다. ‘내가 이재명의 대안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 만약 이번에 안 나서면 영영 기회를 잃고, 86그룹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평가 토론회에서 이인영 의원(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은 김민석 의원.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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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답을 하지 않는 이 의원에게 일부는 “형, 이럴려고 5선 했어요?”라는 거친 반문도 했다고 한다.
출마를 반대하는 이들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이들은 “나갔다가 한 자릿수 득표를 하면 다음 기회는 더 없다”라거나 “개딸(이재명 극성 지지자)에게 집중공격을 받고 정치적으로 소모되기만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한 86그룹 인사는 “지금 이재명 쪽이 원하는 건 들러리다. 추대되면 책임도 100% 지게 되기 때문”이라며 “이인영이 나가서 떨어지면 이재명만 좋은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이 의원의 선택지는 현실론이었다. 그는 주변에 불출마 뜻을 전하며 “지금은 이 전 대표에게 주도권을 줘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2017년부터 매년 해왔던 비무장지대(DMZ) 통일 걷기 행사를 위해 7월 말 접경지대로 떠난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위원장 이춘석 의원)는 28일 이 전 대표 추대 여부를 정한다. 전재수(부산 북갑) 의원, 김두관 전 의원 출마설은 소문만 무성하다. 한 비명계 인사는 “아무도 출마하지 않는 모습을 국민은 현실회피로 볼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민주주의도, 패기도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김효성·김정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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