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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7일 서울역 플랫폼에서 인터뷰 중 "여당은 국민에게 와닿는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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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전 장관은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19차례, ‘신뢰’를 16차례 언급했다. 대선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을 거쳐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위원을 지낸 그는 “당원과의 신뢰, 당정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 장관의 이날 스케줄은 30분 단위로 빼곡했다. 이른 아침 서울역에 도착한 원 전 장관은 “총선 후 살이 10㎏ 빠졌는데, 다시 찔 여유도 없이 바쁘게 다니고 있다”고 말한 뒤 곧장 승강장으로 향했다. 인터뷰는 부산행 KTX 열차의 객실 간 통로에서 이뤄졌다. 승객 중엔 의자에 앉은 원 전 장관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거나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이들도 있었다.
Q : 출마 결심이 가장 늦었다
A : “4·10 총선(인천 계양을)에서 패배한 뒤에는 선거에 나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책임감으로 나섰다. 나는 윤석열 정권을 함께 만들고 운명도 같이하는 ‘창윤’이다. ”
Q : 4명의 후보 중에 왜 원희룡이 적임자인가
A : “더불어민주당은 각종 탄핵으로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피하려고 한다. 어설픈 리더십에 당을 맡겼다간 2017년 탄핵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 집안이 분열되지 않게 끌고 나가는 게 리더다. 국회의원 세 번, 도지사 두 번에 대선 후보와 장관까지 해봤다.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준비된 후보다.”
Q : 지지율이 압도적이진 않다
A : “인기는 첫눈에 반하면 얻을 수 있지만, 어려운 일을 해내는 동지적 신뢰는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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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서울역을 출발에 부산을 향하는 KTX에서 "팬덤 정치는 경계해야 할 민주주의의 병폐다. 팬덤에 지배되지 않도록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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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친윤 후보인가
A : “친소 관계로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친윤이다. 사적 관계로 시작해서 법무부 장관까지 올랐다. 나는 누구처럼 넥타이를 받은 적도, 밥 한 끼도 얻어먹은 적이 없다. 나는 경선 경쟁자였지만 정권 창출을 위해 깨끗이 승복했다. 그 뒤론 모든 경험과 능력을 국정 수행에 다 바쳤다.”
Q : 이른바 ‘윤·한 갈등’은 어떻게 보나
A : “총선 직후 식사 자리에서 전당대회 얘기를 했다. 한 전 위원장은 ‘내가 왜 나갑니까’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한 입장도 충분히 들었다. 내용을 옮길 순 없지만, 적어도 당 대표를 맡겠다면 1호 당원이자 국정에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이 있는 대통령과의 갈등을 풀고 나왔어야 했다. 인간관계와 정치의 기본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는 것 같다.”
Q :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을 ‘공적 관계로 대하겠다’고 했다.
A : “친소 관계로 시작했는데, 공적 관계로 풀겠다는 건 이재명에게나 할 이야기다. 인기가 떨어지면 비판해서 차별화를 한다? 분열과 배신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 정치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난도가 높은 차별화를 부추기는 주변 세력이 있는데,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당겨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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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7일 부산으로 가는 KTX를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향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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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전 장관은 ‘한동훈 대세론’에 대해 “실체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당의 전통과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당원들의 신뢰는 영원하고, 인기는 잠깐”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의 이름을 언급할 때면 어조도 강해졌다. 그는 “배신의 정치는 성공 못 한다”고 힘주어 얘기했다.
Q : 지지층 사이에선 ‘한동훈 팬덤’이 실재한다
A : “팬덤 정치는 망국병이다. 맹목적인 지지에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공격적인 팬덤은 합리적인 토론을 불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민주당이 이재명의 ‘어버이 수령당’이 됐다. 진짜 리더라면 팬덤에 취해서는 안 된다.”
Q : 이재명 전 대표 재판 지연의 책임이 ‘한동훈 법무부’와 무슨 상관인가
A : “법무부는 인사권과 감찰권이 있다. 재판에서 유죄를 만들라는 게 아니다. 법무부가 공판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했는데 그게 안 됐다. 재판 지연에 법무부·검찰의 책임이 크다. 만나는 당원들이 다 지적하는 이야기다. ‘수사 지휘권이 없다’며 책임을 돌리는 화법은 굉장히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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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이 27일 오전 부산시청을 방문해 박형준 부산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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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채 상병 특검법 수정안(대법원장 추천권)은 어떻게 보나
A :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마다 전부 특검법 수정안을 낼 건가? 반대를 확실히 해줘야 그사이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를 끝낼 수 있다. 당에서 공수처 수사 후 특검을 하자고 결의까지 했는데, 이거 아니면 틀렸다고 하면 의원들이 승복하겠나? 누구와 토론했는지도 모르는 걸 언론을 통해 발표하고, 자신과 다르면 구태라고 얘기한다.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Q : 당 대표가 되면 당정 관계를 어떻게 이끌 건가
A : “대통령실과 현안을 논의할 때 입장이 다르면 때론 책상도 치면서 토론할 거다. 신뢰가 있는 사람이 말하면 70%도 수용할 수도 있다. 대통령의 소통 방식과 인사도 변해야 한다.”
Q : 나경원 의원과 연대할 것인가
A : “구체적인 이야기는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이 순간부터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그 순간까지 언제든지 길은 열려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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