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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70대 경영진·기술력 부재…日언론 "라피더스 대실패" 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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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더스 회장·CEO 모두 70대 고령
기술혁신 빠른 반도체 트렌드에 뒤처져
GAA 등 초미세공정 기술 이해 부재
칩 양산해도 고객사 확보 난항 전망


파이낸셜뉴스

히가시 데쓰로 라피더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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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반도체 산업 부활을 노리는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들로 꾸려진 반도체 합작 회사 '라피더스'에 천문학적 지원금을 투입하고 있는 가운데 라피더스가 추진 중인 2나노미터(1nm=10억분의1m) 개발·양산 계획이 실패로 끝날 것이란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70대 최고경영진이 이끄는 라피더스 등 일본 반도체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반도체 산업 트렌드 및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 상황에서 설계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간 초미세공정 개발·양산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지적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매체 '현대비즈니스'는 최근 보도한 '세금 1조엔(약 8조7000억원)을 쏟은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가 대실패할 것 같은 3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첨단 2나노 로직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내건 라피더스의 꿈이 실현될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주도로 출범한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대기업 8곳이 합작해 설립한 반도체 회사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 대만 등에 내준 반도체 주도권을 탈환하려는 목표 하에 라피더스에 지난해부터 1조엔 규모 보조급 지급을 약속하며 대대적인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라피더스는 2025년까지 2나노 공정 칩을 시험 생산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에 들어간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대비즈니스는 이 같은 라피더스의 계획의 불안 요인으로 고령의 경영진을 꼽았다.

히가시 테로 라피더스 회장과 코이케 준요시 최고경영자(CEO) 모두 70대로, 라피더스 경영진에 복귀하기 전까지 반도체 현업에서 물러난 지 오래였다. 이에 현대비즈니스는 "기술혁신이 빠른 반도체 업계에서 70대 콤비가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해 세계 1위로 올라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이끌긴 무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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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피더스 로고.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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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매체가 지적한 라피더스의 또 다른 리스크는 초미세공정 기술력 부재다. 현재 파운드리 업계 최선단공정인 3나노를 양산하고 있는 곳은 업계 1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단 2곳에 불과하다. TSMC와 삼성전자 모두 2025년 중 2나노 양산을 시작한다. 반도체 양산을 위해선 안정적 수율(양품 비율) 관리 등이 필수인데,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기술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파운드리 업력이 오래된 TSMC와 삼성전자조차 초미세공정 생산성 한계 극복은 최대 난관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와 함께 TSMC도 2나노부터 반도체 미세화로 인한 누설전류를 줄이기 위해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할 예정인데, 라피더스는 기존 핀펫(FinFET) 뿐 아니라 GAA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혔다. GAA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면을 감싸 데이터 처리속도와 전력효율을 높인 기술이다. 삼성전자가 업계에서 가장 먼저 3나노부터 GAA를 활용해 칩을 양산하고 있다.

현대비즈니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2000년대에 첨단 로직 반도체에서 손을 뗀 일본은 GAA는커녕 핀펫조차 알 수 있는 기술자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라피더스는 GAA를 배우기 위해 IBM의 최첨단 반도체 연구개발 거점인 올버니 나노테크 연구단지에 100명의 기술자를 유학 보냈지만, 이들의 평균 연령은 50세가 넘는다"고 꼬집었다.

이 매체는 라피더스가 2나노 생산에 성공한다해도 양산 실적이 없어 글로벌 고객사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사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의 주문을 받아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고객사 확보 여부에 따라 실적이 크게 갈린다.

현대비즈니스는 "경영자는 '퇴역병'인 70대, 현장도 경험이 부족하고, 양산은 어려운데다 성공해도 구매자를 찾을 수 없다"면서 "이 프로젝트에 1조엔의 혈세를 쏟아붓는 것은 경제안보라는 이름 아래 반도체 산업이 정·관계의 이권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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