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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필리핀에서 열린 미식 포럼 “미식은 지역 관광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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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식 포럼’에 참석한 이들이 세부 음식 ‘푸소’ 상징물을 들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도이야 칼레자 ‘비비시’ 디렉터, 주라브 폴리카슈빌리 유엔관광청 사무총장,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프라스코 필리핀관광부 장관, 주나드 찬 라푸라푸 시장. 필리핀관광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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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으론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여행지가 세계적인 미식 관광지로 탈바꿈할 수 있을까. 필리핀 세부 얘기다. 우리로 치면 부산쯤 되는 필리핀 제2의 도시 세부는 이름난 해양레저 관광지이자 휴양지다. 이곳에서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미식포럼’이 열렸다.



필리핀 관광부는 지난 26일 세부 막탄섬에 있는 ‘상그릴라 막탄 리조트 앤 스파’에서 유엔관광청(UN Tourism), 스페인 바스크 요리센터(BCC) 등과 공동 주최한 ‘제1회 유엔 미식관광(Gastronomy Tourism) 아시아태평양지역 미식포럼’을 개최했다.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미식포럼에 유엔관광청이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한국, 일본, 방글라데시, 부탄, 칠레, 중국, 미국, 독일, 베트남, 브루나이, 이란, 일본 등 40여개 회원국에서 온 관광 관계자 600여명이 참가했다.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프라스코 필리핀관광부 장관은 개회 연설을 통해 “세계와 아시아태평양지역이 협력해 미식관광 개발과 성공 모델 창조 등 공생 관계 구축을 위해 이번 포럼이 열리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긴 역사와 문화유산을 가진 세부야말로 미식 토론 하기에 ‘적합한 장소’”라며 세부 전통식 ‘레촌’(새끼돼지통구이), ‘아도보’(고기조림), ‘시니강’(타마린소스로 신맛을 낸 수프) ‘푸소’(야자수 잎으로 싼 후 찐 밥요리) ‘할로할로’(디저트) 등을 언급했다. 그는 덧붙였다. “미식관광은 당연히 성장하고 있는 역동적인 분야로, 경제 성장과 발전, 국가 간 문화 교류에 엄청난 잠재력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세부) 현지 맛과 요리 전통을 (세계인에게) 보여줌으로써, 필리핀인들의 마음과 영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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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포럼’에 참가한 여러 나라 대표들. 한국 대표로는 문화체육관광부 김근호 관광산업정책관(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이 참석했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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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는 주라브 폴리카슈빌리 유엔관광청 사무총장, 이도이야 칼레자 ‘비비시’ 디렉터, 주나드 찬 라푸라푸 시장, 홍콩 유명 레스토랑 ‘베아’의 비카 쳉 유엔 미식관광 홍보 대사 등이 참석했다. 한국은 김근호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정책관 등이 동석했다. 주라브 폴리카슈빌리 유엔관광청 사무총장은 “미식은 곧 문화이며 교육”이라며 필리핀에 미식 교육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이번 미식포럼은 ‘사람과 지구를 위한 미식관광’을 주제로 △미식관광의 혁신성 △기후위기시대에서 지속가능성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성장 가능성 등을 모색했다. 지역사회 환경을 활용한 모범 사례와 지식도 교류했다.



미식은 푸디(Foodi, 식도락가·미식가·음식에 열광하는 이), 푸디즘(Foodism, 음식 신봉주의) 등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주목받아온 문화 콘텐츠인데, 10여년 전부터는 여행의 중요한 동기로 급부상했다. 즉각적인 직접 체험이 가능한 미식만한 관광 상품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에스엔에스 발달로 세계는 취향을 공유하는 시대를 맞았다. 여행을 통해 한 나라를 이해하는 방식이 ‘볼거리’에서 ‘먹을거리’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2003년에 설립된 비영리기구 ‘세계음식여행협회’(WFTA)가 낸 자료를 보면, 여행자의 80%가 여행하는 동안 인기 레스토랑 등을 검색한다고 한다. 여행자의 34%가 방문지의 미식 경험을 여행의 우선순위로 둔다는 통계 기록도 있다.(부킹닷컴 지난해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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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포럼’ 행사장에 등장한 필리핀 전통 음식.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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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포럼’ 행사장에 등장한 매운 맛의 필리핀 아이스크림.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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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세션에서는 산드라 카르바오 유엔관광청 정책디렉터 주재로 여러 세대를 잇는 미식의 전통과 지역 공동체의 소중함, 음식 쓰레기 줄이기 등 기후위기시대에 필요한 미식관광 태도 등이 논의됐다. 크리스티나 가르시아 프라스코 필리핀광광부 장관, 마르티니 파함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 차관, 자카폰 탄수티탐 타이관광부 차관, 호시노 미츠아키 일본 정부 관계자, 마리아 헬렌 드 세나 페르난데스 마카오 정부국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어진 세션에선 필리핀 출신 유명 셰프인 마가리타 포레스가 ‘사람과 지구의 이익을 위한 미식관광과 조리법’에 대한 강연을 했다. 그는 “지역 생산물을 보호하고, (미식) 전통을 구축하는 게 지속 가능한 미식관광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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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포럼’에 한국 제주의 관광마을 성공 사례를 발표하고 있는 정지원 제주관광공사 과장.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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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션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관광 우수 사례와 지식을 나누는 자리였다. 한국도 발표 국가로 나섰다. 연사로 정지원 제주관광공사 관광산업실 지역관광팀 과장이 참여했다. 그는 지난해 유엔관광청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뽑은 ‘유엔 최우수 관광마을’ 130곳 중에 포함된 ‘세화마을’(제주시 구좌읍 세평항로)과 ‘동백마을’(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신로)의 성과를 발표했다. ‘유엔 최우수 관광마을’ 선정은 2021년부터 유엔관광청이 매년 해온 행사로 ‘지속가능한 (관광) 지표’를 기준으로 삼는다. ‘세화마을’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등재된 ‘해녀물질문화’에 기반한 ‘해녀 체험과 해녀밥상’으로, ‘동백마을’은 토종 동백기름으로 차린 제철 밥상 등으로 선정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황해국 유엔관광청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이 두 마을 사례를 두고) 유엔이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관광 모범 사례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미식 포럼 참석자들은 다음날 필리핀 관광부가 고른 3가지 여행지 중 한곳을 선택해 투어를 했다. ‘카모테스섬 투어’, ‘아르가오’와 ‘달라퀘테’ 마을 미식 투어, ‘유엔 최고 생태마을’로 꼽힌 보조 투어 등이었다. 행사장에선 ‘레촌’ ‘아도보’ ‘푸소’ ‘할로할로’(디저트) 등이 등장해 참석자들을 매료시켰다. “세부 미식관광의 미래가 기대된다”는 평이었다.



세부/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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