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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내 맥주가 안 시원했던 이유”…모아놓은 생맥주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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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인천 서구의 한 프랜차이즈 술집 사장이 통에 모아놨던 맥주를 손님에게 제공할 컵에 따르는 모습.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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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의 한 프랜차이즈 술집에서 모아놓은 맥주를 재활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유튜브 채널 ‘짬꼬부부’에는 27일 ‘내 맥주가 안 시원했던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올린 유튜버 정근식씨는 “술집에서 생소한 장면을 봐서 뭔가 이상해서 동영상을 켜고 맥주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영상에서 정씨와 지인은 생맥주 500㏄ 한 잔을 주문했다. 가게 사장으로 보이는 이는 “네”라고 대답한 후 냉장고에서 맥주잔을 꺼냈다. 이후 정씨 테이블을 한 번 쓱 보더니 의문의 통에 담긴 맥주를 컵에 따르기 시작했다. 생맥주를 따르는 과정에서 흘린 맥주를 모아뒀던 통이었다고 한다. 그는 모아뒀던 맥주로 잔의 일부를 채운 뒤 기계에서 생맥주를 따랐다.

정씨는 “술집에서 일해본 적 없어서 정말 궁금하다”며 “원래 저렇게 생맥주 따르다가 흘린 거 모아놓고, 새로 주문한 생맥주에 재활용하는 거냐”고 물었다. 이어 “국자로도 푸시던데, 관련 종사자한테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정씨는 “상호는 못 밝히지만 인천 서구에 있는 곳”이라며 “신규 오픈했다. 한국인 맞고 부부가 사장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2년간 호프집 아르바이트 해봤는데 거품이 너무 많이 나올 때 거품 빼내고 맥주를 다시 따르는 용도다. 저렇게 (손님 잔에) 부으면 안 된다” “거품 많이 나올 때 따라 버리는 용도라 시간 지나면 초파리가 많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정씨는 “이상함만 느끼고 혹시 몰라서 영상 올린 건데, 댓글 보니 잘못된 게 맞는 것 같다”며 “어쩐지 덜 시원하고 맥주에서 쇠 맛이 났다”고 했다.

공장에서 완성돼 나오는 병맥주나 캔, 페트병 제품과 달리 생맥주는 업장 내 관리‧점검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생맥주를 많이 마시는 더운 계절에는 생맥주의 미생물 오염도 일어나기 쉽다. 2008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호프집 등에서 판매되는 생맥주의 미생물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생맥주 15건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2건이 음용수 수질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맥주 공급 장비들을 자주 세척하지 않아 미생물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정명섭 교수의 ‘주류접객업소의 생맥주 위생관리 향상 방안 연구’에 따르면, 바람직한 생맥주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맥주를 1~3℃의 낮은 온도에서 저장해야 한다. 손님에게 제공되는 맥주나 맥주잔은 3~7℃에 제공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러한 온도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생맥주 장비 및 라인이 -3~0℃에서 보관되어야 한다. 영상 속 업체처럼 실온에 보관한 맥주를 제공한다면 미생물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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