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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사설] 광화문 100m 태극기, 오세훈 시장 ‘고루한 발상’ 접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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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광화문광장의 국가상징조형물 조감도.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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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국기 게양대를 만들고 가로 21m, 세로 14m짜리 대형 태극기를 걸겠다고 밝힌 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5일 6·25 참전용사 초청 간담회에서 국가상징공간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사업비 약 110억원을 들여 광화문광장에 이런 조형물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공개된 조감도를 보면 한눈에도 주변과의 조화나 균형미를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구시대적인 관 주도의 애국주의 캠페인으로 비친다.



각계의 부정적 반응이 그치지 않는 건 당연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울시의 이번 발표가 애국심을 고양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담은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그 실현 방법이 현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낡은 국수주의적 방식으로 애국심을 고취하려고 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예 “평양시장이 발표할 사항”이라고 꼬집었다. 광장 한복판의 초대형 국기 게양대는 권위주의를 극복하고 시민의 자율성이 자리 잡은 오늘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발상이다.



오 시장은 미국 워싱턴의 ‘워싱턴 모뉴먼트’, 프랑스 파리의 ‘에투알 개선문’, 아일랜드 더블린의 ‘더블린 스파이어’ 등 각국 수도의 상징적 조형물을 참고했다고 하는데, 광화문광장 국기 게양대가 먼저 연상시키는 건 중국 베이징 천안문(톈안먼)광장의 국기 게양대다. 동틀 무렵 국기 게양식이 진행되는 이곳은 애국주의에 고취된 내국인 관광객에게는 명소일지언정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전체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특이한 볼거리일 뿐이다.



서울 중심부를 장식하는 제대로 된 상징물을 세우려 한다면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든 조형물이 무슨 상징적 역할을 하겠나. 이미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에도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광화문광장에 높이 45.815m의 국기 게양대를 영구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좌초된 바 있다. 당시엔 서울시 시민위원회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해 무산된 반면 이번에는 시민위원회 심의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으니 추진 방식마저도 퇴행적이다. 2026년 2월로 제시된 완공 일정이 대통령 선거를 1년여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오 시장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시선도 피할 수 없다. 어느 모로 보나 폐기돼야 마땅한 황당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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