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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만물상] 조(Joe) 아닌 질(Jill)이 결정할 바이든 재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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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프랑스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된 후 한 매체가 부인 브리지트 여사와 전속 사진 에이전트 사이의 통화 녹취를 폭로했다. 브리지트가 전임 대통령 문제를 포함해서 이런저런 일에 끼어든 내용이 공개됐다. 엘리제궁에서는 그저 “보통 대화였을 뿐”이라며 “정치적 과잉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브리지트가 주간 파리 마치 커버스토리로 6번이나 등장했다는 점까지 거론되며 한동안 시끄러웠다. “마크롱이 동성애자”라는 소문을 잠재우려 했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당헌·당규에는 후보 부인의 역할이 없는데도 브리지트는 2017년 대선 과정에 적극 개입했다고 한다. 출마를 망설이는 남편을 채근한 것도 브리지트였다. “이번에 출마하지 않으면 5년 뒤 당신 문제는 내 얼굴이 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브리지트가 나이를 무려 열 살이나 속였다는 위키리크스 폭로도 있었지만, 엘리제궁이 법적 대응을 하지는 않았다. 영부인 관련 예산은 44만 유로인데, 마크롱은 “아내의 역할과 영향력을 인정했다”고 한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주 TV 토론에서 바이든이 한참 밀렸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제 바이든의 사퇴 여부는 질 여사에게 달렸다”는 관측이 줄을 이었다. 질은 남편에게 “기껏 90분 토론으로 당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한 4년을 정의할 수는 없어요”라고 했다. 또 “남편은 넘어질 때마다 일어선다”고도 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앞으로 무슨 일이든 그녀가 결정할 것” “(그녀가 생각하는 전망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장밋빛”이라고 했다.

▶'천생 학교 선생님’인 질은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 2004년 남편이 대선 판에 뛰어드는 것을 반대하는 쪽이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가 재선되는 걸 본 질은 훗날 말했다. “난 일주일 동안 검은 옷을 입었어요.” 부시 재선에 절망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이라크전에 반대했다고 한다. 질이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이 이걸 바꿔야 해요.” 2020년 대선 때 질은 남편 선거 캠프에서 핵심 멤버로 변모해 있었다.

▶누구든 큰일 치르고 나면 배우자에게 물을 것이다. “오늘 나 어땠어?” 질은 대답했다. “조, 너무 잘했어요. 당신은 모든 질문에 답했어요.” 미 언론은 “바이든이 포기해야 할 때가 됐는데도 질 여사 때문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참모와 후원자도 질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쪽에서는 “노인 학대를 하고 있다” “누가 군통수권자인가”라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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