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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기고]삶의 질 높이는 정원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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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중부대 정원문화산업학과 교수

서울경제


치유·힐링·휴양·테라피 등의 단어가 사회 전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는 시대가 왔다. 이는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사회·환경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숙명에 처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산림 치유, 정원 치유, 치유 농업, 해양 치유 등 여러 종류의 치유 프로그램이 도입된 가운데 그 중에서도 ‘정원’을 통한 치유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치유는 대화를 통해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심리상담 치유에서 시작해 자연에서의 명상과 조망을 통해 감수성을 회복하고 면역력을 증진하는 자연경험 치유, 정원에서 꽃과 식물을 주기적으로 가꾸고 돌보는 등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을 통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원활동 치유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치유의 범위와 가치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산림청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가드닝 프로그램’으로 정원치유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치매환자와 돌봄 가족, 조현병 환자, 우울증 환자, 발달장애인, 암 생존자, 독거노인, 아토피 환아와 양육자 등 1008명을 대상으로 정원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정신적·신체적 변인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통계결과를 발표했다. 정원에서 알록달록 예쁜 색을 뽐내는 꽃과 나무를 바라보고 꽃 내음을 맡고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흙을 만져보는 과정들은 신체의 오감을 자극해 감각통합에 도움을 준다.

정원 치유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2조에 정의된 법적 용어로서 정원의 다양한 기능과 자원을 활용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거나 증진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즉 가드닝 활동은 인간의 심리적·정서적·사회적·교육적·환경적 적응력을 기르며 몸과 마음의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며 정원을 조성하고 관리하면서 활용하는 연속적인 과정으로 치유활동이 구성된다. 이는 의료적 관점과 전문적 영역을 포함한 회복적 차원의 ‘치료적 가드닝(Therapeutic Gardening)’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점과 일상적 영역인 예방적 차원의 ‘복지적 가드닝(Welfare Gardening)’을 포괄한다고 할 수 있다.

정원 치유는 혼자 또는 그룹으로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어 관계와 소통의 측면에서 유리하다. 공동으로 정원을 가꾸며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또한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연속적인 작업의 과정에 따라 주기적으로 다음을 기약하고 함께 논의함으로써 참여과정에서 만족감과 성취감이 더욱 커진다. 정원공간에서 이곳저곳으로 움직이며 적절한 신체활동이 일어나고 함께하는 참여자들이 서로 유대하며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참여자의 치유목적에 따른 신체활동 강도를 단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동형 치유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무엇보다 흙을 만지고, 식물을 심는다는 행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조화를 보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더욱 마음을 풍요롭게 할 수 있어 정원 치유에 대한 관심과 확장 가능성이 크다.

치유를 위한 활동공간으로서 정원은 생활권내 가까이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이는 정원이 주는 미학적 즐거움에 더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사회적 가치실현 및 회복과 성장의 복합적 효용성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게 부각된다. 기존의 정원 인프라를 활용하고 더 많이 확대하면서 다양하고 고도화된 대상별 맞춤 정원치유 프로그램으로 국민들에게 치료적이고 복지적인 정원치유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돌봄과 나눔이 필요한 치유의 시대에 사회적·환경적 문제 해결과 의료비 절감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해법이 정원 치유가 될 수 있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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