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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인터뷰] 전태용, DL이앤씨 건물용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 개발 주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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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이면 전기차 화재 진압 가능…"상용화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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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용 DL이앤씨 주택기전팀 팀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DL이앤씨 돈의문 사옥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DL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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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전기차 화재 진압 기술 개발과 법적 기준이 전기차 보급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안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고민에서 이번 개발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탱크테크가 개발한 드릴렌스 기술을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면서 이번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DL이앤씨 돈의문 사옥에서 만난 전태용 주택기전팀 팀장은 '건물용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을 개발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DL이앤씨는 최근 탱트테크와 협업해 약 10분 만에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현재는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차량이 전소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이동식 수조에 차량을 담그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전 팀장은 "최근 전기차를 지하주차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단지까지 나오면서 갈등이 일고 있지만, 언제라도 화재가 발생하면 인적·물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지하주차장에 전기차를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다. 입주민의 안전에 대한 요구도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기차 화재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가 집계한 전기차 화재 건수는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 등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재산 피해액도 8억7800만원, 9억1330만원, 14억6390억원으로 커졌다.

화재는 통상 주차 중이거나 충전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전기차 화재 139건 가운데 주차 중 발생한 사고가 36건(25.8%), 충전 중 발생한 사고가 26건(18.7%)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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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가 중소기업 탱크테크와 함께 세계 최초로 '건물용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을 개발했다. 사진은 시스템 작동 모습. /DL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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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차·충전 중 발생한 전기차 화재 대응에 주력했다. 회사가 개발한 시스템은 화재가 발생하면 건물에 설치된 진압 장비를 차량 위치로 이동시킨 뒤, 배터리팩에 구멍을 뚫고 물을 분사해 화재를 진화하는 방식이다. 전력공급 없이도 강력한 수압을 통해 터빈을 돌려 드릴을 작동시키는 '드릴랜스'가 핵심 장비다. 전기 충전 중 차량 내부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압에 최대 8시간가량 소요되던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했다.

전 팀장은 "현대자동차에서 실제 전기차 차량 2대를 제공받아 성능 테스트와 방재시험연구원 '전기차 실물차량 화재시험'을 통해 배터리 온도가 떨어지는 성능 검증을 마쳤다"며 "리튬이온과 리튬인산철 등 전기차 배터리 종류에 관계없이 10분이면 화재를 완전 진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6월 탱크테크 측에 협업을 제안, 11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12월에는 공동 특허를 출원했다. 전 팀장은 "성공적인 개발에 이어 현재는 실제 건물에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달부터 기술 상용화와 적용 단계에 접어들어 최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설치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전 팀장은 실제 정부와 기관에서 다양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 시연회 당시 방재본부에서 방문해 좋은 방안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전기차 주차장이나 충전사업자들로부터도 문의가 왔다고 한다.

다만 상용화 단계까지 고비는 남은 상태다. 전기차 화재 진압 관련 제도적 테두리가 없어 소방용수 사용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전 팀장은 "소화시설의 경우 소방법규에 모든 설계 기준이 정리돼 있지만 전기차 화재진압설비에 대한 법령 기준은 아직 없다"며 "전기차 화재 진압 시스템에 대한 소방시설 표준 인증도 마련돼 있지 않아 소방용수를 사용할 수 없다. 이에 급수펌프와 건물 자동제어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했고, 현재로선 일반용수를 통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발주량이 많지 않아 주문제작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어 규모의 경제 실현도 필요하다. 개발된 제품 라인업은 △수동식 H타입 △이동식 M타입 △고정식 F타입이다. 수동식은 화재 시 직접 수동으로 장치를 연결해 50m 길이의 호스가 닿는 곳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동식은 1개 장치가 9개 주차면을, 고정식은 주차면 1개당 1개의 제품이 설치된다.

초기에는 수동식 H타입 제품 판매가 활발할 것으로 전 팀장은 내다봤다. 전 팀장은 "제품 가격은 수동식, 이동식, 고정식이 각각 1000만원, 2000만원, 3000만원 수준"이라며 "이동식과 고정식은 시공 단계에서 설치하는 편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수동식 제품 판매가 많을 것으로 내다본다. 향후 대량생산이 시작되면 원가가 낮아져 배관을 연결하는 비용만 들이면 된다"고 전망했다.

DL이앤씨는 제품 상용화를 위해 가격과 디자인적 요소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 팀장은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전기차 주차구역의 방화벽 등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우범지대 발생 등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며 "꼭 저희가 개발한 화재 진압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전기차 화재 진압 시설 의무설치화의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이 시스템이 좋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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