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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여신거래 안심차단', 피싱만 막는게 아니다…불화 원인 가족 대출까지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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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 개요/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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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5년 차 남편인 A씨는 우연히 아내가 온라인 도박에 빠진 걸 알게 됐다. 아내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씩 대출받아 몰래 도박했다. A씨는 다시는 안 된다며 단단히 주의시켰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아내가 또다시 수백만 원 대출받은 걸 확인했다. 아내는 생활비 명목의 대출이었다고 변명했다.

가족에게 비밀로 한 대출이 가정불화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다. 조만간 시행될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가 이런 불화를 예방할 대책으로 주목받는다. 금융사에 사전 등록하면 앞으로 자기 이름으로 신청한 대출이 모두 차단되는 서비스다. 이를 활용하면 부부나 부모 자식 등 가족이 서로의 대출을 통제할 수 있다. 다만 서비스 해지 사실이 가족이 아닌 본인에게만 통보되는 부분 등은 제도의 실효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가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구체적인 내용과 시행 방안이 조만간 발표될 전망이다.

안심차단 서비스는 신용대출, 카드론 등 대면·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모든 대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다. 소비자는 자주 거래하는 은행이나 저축은행, 농·수협, 새마을금고, 우체국 등을 방문해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소비자가 신청한 정보는 신용정보원을 통해 모든 금융권에 공유된다. 즉 내가 자주 가는 은행 한 곳에서만 신청해도 모든 금융사에서 본인 명의로 이뤄지는 대출이 차단된다.

금융위원회는 보이스피싱에 의해 원치 않는 대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으로 이 제도를 홍보했다. 피싱범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빼내고 이를 이용해 비대면 대출을 실행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본인이 앞으로 대출받을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 안심차단 서비스에 가입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안심차단 서비스는 가족 간 대출 통제 수단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아내 몰래 남편이 혹은 부모 몰래 자식이 자기 이름으로 대출받는 사례는 많다. 이렇게 받은 대출금은 앞선 사례처럼 도박 자금으로 쓰이거나 사치품 구입에 사용될 수 있다. 이런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이혼 등 가정불화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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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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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합의로 가족이 안심차단 서비스에 가입하면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법정대리인의 대리 신청도 가능하다. 부모가 미성년자 자녀의 가입을 대신 신청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탁대리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안심차단 서비스는 일단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만 신청할 수 있는데 이를 비대면으로도 가능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제도 실효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안심차단 서비스 해지 사실 통보 대상의 확대가 대표적이다. 안심차단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이를 해지하면 그 사실이 문자메시지로 통보된다. 초기 서비스 단계에선 가입 당사자에게만 해당 내용이 알려진다. 가령 도박 중독에 빠진 아들이 더는 대출받지 못하게 막아놨는데 자녀가 부모 몰래 이를 다시 해지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우려되는 부작용이 있기에 우선 신중하게 초기 시행 과정을 살펴보겠단 입장이다. 문제가 없다면 이후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해지 통보 대상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단계 시행에선 서비스 가입과 해지 사실의 알림이 본인 기반이지만 이를 앞으로 확대하는 옵션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주권을 가진 당사자가 희망하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가입하게 돼 대출받지 못하는 경우 분쟁과 부작용 우려가 있어서 우선 시행 후 보완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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