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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시중銀 가계대출 5.3조 증가…3년來 최대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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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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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가계대출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5조8000억원 이상 불어나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강화된 대출 규제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전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6월 막판에 집중적으로 대출을 실행에 옮기면서 당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증가폭이 나왔다.

1일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6월 주담대는 상당수가 26~28일에 몰렸다.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달 25일까지 실행된 주담대와 마지막 영업일이었던 지난달 28일까지 실행된 신규 주담대의 잔액 차이가 1조원이 넘었다. 주담대를 신청한 후 실행되기까지 1~2주 정도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6월 중순께 서류가 접수된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폭 목표치도 넘겼다. 올해 초 5대 은행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0%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금융당국에 보고했지만 지난해 말 대비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이 벌써 2.33% 늘었다.

당초 금융위원회가 7월부터 스트레스 DSR을 시행해 주담대 한도를 줄이겠다는 일정을 발표하면서 제도 시행 전 막판 수요가 몰렸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지난주 스트레스 DSR 시행 시점을 9월로 미룬다고 발표했지만, 그전에 이미 주담대 신청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가계대출의 급증에 당황한 눈치다. 스트레스 DSR 시행이 9월로 밀린 상황인데, 이렇게 되면 남은 7~8월에도 계속해서 주담대를 실제 필요보다 많이 받아두려는 사람들이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여름에는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계절적 대출 수요가 있어 가계대출이 연초보다 더 많은 편"이라며 "가계대출 추이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늘어난다면 이를 더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고 관리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가 마무리되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한 점은 은행도 부담스럽다. 5대 시중은행의 6월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으로, 2021년 7월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5조8000억원 이상 불어난 주담대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탄력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필요시 금리와 대출 한도 등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은행권이 자체적으로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관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이 급증한 가계대출의 관리를 엄격히 하면 다른 수익처를 찾는 은행들이 기업대출에서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커졌다. 특히 올 상반기 기업대출 영업에 소극적이었던 KB국민은행 등은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여신을 공격적으로 늘릴 태세다. 국민은행은 이미 2분기 들어 본부 차원에서 기존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대폭 할인된 금리를 내어 줄 수 있는 특별금리승인제도를 도입했고 14조원에 달하는 한도를 부여했다.

6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811조3481억원으로 작년 말(767조3139억원)과 비교하면 44조원이나 늘었다. 특히 우량대출로 분류되는 대기업대출의 경우 기업대출 증가액의 절반 이상인 22조4537억원이나 늘어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하반기에 우량기업 여신을 늘려가면서도 건전성 관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과 건실한 중견·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은행권 영업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인혜 기자 / 박나은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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