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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중국 AI 스타트업, 국내 경쟁 피해 싱가포르 탈출 러시..."싱가포르 워싱'도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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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 기자]
AI타임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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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의 치열한 국내 경쟁을 피해 해외 진출에 본격저긍로 나섰다는 소식이다. 목적지는 싱가포르로, 이곳은 외국 자본 및 기술 접근성이 뛰어나고 비즈니스 친화적인 환경인 데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는 30일(현지시간)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미국의 수출 제재와 중국의 엄격한 AI 규제를 피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은 "중국을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허브로 선택하고 있다"라며 "2023년 말 기준 싱가포르에는 1100개가 넘는 AI 스타트업이 있다"라고 밝혔다.

국가별 데이터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스타트업 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왔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싱가포르를 찾는 것은 규제가 훨씬 덜하고 자본조달이 쉬운 덕분이다.

2년 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우춘송과 천빙후이는 AI 스타트업인 탭컷을 설립했다. 그러나 벤처 캐피털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자, 올해 3월 과감하게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겼다. 덕분에 560만달러(약 77억원)를 조달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우춘송 창립자는 "우리는 투자 자금이 말라가는 중국보다 자본이 풍부한 지역으로 가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저금리 대출 등 정부 지원을 받는 유망 기업들은 있다. 그러나 유팅초이 HB벤처스 창업자는 "지원받는 기업들은 보통 중국 규제 환경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글로벌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피해 첨단 AI 칩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택하는 이유다. 싱가포르는 대표적인 중립국으로, 기업들은 중국에서와 달리 엔비디아의 최신 반도체 등을 이곳에서 문제없이 구매할 수 있다.

중국 내부 문제도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AI 생성 콘텐츠에 엄격한 접근 방식을 취하면서 생성 AI 콘텐츠에 사회주의 핵심 가치 반영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AI와 관련한 기업 활동에도 제약이 생겼다.

익명을 요구한 한 컨설팅업체 창립자는 "이는 AI 개발자가 중국에서는 '자유로운 탐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해외용 서비스 개발이 어렵다는 의미다.

싱가포르를 통해 중국 리스크를 희석하고 글로벌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이른바 '싱가포르 워싱'(Singapore-washing)' 전략이다.

물론 싱가포르 이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미국에서 여전히 퇴출 위기에 몰려 있다. 중국 패션 대기업 쉐인 역시 미국에서 비판을 받아, 런던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중국 AI 스타트업들은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해 이제 중국의 규칙 하에서 중국에서 성장할 것인지, 아니면 해외에서 성장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AI 스타트업들이 자국에 남아 성장하기를 바라지만, 미·중 갈등 심화와 숨 막히는 규제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기업들은 싱가포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 AI 스타트업들의 탈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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