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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펑크 났다며 질타하더니”...‘추경 상시화’ 길 트는 민주당, 세수 줄줄 샐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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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편성요건 완화案 발의

추경근거 ‘양극화 해소’ 추가
민생지원금 25만원 문턱 낮춰
與 “밑 빠진 독 물붓기” 비판

부자감세 한도 규제도 추진
돈풀기 추경까지 맞물리면
국가재정 건전성 악화 불보듯


매일경제

발언하는 안도걸 전 기재부 차관 [사진 =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1일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세수(稅收·조세 수입)가 부족하면 다른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도 추경을 편성하도록 국가재정법을 바꾸려고 시도한 데 지속적으로 추경의 ‘문턱’을 낮추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 민주당의 총선 공약 이행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만들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건을 추가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 발생 ▲법령에 따른 국가 지출 발생·증가 등 3가지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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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여기에 ‘계층·지역·산업 간 양극화 해소와 취약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하여 재정지출이 시급히 필요한 경우’를 추가해 추경 편성을 위한 ‘유연성’을 높이겠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추경 편성을 통한 현금성 지원 확대를 강조해온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근거 법안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저보고 추경 노래를 부른다는 분들이 계신데 경제가 회복된다면 민생 춤이라도 추겠다”며 추경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당 대표 재임 시절에 ‘30조 추경을 통한 긴급 민생계획’, ‘13조 추경을 통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을 잇따라 주장했다.

법안을 발의한 안 의원은 “올해와 같이 수출과 내수 회복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생계 안전을 위해 추경편성이 필요한 경우 법적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현행 국가재정법이 사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긴급 경제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 노력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염병, 금융위기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저출산, 취약계층 지원 등을 이유로 상시적으로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바꾸자는 제안인 셈이다.

안 의원은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쳤던 문재인 정부 때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인사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경 편성이 잇따르며 급격히 악화됐다. 2017~2022년 방역 대응, 재난 지원금 등 재원 마련을 위해 11차례 추경이 단행되는 동안 편성된 예산이 216조원에 달한다.

야당은 추경을 위한 재정 마련을 위해 정부의 감세 한도를 제한하는 ‘부자감세 규제법’을 동시에 추진한다.

안 의원이 이날 발의한 법안에는 선언적 내용에 가까운 ‘국세감면율 법정 한도’를 권고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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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식 수석대변인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들어 2022년 국세감면율은 법정한도를 1.5%포인트 초과했다. 2023년에도 1.7%포인트 넘어선 바 있다. 현재 국세감면율 법정한도는 직전 3년간 감면율 평균에 0.5%포인트를 더한 값을 시행령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정부·여당의 감세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자는 취지로 읽힌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종합부동산세·상속세 완화 목소리가 커진 상태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으나 당 지도부 차원에서 일단 세수 부족을 내세워 감세 논의를 중단시킨 바 있다.

최근 민주당은 정부의 ‘세수 펑크’를 지적하며 재정 청문회까지 추진하겠다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하고 “2년간 76조원 세수 펑크라는 ‘역대급 경제 참사’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다”라며 “상황이 이러한데도 윤석열 정부는 상속세·종부세·금투세 등 3대 부자감세에 드라이브를 걸며 초부자 세금 깎아주기에 올인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오히려 횡재세 신설을 통한 증세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정책이라며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틈만나면 들고나오는 전국민 현금 지급을 위한 민생지원금 입법은 예산심사권만 있을 뿐 예산편성권은 없는 국회의 월권”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경제 회복을 돕고 근본 체질을 개선하는 정책에 힘을 보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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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60조원에 그쳤던 국가채무는 2022년 1000조원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올해 1196조원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한국이 나랏빚 증가 속도는 주요국에 비해서도 빠른 편이다.

매일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최신 재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코로나19 여파로 확장재정에 발동이 걸리기 시작한 2020년 48.7%에서 2029년 59.4%로 10.7%포인트 급증할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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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채는 중앙·지방정부 채무(국가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것이다. 주요 8개국(G8) 가운데 경제 규모 대비 나랏빚 비중이 가장 빠른 속도로 늘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영국(4.3%포인트), 미국(1.9%포인트)은 물론 부채 상황이 거꾸로 개선되는 일본(-6.6%포인트), 독일(-11.1%포인트)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서는 4위로 팬데믹 이후 중기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는 속도가 부쩍 빨라졌다. OECD 중 한국보다 부채비율 증가세가 빠른 나라는 에스토니아(13.8%포인트), 슬로바키아(13.6%포인트), 핀란드(12.4%포인트) 정도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며 통화량을 줄이고 있는 상태인데 재정정책으로 돈을 풀면 정책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다”며 “건전 재정의 역할이 중요해진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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