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4 (목)

삐라·성냥갑 던지고 욕설 난무…‘전두환 암살미수’ 직후 남북회담 분위기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통일부, ‘남북대화 사료집’ 공개
1983년 미얀마 아웅산테러 이후
최악의 관계서 만난 남북 관계자
북측, 대북전단 던지며 “이거 보라”
남측 “父子세습, 공산권도 비웃어”
北취재진까지 욕설 퍼부으며 파행


매일경제

남북대화 사료집 제10권에 담긴 제1차 남북한 체육회담 사진. [통일부]


정부가 1980년대 남북간 회담 기록이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회담 사료에는 버마 아웅산 테러 후 처음 남북이 마주 앉은 회담장의 험악한 분위기가 생생히 담겼다.

2일 통일부는 1693쪽 분량의 ‘남북대화 사료집’ 제10권과 제11권을 공개했다. 1981년 1월부터 1987년 5월까지 인도주의 협력과 체육분야 남북 회담 문서가 담긴 자료다.

정부가 남북회담문서를 공개한 것은 2022년과 2023년 네 차례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번 공개 문서에는 전두환 대통령 암살을 기도한 버마 아웅산 묘소 폭발사건(1983.10) 및 북한의 3자회담 제의(1984.1), 남북한 체육회담(1984.4~5)의 내용이 담겼다.

1980년 총리회담을 위한 남북 실무대표 접촉이 성과 없이 끝난 후 북측은 남측의 대화 제의를 줄곧 거부해왔다. 그러다 1983년 아웅산 폭탄 테러 3개월 후 북·미와 한국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제안했다. 또 1984년에는 LA올림픽이 두 달 남은 시점에서 북측이 단일팀을 구성하자며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 해 4월 남북 회담이 복원됐다.

그러나 어렵게 만난 남북 대표는 의제보다 아웅산 폭발 테러와 영화인 신상옥·최은희 납치사건을 두고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남측 대표는 첫 발언에서부터 북측에 아웅산 테러에 대해 시인·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북측은 아웅산 테러가 남측의 자작극이라고 적반하장으로 맞섰다.

북측은 제1·3차 체육회담에 앞서 남측이 판문점 일대에 ‘삐라’(대북 전단)를 뿌리는 도발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남측을 비난했다. 회담장에서 남측을 향해 챙겨온 전단을 던지며 “이게 뭐야, 이거 보라!”라며 외치기도 했다. 이에 남측 대표는 “누구한테 무례한 짓을 하고 있어!”라며 전단을 되던졌다. 남측 대표는 “귀측의 부자세습왕조 구축과 우상화는 자유세계는 물론 심지어 공산권 내부에서까지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고 직격했다.

남측 대표의 발언에 북측은 대표와 취재단이 모두 고성과 욕설을 쏟아내며 회담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문서에는 “심지어 북한측 대표들은 우리측 대표가 발언하는 도중에 우리측 대표에게 성냥갑을 던졌다”며 “북한기자들까지 합세해 기물로 책상을 계속 두드리고 우리측 대표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고 기록됐다.

세 차례 회담 내내 팽팽한 대치만 이어진 남북 체육회담은 북한이 다른 공산권국가의 LA올림픽 보이콧 결정에 합류하면서 아무런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는 이 밖에도 ▲ 민족화합민주통일방안 발표(1982.1) ▲ 남북한 수재물자 인도·인수(1984.9~10) ▲ 제8~10차 남북적십자회담(1985.5∼12) ▲ 남북 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공연단 교환(1985.9) 진행 과정과 회의록이 포함됐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