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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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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교통사고…“운전자 부부싸움 도중 홧김에 ‘가속페달’ 밟았다? 사실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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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급발진” 사고 직후 버스회사 팀장에 전화…운전자 ‘부주의’ 가능성은 없나?

전문가 “급발진 차량, 사고 이후 정상적으로 바뀌어 멈췄다고 가정하기는 어렵다”

15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시청역 교통사고 운전자 차모(68)씨가 사고 직후 자신이 다니던 한 버스회사 직장 동료에 전화해 “이거 급발진이야”라고 말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일보

2일 경찰 견인차가 전날 저녁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들을 덮치는 사고를 낸 차량을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씨가 소속된 수도권의 한 버스회사 버스노선 팀장 A씨는 1일 밤 9시 45분께 차씨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고 헤럴드경제가 2일 전했다.

A씨는 이 통화에서 “형, 이거 급발진이야”라고 차씨가 말했다고 밝혔다. 사고가 난 시간이 9시 27분으로, 이 통화는 사고 약 15분 후에 이뤄진 통화로 보인다.

차씨는 평소 승객 20여명이 탑승하는 중형버스를 운행했고, 무사고 운전자라고 알려졌다. 이 회사 소속인 한 직원 B씨는 “차씨가 버스 사고를 냈던 적은 없다”라며 “이 회사에서 1년 넘게 일한 촉탁직”이라고 말했다.

차씨가 소속된 버스 회사의 또다른 기사는 그의 ‘급발진’ 주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

버스기사 C씨는 “(전날) 사고에 대해서는 급발진 사고라 생각한다”라며 “블랙박스 영상을 봤는데, 브레이크가 안 밟혀 급하게 튼 모습이 보인다. 운전기사들이라면 그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차씨 역시 사고 직후 경찰에 차량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문점도 남는다.

통상 급발진 사고의 경우 차량을 제어할 수 없어 벽이나 가로등을 들이받고서야 끝나지만, 이날 사고는 CCTV 영상 등에선 차량이 감속하다가 스스로 멈춰선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여러 정황상 급발진보다 운전자 부주의나 (운전) 미숙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급발진 차량이 사고 이후 갑자기 정상적으로 바뀌어 멈췄다고 가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차가 급발진했다는 건 현재까지는 피의자 주장일 뿐"이라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국과수에 차량 감정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고기록장치 분석에는 2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음주 측정과 채혈 검사 결과 차씨가 당시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마약류 간이 검사에서도 음성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 전의 차량 동선도 확인하고 있다. 차량은 사고 직전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차씨는 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경찰은 그가 움직일 수 있는 상태인지 담당 의사 소견을 들은 뒤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청역 역주행 사고로 1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가해 차량 운전자가 아내와 다툼을 벌이다 사고를 냈다는 루머가 확산해 경찰이 이를 부인했다.

가해 차량 운전자 부부의 다툼에 대한 소문이 번지자 경찰은 이날 오후 "시청 교차로 교통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구체적 결론이 나오지 않았으며,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보도로 사실 왜곡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유의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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