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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美 대법, 트럼프 “면책특권” 일부 인정 [美 대법원 ‘트럼프 면책’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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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심각한 사법 리스크 덜어내… 트럼프 대선 가도 ‘순풍’

“재임 중 공적행위”… 하급심에 넘겨

대선결과 뒤집기 혐의 족쇄 풀어

‘전직 대통령 재임 중 공적 행위 면책’

보수 우위 대법관들 6대 3으로 결정

‘대선 뒤집기’ 재판 11월 전엔 어려워

TV토론 승리 이어 호재… 재선 가능성 ↑

진보 진영 “대통령 법 위에 군림” 반발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한 면책특권 여부 판단을 하급심 재판부에 넘겼다.

11월5일 미국 대선 이전에 대선 결과 뒤집기에 대한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된 4건의 혐의 중에 사안이 가장 심각하다고 평가되는 대선 결과 뒤집기 혐의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압도하며 우위를 달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호재를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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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이 1일(현지시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에 대한 면책 특권 여부 판단을 하급심 재판부에 넘긴 연방대법원 결정으로 11월 대선 전 이와 관련한 사법리스크를 덜고 대선 가도에 더 가까워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대법원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그는 최근 불거진 사퇴 압박에도 완주 의지를 다졌다. 뉴욕·워싱턴=AP연합뉴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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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은 1일(현지시간) 전직 대통령은 재임 중의 공적(official)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있으나 사적(unofficial)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6대3’으로 결정했다. 대통령 퇴임 이후에는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1, 2심 법원의 판단을 뒤집은 것으로,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손을 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새롭게 임명하며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의 ‘보수 우위’ 대법원을 구축했는데 이날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 편에 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결정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수차례 글을 올려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의 큰 승리”, “일각에서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판결”, “대법원이 (면책특권 결정으로) 나에 대한 혐의 대부분을 완전히 제거했다”고 쾌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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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대법원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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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우위 대법 “전직 대통령 절대적 면책”

대법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대통령의 결정적이고 배타적인 헌법적 권한 안에서 이뤄진 행동에 대해 전직 대통령은 형사 기소로부터 절대적인 면제를 받는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심 재판부였던 워싱턴 연방 항소법원 재판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퇴임함에 따라) 다른 형사재판 피고인이 보유하는 모든 방어권을 가진 ‘시민 트럼프’가 됐다”며 “대통령 시절 그에게 적용됐을 수 있는 면책특권은 더는 그를 기소로부터 보호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우리는 권력분립의 헌법적 구조하에서 대통령 권한의 속성은 전직 대통령이 그의 재임 중 공적 행동에 대한 형사 기소로부터 일부 면책특권을 가질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어 “최소한 대통령의 핵심적 헌법적 권한의 행사에 관해 면책특권은 절대적이어야 한다”면서 “그의 다른 공적 행동들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면책특권을 부여받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다만 “최소한 전직 대통령의 모든 공적인 행동들은 면책특권을 누리는 것으로 추정되나 사적인 행동들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하급심 법원이 해당 법리를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사건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판단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의 4개 범주 가운데 법무부 당국자들과 대선 후 진행한 각종 논의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면책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에게 대선 결과 인증을 거부할 것을 압박한 혐의 △허위 친(親) 트럼프 선거인단 구성과 관련한 역할 △1·6 의회 의사당 난입사태 관련 행동이 면책특권 적용 사안인지 여부에 대해 하급심의 판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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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DC의 국회 의사당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충성하는 폭도들이 난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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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판결 어려워… 트럼프 “재판 중단해야”

대법원이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 적용 범위에 대해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하급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면책특권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은 2일부터 하계 휴정기에 들어가 10월 첫째 주에 재개정한다. 하급심 판단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항고하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대선 이전에 나오기 어렵다. 뉴욕타임스(NYT) 등 다수 외신은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해 내년 1월 백악관으로 복귀할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자신에 대한 공소 취하를 요구하고, 법무부 장관이 사건을 공소 취하할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대법원의 결정이 전직 대통령의 재임 중 행위에 대한 형사적 면책특권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행위에 대한 면책 여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사건 중 워싱턴 연방법원과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고등법원의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2건, 퇴임 후 기밀자료 유출 건도 관련이 있다.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1심 유죄 평결이 내려져 11일 선고가 예정된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은 행위 시점이 대통령 취임 전이기 때문에 면책특권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자신에 대한 민·형사재판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성추문 입막음 의혹 사건을 담당한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에게 서한을 보내 유죄 평결 파기와 선고 일정 연기를 요청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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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법정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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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심서 증거 공개 변수… 진보 결집 전망도

하급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효한 혐의를 가려내는 작업을 하면서 검찰이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에 사용한 증거들이 낱낱이 공개될 수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대법원의 명령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부 행위 가운데 면책특권 적용 사안 여부를 가려내는 작업은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타냐 처트칸 판사가 맡게 됐는데, 처트칸 판사는 재판 초기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재판 지연 시도를 강력히 제지했다. NYT는 처트칸 판사로 인해 재판 지연 전략이 차질을 빚고, 관련 혐의 증거들도 공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리 과정에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직 보좌관 등이 증인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수 우위 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진보 진영의 결집과 반발도 예상된다.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이날 소수 의견을 통해 “전직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면책하는 것은 대통령직이라는 제도를 개조하는 일”이라며 “그것은 우리 헌법과 정부 시스템의 기초가 되는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SNS에서도 “대통령과 대통령이 섬기는 국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변했다”면서 “(앞으로) 모든 공적 권력의 사용에 있어 대통령은 법 위에 군림하는 왕”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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