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삼성 북미법인 앵글우드클리프스 이전...터잡은 LG는 질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쿡 투데이] 삼성전자 북미총괄법인 15년 만에 임차이전 물색...같은 곳 신사옥 둔 라이벌 LG전자 불편한 기색

[편집자주] 천조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오늘의 뉴스를 전달하겠습니다.

머니투데이

삼성전자 북미총괄법인이 기존에 입주해 있는 뉴저지주 리지필드 파크 임차 사옥 전경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북미총괄법인이 사옥을 기존 뉴저지주 리지필드파크에서 앵글우드 클리프스(Englewood Cliffs)로 이전한다. 하지만 해당 부지 인근에는 기존 LG전자가 2017년부터 부지를 마련해 2019년 완공 입주한 북미법인 신사옥이 있어 상당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에서 반세기 이상 라이벌 관계인 양대 회사가 북미에서도 한동네에 사옥을 두고 경쟁을 벌일 것이 예상돼서다.

2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비밀리에 엥글우드 클리프시의 허드슨강 주변에 임차사옥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부동산은 영국의 글로벌 생활용품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 북미법인 사옥 인근이다. 주변에는 미국 최대 경제채널방송인 CNBC도 입주해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뉴저지주 리지필드파크에 23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건물(리지필드 파크 85 Challenger Road)에 북미총괄사옥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부동산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미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KABR 소유로 지난 2020년까지 유지됐다. KABR은 이후 이 부동산을 한국 부동산 투자사인 아시아인베스트매니지먼트에 매각했다. 아시아인베스트매니지먼트는 지난 2008년 11월 설립된 한국 부동산전문자문사인 에이아이엠(AIM)투자운용이 만든 리츠(REIT's) 구성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당초 201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뉴욕주 맨해튼 내에 건물을 사들여 북미사업부를 한데 모으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 취임 이후 그의 철학에 따라 부동산 자산에 의존하지 않는 사업원칙을 세우고 북미사업에서도 그에 기반하고 있다. 이른바 빅테크 기업이 되려면 인재와 기술 중심의 이른바 '에셋 라이트(고정자산 경량화)' 기업이 돼야 한다는 믿음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북미사업에서 부동산 자산취득을 최소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북미법인의 이번 이전은 지난 2019년 이후 5년 만에 재추진된 프로젝트다. 당시 삼성 북미법인은 사옥을 맨해튼이나 뉴저지 허드슨카운티 등으로 이전할 계획을 검토했지만 여건상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뉴욕 맨해튼에서 임차부지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고, 건물 구매도 까다로운 상황에서 뉴저지주와 리지필드 파크의 상위 정부인 버겐카운티의 투자혜택 제안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버겐카운티는 삼성전자와 같은 첨단 정보기술 및 전자기기 기업에는 투자액의 10%를 세액공제해주는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삼성전자 북미총괄법인의 이주지는 지도에서 유니레버 연구개발단지의 인근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구글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그러나 이번 이전의 경우 버겐카운티 내의 이동이라 기존 인센티브를 향유하면서도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기존 기업경영 원칙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실행에 옮기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앵글우드 클리프스의 경우 최근 한인 이민 1세대인 박명근 시장이 취임해 다양한 기업유치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은 올해 1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는데 공화당 소속 한인으로는 처음으로 동부 부촌에서 정치적 성과를 낸 인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의 이전에는 박명근 시장과의 교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삼성전자 북미법인이 사옥을 이전하게 되면 2010년 리지필드 파크에 입주한지 약 15년 만의 일이다. 도중인 2019년 이전계획을 세웠지만 백지화하고 임대를 연장한 지 5년 만이다. 임직원은 1000여명 수준인데, 이번 앵글우드 클리프스 사옥에는 더 많은 인원이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까지 리모델링 등을 완성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실제 이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북미법인이 AIM자산운용과 맺은 리지필드 파크 부동산 임대차계약은 2025년 7월 말까지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 Attendees plant native species at the new pollinator garden at Life’s Good Earth Day Fair, Monday, April 22, 2024, at[the L] Electronics North American Innovation Campus in?Englewood Cliffs, NJ. The event hosted a range of activities that highlighted the importance of sustainable practic /사진=(서울=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 Chris Jung, left, President and CEO of LG Electronics?North America, and naturalist Dave Mizejewski, of the National Wildlife Federation, unveil the new pollinator garden at Life’s Good Earth Day Fair, Monday, April 22, 2024, at[the L] Electronics North American Innovation Campus in?Engle /사진=(서울=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이전에 대해 이미 십년 전부터 신사옥 프로젝트를 가동해 앵글우드 클리프스를 북미사업의 거점으로 삼은 LG전자는 상당히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LG전자는 3억 달러(약 4200억원)을 투자해 앵글우드 클리프스 사옥을 마련했고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에 다양한 기금 후원과 유대 관계를 쌓아왔는데 이를 라이벌인 삼성전자가 임대차 건물 입주로 의무보다는 혜택만 공유할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특히 LG전자의 앵글우드 클리프스 사옥에는 LG생활건강과 LG CNS 등 그룹 계열사들도 입주해 있다.

앵글우드 클리프스는 허드슨강 주변의 뉴저지 생태보존 지역으로 맨해튼이 내려다보이는 절경에 아름다운 자연이 유지되고 있어 건물주들은 행정청과 다양한 환경보존 협약을 맺고 있다. 주변의 삼림과 습지, 동식물들을 최대한 보호하는 노력으로 자연자원보호위원회(NRDC) 등에도 상당한 기여를 해야 한다는 전언이다. LG 입장에서는 십년에 가까운 노력으로 북미 사옥을 마련했는데 강변 코 앞에 국내외 최대 라이벌이 자리한다는 것은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LG전자 이외에도 삼성전자 북미법인의 기존 리지필드 파크 사옥 소유주인 AIM투자운용과 이른바 '삼성'을 보고 대출을 해준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신한아메리카), 우리은행(우리아메리카) 등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삼성전자 단위의 사업체가 건물에서 빠질 경우 해당 건물을 채울 방도가 많지 않아서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 문제가 큰 상태라 NH농협은행의 북미사무소 등도 본사에 이를 보고하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