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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날 떠나지마" 장기고객 붙잡는 이통3사…혜택강화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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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장기고객 혜택 추가한 이동통신 3사/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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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이용할 이유를 못 느낄 만큼 부실하다'는 비판이 이어진 장기고객 혜택을 놓고 통신 3사가 잇따라 손질에 나섰다. 한때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았던 5G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3사가 '집토끼 잡아두기'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8월 1일부터 장기이용 혜택을 유무선 통합방식으로 개편한다. 5G·LTE 등 무선상품 고객에게 주로 제공하던 장기혜택을 인터넷·TV상품 고객까지 확대하고, 혜택의 제공기준인 이용기간을 산정할 때 무선·인터넷·TV 이용기간을 합산한다는 게 골자다.

그간 KT에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권을 비롯한 대다수 장기이용 혜택이 무선통신 상품을 이용한 고객에게 집중됐다. 이번 개편은 KT 인터넷·TV 상품을 장기간 이용하면서도 잦은 번호이동 탓에 무선상품 이용기간이 부족했던 고객도 장기이용 혜택을 받을 길이 열린 셈이다.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가 흔한 통신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KT 무선·인터넷·TV 상품을 한꺼번에 가입한 뒤 각각 8개월씩 이용해 조기에 장기이용 혜택을 받는 고객이 다수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장기고객으로 인정받기 위한 합산 이용기간의 하한선이 2년(24개월)이라는 이유에서다. KT는 장기고객에 대한 혜택 제공횟수도 늘리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무선상품을 2년(730일) 이상 이용한 장기고객에게 '피싱·해킹 안심보험'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유인책을 꺼냈다. 고객에게 피싱·해킹·스미싱·파밍 등 사이버 금융범죄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면 최대 300만원을 보상해주는 서비스다. 한편 SK텔레콤은 올 초 장기고객 혜택을 '스페셜 T 프로그램'으로 개편, 무선상품을 5년 이상 이용한 고객에게 가입연수에 1GB를 곱한 만큼 매년 추가 데이터 통신한도를 제공하기로 해 관심을 끌었다. 국내 5G 무선상품 고객 중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하인 점에서 통신비 절약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연이어 장기고객 혜택이 개선된 데 대해 일각에선 인기 방송인 유재석과 배우 이제훈이 공을 세운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두 사람이 지난달 22일 유튜브 채널 '뜬뜬'에 게시된 동영상에서 국내 통신사 멤버십의 영화예매 할인혜택이 후퇴했다는 취지로 대화했는데, 통신사들이 이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이제훈은 "번호이동 없이 25년간 충성을 바쳤는데 혜택은 이것밖에 없나 싶다"라고 말했고, 유재석은 "우리를 마치 어항 속에 가둬놓은 고기처럼 대하는 건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다만 상품 기획·출시에 걸리는 기간을 감안하면 두 연예인의 발언이 최근 통신사들의 행보에 실제 영향을 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통신 3사가 장기 고객 붙잡기에 나선 배경으로는 5G 통신서비스의 신규가입자 성장세가 둔화한 데 따라 발생한 위기감과 알뜰폰의 약진이 주로 지목된다.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한 AI 경쟁이 통신업계로 옮겨붙은 탓에 과거에 비해 통신서비스 가입자 쟁탈전을 위한 마케팅 경쟁이 소홀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현황에 따르면 5G 가입자의 증가율은 지난해 9월 처음으로 1%를 밑돌았고, 이통사들의 핵심 수익지표인 ARPU(사용자당평균매출)도 정체를 면치 못하는 추세다. 특히 장기고객 혜택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KT는 IPTV 가입자 수가 지난해 하반기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한 관계자는 "장기고객 혜택 강화는 일종의 쥐어짜기 전략"이라며 "당분간 혜택 강화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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