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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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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사위’ 보수당 현 총리냐, ‘흙수저’ 인권변호사 출신 노동당 대표냐…4일 영국 조기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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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조기 총선 4일(현지시간) 실시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이 크게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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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영국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지난 5월 총선 유세차 영국 남서부 엑서터의 한 대중술집을 찾아 지역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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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명의 하원 의원을 뽑는 영국 총선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보수당 소속의 현직 리시 수낵 총리가 연임에 성공할지,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14년 만에 노동당 총리가 될지 운명이 갈리게 된다. 경제 엘리트 출신이자 인도 재벌 사위인 ‘금수저’ 수낵 총리와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인권 변호사로 활동해 온 스타머 대표는 정치 성향뿐 아니라 성장 과정, 경력 등 여러 면에서 대조된다.

AP통신은 2일 수낵 총리에 대해 “평론가들은 그가 정치적 판단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한다”고 보도했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수낵 총리는 대영제국 훈장 수훈자 조부를 둔, 비교적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 의사인 아버지와 약사인 어머니는 그를 영국 상류층 자제들이 가는 학교에 진학시키는 등 엘리트 교육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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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낵 총리는 옥스퍼드 대학 졸업 후 골드만삭스 등에서 일하다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했다. 이때 만난 인도 정보기술(IT) 신화인 나라야나 무르티 인포시스 전 회장의 딸 아크샤타 무르티 여사와 결혼했다. 장인의 재산은 6조원이 넘는다. 총리 부부의 재산도 1조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찰스 3세 국왕보다 많다.

2015년 하원의원 당선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다. 총선을 치르지 않고 2022년 10월 첫 인도계, 첫 힌두교도이자 210년 만의 최연소 총리(당시 42세)로 취임했다.

그러나 경기 불황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고물가에 시달리는 시민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영구 주소지를 외국에 둔 ‘비거주자’(Non-dom)인 무르티 여사가 해마다 수백만 파운드를 절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서민 코스프레’ 의혹도 있다. 패스트푸드 맥도날드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그가 가장 좋아한다던 메뉴는 2년 전 단종됐고 신용카드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모습이 사진과 영상으로 퍼졌다. 경제통인데도 경제 정책에 연이어 실패한 데다 불법 이민자들을 르완다에 추방하겠다는 반이민 정책도 실효성이 떨어져 비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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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가 2일(현지시간) 더비셔주 클레이 크로스에서 총선 유세를 하고 있다. 노동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집권 보수당에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 스타머 대표는 차기 총리가 유력시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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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스타머 대표는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난 ‘흙수저’다. 자신도 노동계급 뿌리를 강조해왔다. 공구 제작공인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좌파성향의 부모는 그의 이름인 키어를 노동당을 창당한 키어 하디에서 따왔다. 리즈대학 법학과 졸업 후 옥스퍼드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가족 중 대학을 졸업한 이는 그가 처음이었다.

그는 인권 변호사를 거쳐 2008년부터 5년간 잉글랜드·웨일스를 관할하는 왕립검찰청(CPS) 청장을 지냈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주목받았던 사건에서 맥도날드로부터 명예훼손으로 피소당한 환경운동가를 변호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AP통신은 “스타머 대표가 지루하고 정치적 야심이 없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의 리더십 하에서 노동당의 인기가 급증했다”고 짚었다. 그는 극단적 정책 대신 중도 성향 정책으로 지지자들을 넓혔다. 노동당 내 반유대주의를 뿌리 뽑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아내인 빅토리아 스타머가 유대인 출신이다.

스티븐 필딩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스타머가 노동당에 반대할 이유를 주지 않는다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노동당에 투표할 이유를 만드는 데는 능숙하지 않다”고 짚었다. 카리스마가 부족하고 당내 지지 세력이 약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그의 연설은 이해하기 힘들고 어려운 것으로 유명한 T S 엘리엇의 시에 비유될 정도로 혹평을 받는다. 총리가 되더라도 금요일에는 가족과 저녁 시간을 보내겠다고 밝혀 보수당으로부터 “파트타임 총리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과 노동당은 물가 안정과 불법 이민자 차단, 공공 서비스 개선 등 비슷한 공약을 내놨다. 총선일이 예상보다 당겨지면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 생긴 결과라는 분석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노동당의 승리를 예상한다. 2일 BBC는 최근 7일간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의 평균치를 종합해 노동당의 지지율이 40%로 보수당(21%)을 두 배 가까이 앞섰고, 우파 포퓰리즘 정당으로 꼽히는 개혁당이 16%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 서베이션은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이 484석을 가져가며 1997년 토니 블레어 전 대표가 거둔 418석의 압승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보수당은 64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1834년 보수당 창당 이후 가장 적은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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