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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매경춘추] 가정(家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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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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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국의 문학가이자 홍콩 총독을 지낸 존 보링은 "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라는 말을 남겼다. 동양의 고전 명심보감에 실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구절도 사람의 인생에 있어 가정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행복의 조건임을 말하고 있다.

'가정(家庭)'의 의미는 3대가 한집에 모여 살았던 전통적인 모습에서, 이제는 부부와 미혼 자녀로만 구성된 이른바 '핵가족'을 떠올리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이마저도 최근에는 무자녀 부부에 이어 1인 가구, 비혼족 등이 등장하면서 '일상을 함께하는 공동체'로서의 개념은 더욱 희미해지고 있다. 어떠한 형태의 가족을 이루든 개인의 자유지만,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저출산과 인구절벽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며 4분기만은 0.65명으로 떨어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1명 미만을 기록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 세기에는 '대한민국'이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현재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약 30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눈에 띄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대책이 현금성 지원에만 집중된 점을 지적한다. 출산지원금이나 아동수당만으로는 젊은 세대에게 '아이를 낳고 키울 자신'을 갖게 해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은 출산율 하락의 원인으로 여성의 고용상 불이익, 이른바 '차일드 페널티(child penalty)'가 40%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출산과 양육은 자녀가 성인이 되기까지, 혹은 그 이상이 소요되는 장기적 대계(大計)인 만큼 이에 맞춰 고용과 근로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제도 이외에 시차출퇴근, 단축근무, 재택근무 등 유연하고 다양한 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경력 단절 방지책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엄마·아빠의 육아휴직 등이 비교적 자유로운 공무원과 국책연구원 등이 몰려 있는 행복도시 세종의 경우 출산율과 다자녀 비율이 줄곧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이를 실제로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행복도시가 '아이를 낳고 키우기 가장 좋은 도시'의 표본으로 제시될 수 있을 듯하다. 여기에는 보육시설의 95%가 국공립이며, 지역공동체 자녀돌봄 품앗이, 장난감 대여 서비스, 다양한 놀이공간 및 가족 단위 행사 등 독박 육아의 부담을 덜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각종 시설과 프로그램의 공도 크다.

현대 교육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스위스 교육학자 페스탈로치는 "가정의 단란함이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기쁨이며, 자식을 돌보는 기쁨은 가장 거룩한 기쁨"이라고 했다. 우리 모두 합심하여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 같은 난제를 풀어 미혼 청춘과 신혼 부부들이 이러한 기쁨을 깨닫고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김형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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