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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양상훈 칼럼] ‘2016 탄핵’ 때 닮은 꺼림직한 정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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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여소야대’ ‘대통령 낮은 지지율’

‘국정 비선 논란’ 등 8년 전과 비슷한 모습

심각한 것은 또다시 재연되는 국민의힘 분열 가능성

조선일보

29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 매장에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 장면이 TV로 보도되고 있다. 2024.4.2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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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아버지’로 불리며 순풍을 탄 듯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사실은 그리 편안하지 않다. 조만간 선거법 재판에서 일반적 예상대로 유죄가 선고되면 더 불안해질 것이다. 앞으로 대북 불법 송금, 위증 교사, 대장동 사건 등 위험한 재판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나서 그의 대선 출마길이 막히는 일은 없다고 해도 유죄 정치인으로서 정당성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그에 대한 비호감은 58%에 달한다. 누구보다 이 전 대표가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놓기로 한 맞불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인 것 같다. 자신이 대통령으로 가는 길이 열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가 실제 이 길로 갈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궁지에 몰릴수록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번 더 거부권을 행사한 뒤에 벌어질 일을 기다리고 있다. 거부권 뒤엔 채 상병 특검법 국회 재의결이다. 지금 여론조사대로 한동훈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면 이 문제가 윤·한 관계의 중요한 시금석이 된다. 둘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면 이 전 대표는 그 추이를 지켜볼 것이다. 반대로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 편에 서서 특검법 부결로 나서면 민주당과 이 전 대표는 적절한 시점을 골라 ‘대통령 탄핵 촛불 시위’를 시작할 것으로 본다. 촛불 시위는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까지 거부한 뒤에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내부 모습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슷한 점이 눈에 띄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 총선 패배로 여소야대 국회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 그 때와 같다. 대통령의 불통으로 민심 이반을 불러왔다는 총선 패배의 원인도 비슷하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도 같다. 박 전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다 세월호 사태로 하락했고 총선 친박 논란과 선거 패배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이 높았던 적이 없지만 총선 참패 이후 20% 후반과 30% 초반으로 고착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세월호 사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팽목항을 찾아 숨진 학생들을 향해 “고맙다”고 방명록에 쓴 것이 이를 말해준다. 지금은 채 상병과 김건희 여사 문제가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두 사안 다 이렇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었지만 대통령 스스로가 키웠다.

민주당은 김 여사를 ‘제2의 최순실’로 만들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김 여사의 국정 개입에 대한 소문은 너무 많아 열거하기도 힘들다. 이 중 일부만 사실로 드러나도 민주당은 ‘제2의 최순실 사태’로 규정하고 공격할 것이다. ‘지금의 이재명’도 ‘그때의 문재인’과 비슷하다. 문 전 대통령은 박근혜 탄핵으로 대통령을 거저 줍듯이 했고, 이 전 대표도 이를 바라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국민의힘 분열이 2016년 탄핵 때의 여당 분열과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실은 극구 부인하지만 정치권에선 지금 국민의힘 대표 경선은 ‘윤 대통령 대 한동훈’의 싸움으로 보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고 말한 이후 두 사람 관계는 끝났다고 한다. 이미 국민의힘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은 한 전 위원장을 향해 ‘배신자’라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선거의 속성 상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고 인신 공격까지 난무하게 될 것이다. 당 선관위원장이 각 진영에 경고했지만 통할 수가 없다. 경험 상 이렇게 파인 깊은 골은 잘 메워지지 않는다.

한 전 위원장이 승리해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일부에선 윤 대통령 탈당도 거론하지만 그 경우 탄핵 상황에서 윤 대통령을 지켜줄 세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한 전 위원장을 인정할 수도 없다. 어느 쪽으로 가든 큰 분열의 요인이 있으며, 만약 분열하면 ‘대통령 탄핵’은 민주당의 정략을 넘어 ‘실제 상황’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 윤 대통령 바람대로 한 전 위원장이 패배해도 여권 내에 파인 깊은 골은 두고두고 위험 요인이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헌법에 규정된 탄핵 사유에 해당되는 일을 한 것이 없다. 업무상 작은 법률 위반의 논란이 있을지는 몰라도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는 아니다. 이재명 전 대표와 민주당이 순전히 정략적인 목적으로 밀어붙이는 대통령 탄핵이 성공해서도 안 된다.

국민의힘이 108석에 불과하지만 분열하지만 않으면 탄핵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분열을 막을 수 있느냐다. 사람들은 지금 대통령이 부인 문제 등에서 선공후사가 아니라 선사후공한다고 개탄한다. 대통령이 그 반대의 자세로 용기 있게 풀 것은 풀고 매듭지을 것은 매듭지으면 모든 우려는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한 전 위원장을 포함해 국민의힘 정치인들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라도 서로 인내하고 관용해 불행한 정치 역사의 되풀이를 막아야 한다.

[양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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