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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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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 사망했지만 최대 징역 5년…“美선 60년 때린다” [법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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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참사 가해자 예상 형량 보니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60대 운전자가 역주행 후 인도로 돌진한 사건이 발생했다. 9명의 사망자가 나와 가해자의 처벌수위에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선고 가능한 최고 형량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

3일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한 역주행 차량 인도 돌진사고 참사 현장에 추모의 조화가 놓여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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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9시27분쯤 한 제네시스 차량이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후 일방통행 4차선 도로를 역주행하다 왼편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졌다.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정용우 서울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지난 2일 “사망 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15명의 사상자를 냈음에도 처벌 수위는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상 한 번의 운전으로 여러 명을 동시에 사상하게 한 경우는 수 개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1개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평가된다. 여러 명의 피해에 대해 각각 유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참사도 하나의 사건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혐의가 적용된다면 가해자의 형량은 최대 5년 이내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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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공용회의실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직원들이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동료 직원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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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교통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교통사고 치사의 경우 징역 8개월에서 2년을 권고한다. 가중요소가 고려되더라도 징역 1∼3년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미래를위한청년변호사모임(새변)은 “만약 이번 범죄가 하나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으로 상상적 경합이 된다면, 가해자의 형량은 5년 이내에서 정해질 전망”이라며 “물론 법원이 모든 상황을 보고 피해자의 피해 정도와 가해자의 가중, 감경 요소를 평가하여 권장되는 양형 기준 밖의 선고를 내릴 수도 있지만, 이 또한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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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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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당한 처벌을 위한 대책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변은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한번의 운전으로 동시에 여러 명을 사망하게 할 경우 여러 개의 죄가 성립한다”며 “형량은 미국 각 주마다 다르지만,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SUV 운전자가 혼잡한 버스 정류장에 돌진해 8명이 사망한 사건에서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박근혜 정부 때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다중 인명피해 범죄의 경합범 가중에 관한 특례법’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제19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된 바 있다”며 “해당 법이 통과됐다면 업무상 과실로 9명이 죽는 이번 사고를 낸 가해자는 45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안경준 기자 eyewher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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